엄마는 왜 아빠랑 결혼했어?

by 꾸미


불후의 명작 ‘도깨비’의 재방송에 재방송에 재방송을 보는 나를 보며 딸이 말했다.

“엄마 또 봐? 이젠 대사 다 외웠겠다.”

“아니, 못 외우는데.”

“그 정도 보면 난 외울 것 같은데.”

'지금 나 무시하는 거임?'

“엄만 대사가 귀에 안 들어와. 도깨비 씨 보느라. 도깨비 씨 너무 좋지 않니? 신랑감으로 짱이야. 시댁 없지, 안 늙지, 돈 많지.”

“난 저승사자가 더 좋던데. 이동욱 넘 잘 생겼어. 사람이 어떻게 저렇게 잘 생길 수가 있지?"

"잘 생긴 게 중요한 게 아니야. 공유가 잘 생기진 않았는데 드라마에선 분위기 너무 좋잖아. 참 신기해.”

"분위기가 좋긴 하지. 근데.. "

"???"

"엄마는 왜 아빠랑 결혼했어?”

“갑자기 왜?”

“아니 그냥. 도깨비 씨랑 너무 달라서.”

'나도 안다고. 지지배 콕 집어 말하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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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이상이랑 현실은 다른 거야.”

“난 백현이 같이 잘 생긴 남자랑 결혼할 거야.”

“그래. 꿈꾸는데 돈 드는 거 아니니까 많이 꿔도. 엄마도 니 나이 땐 그랬어. 키 180에 다정다감하고 잘생기고..”

(아빠 한 번 보고..)

“근데...... 왜????”

“그러게.”

화제 전환이 시급함을 느낀 딸이 말을 돌렸다.

“엄마는 아빠랑 어떻게 만났어?"

"어찌 저찌 하다 보니.."

"난 자만추를 추구해."

"뭔 추?"

"자.만.추. 자연스러운 만남을 추구한다고."

"아..네."

'가지가지한다.'

"그래서 남자 못 만날 것 같아."

'얼씨구, 북 치고 장구 치고. 니가 공부가 힘들었구나. 쯧쯧.'

이야기하며 소파와 한 몸이 된 아빠를 보니 도저히 못 참겠는 듯 다시 물어본다.

"그래서.. 엄마는 왜 아빠랑 결혼했냐고?"

“몰라. 묻지 마. 슬퍼지려 하니까.”

소파에서 두 여자의 대화를 듣고 있던 남편이 조용히 말했다.

“나도 엄마가 이상형은 아니야. 나도 보는 눈은 있다고 뭐.”

‘아니.. 이 싸람이.. 지금 반항하는 겁니까? 이따 조용히 좀 봅시다.’







사춘기에 접어든 딸에게 심심치 않게 들은 질문이다. 가끔은 진짜로 사춘기 소녀의 연애에 대한 궁금증 때문에 남편과 나의 로맨스에 대해 물어보기도 하지만 보통은 내가 남편과 결혼한 것이 세계 8대 불가사의라는 듯한 표정으로 질문을 한다. 나 역시 어릴 적 친정 엄마께 같은 질문을 종종 했었다. ‘도대체 왜!!! 아빠와 결혼했냐고.’ 나 역시 엄마의 대답은 한 번도 듣지 못했다. 시간이 지나 내가 엄마가 되어 그 질문을 듣고 보니 대답을 하지 못한 그때의 엄마 마음을 알 것도 같았다. 사실 이 결혼, 나도 이상하긴 하다.


남편은 내가 생각했던 이상형에 부합되는 것이 하나도 없는 사람이다. 키도 작고 다정다감하지도 않고 잘 생기지도 않았으며 말은 또 얼마나 뻔새없이 하는지..(이건 시어머니 유전인 듯. 이 집안 식구들이 말로 공을 다 까먹는 스타일이다) 그런데 그런 사람과 사랑에 빠지고 프러포즈도 못 받고 결혼했다. 나도 이해할 수 없는 탓에 결혼의 이유를 묻는 딸의 질문에는 늘 논리적으로 대답할 수 있는 게 없다. 하지만 결혼의 이유를 나는 알고 있다. 딸이 원하는 대답은 아니겠지만, 나의 이상형과는 하나도 맞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사랑하니까. 만나는 동안, 지금껏 살아오는 동안 우리의 애정 전선이 늘 맑음은 아니었지만 그럼에도 사랑하니까. 실체도 없는 이 죽일 놈의 사랑이 문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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