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의 생일날 오빠가 외친 한마디

90년생 남자와 2000년생 여자의 선물하는 법

by 꾸미


4월 1일은 딸의 생일이다. 동시에 국가 기념일은 아니지만 온 국민이 아는 만우절이기도 하다. 내 학창 시절엔 만우절 행사(?)를 제법 크게 했었는데 요즘엔 만우절을 핑계로 그동안 해 보고 싶었던 거짓말을 하는 경우가 줄어든 것 같다. 평소 다들 거짓말을 많이 하고 살아서일까?








언젠가 딸이 억울한 듯 말을 한 적이 있다.

“엄만 날 왜 만우절에 낳았어?”

“내가 낳고 싶어 낳았나? 엄만 2일에 낳으려고 했는데 네가 못 참고 나왔지. 왜?”

“친구들이 생일이 4월 1일이라고 하면 안 믿어. 만우절이라고.”

“그럼 음력으로 할까?”

“음력은 언젠데?”

“2월 29일. 4년에 한 번이야.”

“힝~~”

“ㅋㅋㅋ”


큰 아이를 제왕절개로 낳은 후 자연분만을 못한 것이 내내 마음에 걸려 둘째는 꼭 자연분만을 하리라 생각하고 40주를 꽉 채워 기다렸지만 양수가 터져도 진통이 오지 않는 탓에 또 제왕절개를 택해야만 했었다. 그것이 4월 1일 새벽. 그렇게 장군(?) 같은 외모의 딸아이가 태어났다.


친구들이 사준 뽀로로 케잌. 딸이 좋아하는 엑소 사진을 골라 싫어하는 멤버의 얼굴을 포토샵으로 하나하나 지우는 수고까지 한 딸의 베프 송미.


“엄마, 내가 기억하는 가장 오래된 일이 뭔 줄 알아?”

“뭔데?”

“내가 다른 아기들이랑 인큐베이터에 누워 있는 거야. 그리고 유리창 너머로 사람들이 아이가 장군 같다고 하는 소리가 들렸어.”

“......... 딸....... 어디 가서 그런 말 하지 마.”

아놔. 이 허풍쟁이를. 발상이 독특하다.



“코로나 때문에 OO이 적자가 났대.”

“오~~ 적자도 알아? 무식한 줄 알았는데 유식해졌네.”

“그럼.. 이정돈 알지.”

“그럼 적자의 반대말은 뭐야?”

1초의 망설임도 없이 딸이 내뱉은 말은..

“기다려봐.”

기다려보라니. 적자의 반대말이 생각해봐야 할 정도로 어려운 거였나? ㅋㅋㅋ


때론 투사 같아 무서울 때도 있지만 엉뚱한 매력으로 늘 우리를 웃게 하는 딸.


손톱이 남들보다 긴 탓에 맞는 것이 없는 딸을 위해 다윤이와 은서가 몇 시간을 뒤져 사온 붙이는 네일을 붙이며 너무 해보고 싶었다고 좋아하는 딸.


딸은 생일 3일 전부터 손가락을 꼽으며 생일을 기다렸다.

"내 생일 3일 남았다."

'뭔가 무서운 건 기분 탓일 거야.'

그렇게 아이처럼 손가락 꼽으며 기다리던 생일. 12시 땡과 동시에 온 가족이 "생일 축하해."를 외치니 방에서 입이 귀에 걸린 딸이 나오며 "고맙습니다.”라고 쑥스러운 듯이 이야기했다.

"신나. 생일 선물이 쏟아지고 있어."

"누가?"

"친구들이 12시 땡과 동시에 카톡으로 선물을 보내줬어."

"엄마, 엄마. 현지가 올리브영 기프트권 2만 원짜리 보내줬어."

"엄마, 엄마. 의지가.."

"엄마, 엄마. 라임이가.."

뻔질나게 선물 도착 소식을 알리는 동생을 보던 아들이 갑자기 외쳤다.

"엄마~~ 나 왕따였나 봐. 무슨 고등학생들이 돈을 이렇게 잘 써. 우린 기껏해야 만 원짜리 문화상품권 주는데.."


ㅋㅋㅋㅋ


애니메이션과을 준비하는 혜준이가 보내준 선물이 어제 도착했다. 갖고 싶던 건데 비싸서 참았다는 딸은 신주단지 모시듯 들고 다닌다.


"엄마, 엄마. 혜준이가 2만 원짜리 화장품을 보내줬어. 나 이거 진짜 갖고 싶던 건데 역시 예술을 하는 친구라 센스가 달라. 그나저나 난 만 원짜리 선물했는데.. 미안하네."

"그게 다 빚이야. 물론 친구들이 금액 생각하고 다시 받자고 보낸 건 아니겠지만 나중에 너도 잊지 말고 친구들 생일 잘 챙겨줘."

"응. 근데 엄마.. 혜준이가 축하한다면서 자꾸 미안하대."


혜준이는 작년 고등학교에 입학하며 6개월 만에 처음 사귄 친구이다. 자사고로의 전학을 하지 않은 이유인 동시에 자사고로의 전학을 결심하게 했던 친구 중 1명. 딸도 나도 아직 그날의 상처에서 완전하게 자유롭지 못하다. 몸의 상처는 시간이 지날수록 흐려져 흔적이 남아도 아프지 않은데 마음의 상처는 시간이 지나도 아물지 않고 늘 새로운 통증을 준다.








친구들에게 다양한 생일 선물을 받으며 행복해하는 딸을 보고 있노라니 계좌 이체로 선물을 주고받는 어른이들의 생일이 조금 안쓰럽게 느껴졌다. 언제부턴가 우리는 선물을 현금으로 한다. 어버이날 혹은 명절 때 신문기사에 나오는, 부모님이 가장 받고 싶은 선물 1위에 현금이 오르기도 하니 현금은 분명 최고의 실용적인 선물임에 틀림없다. 현금 선물은 받는 이에게는 자신이 원하는 것을 살 수 있어 좋고 주는 이에게는 선물을 고민하지 않아도 돼서 좋다. 하지만 선물에 이런 실용적인 의미만 있는 걸까?


누군가에게 줄 선물을 고민해 준비한다는 것은 상대를 그만큼 애정을 가지고 지켜봤다는 것을 의미한다.

선물을 고르는 동안 오롯이 상대만을 생각하며 선물을 받았을 때 기뻐할 상대의 모습에 행복을 느낀다. 선물을 주고받는다는 건 주고받는 모두에게 행복함을 주는 일이란 것을 편리함이란 달콤함에 빠져 잊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문득 내 첫 월급으로 남편에게 사줬던 무선 면도기를 받았을 때의 남편 모습이 떠올랐다. 뭐 이렇게 비싼 걸 샀냐면서도 눈을 떼지 못하던 남편. 그 모습에 한 달을 고민하며 선물을 골랐던 고단함이 눈 녹듯 사라졌었다. 가끔은 편리함과 실용성보다 조금의 불편함이 더 좋을 때도 있다.


돌아오는 남편 생일에는 현금 대신 오랜만에 선물을 사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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