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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간의 기록 Feb 14. 2020

책방여행자



여행지에서 책방 혹은 북까페를 찾는다. 책이 있는 장소면 어디든 가고 싶어 하는 나는 여행지에서도 예외를 두지 않는다. 검색이 간편해서 낯선 지역이라도 책방을 찾기가 어렵지 않다. SNS가 주는 혜택 중 하나일 것이다. 각 지역 서점은 각자의 채널을 보유하고 있고 그렇게 존재를 알린다. 국내든 국외든 마찬가지다. 책방여행자에게는 더 없이 반가운 환경이다.       



매력적인 이름 하나가 인상을 좌우한다면 과장일까. 이름 하나만으로도 가보고 싶은 곳이 있었다. 북까페 the hidden elephant. 무슨 뜻일까. 책방에 걸려있는 포스터 액자 하나가 힌트가 된다. 코끼리가 너무 시끄러워서 숨겨 두었어요.      






the hidden elephant 북까페는 (이하 코끼리 북까페)는 베트남 호치민 시내 중심에 있는 벤탄 시장 바로 맞은편에 있다. 벤탄 시장은 세상의 모든 소리를 한 데 모아놓은 것처럼 시끄럽다. 사려는 사람들의 눈은 바쁘게 돌아가고 파려는 사람의 입은 쉴 새가 없다. 소리의 크기가 활기의 척도라면, 베탄 시장은 호치민에서 최고의 활기를 띠는 곳이 아닐까. 여러 갈래로 난 시장의 골목마다 품목이 다른 물건을 팔지만 그 모습은 놀랍도록 비슷해서 복사 붙이기한 것처럼 그 길이 이 길 같고 이 길이 그 길 같다. 길을 잃지 않으면 다행이다.      




오토바이의 경적소리가 더해져 소리 속에 묻힐 것만 같은 곳. 그런 곳에 조용한 북까페가 있다는 사실이 신선했다. 코끼리 북가페는 마치 길고 긴 코끼리 코를 통과하듯이 좁은 복도와 계단을 통과해야 갈 수 있는 곳이었다. 최대한 소리에서 멀어지려는 것처럼 숨어있었다. 도착하니, 소리의  볼륨을 최대한 낮춘 곳처럼 사람들은 조용히 책을 읽거나 소곤거리며 말하고 있었다. 몸을 움직이기만 해도 무슨 일이 벌어지는 아이들을 데리고 간 나는 불청객이 되지 않기 위해 최대한 조심해야 했다. 그런데 시끄러운 코끼리는 어디에?      





실내에는 밖으로 나갈 수 있는 유리문이 있었다. 유리문을 여는 순간 벤탄 시장에서 들려오는 온갖 소리가 들려왔다. 사람들은 조용한 실내에서 하기 힘든 전화통화를 하거나 편하게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문을 다시 닫으니 소리가 차단되었다. 실내에는 노트북을 쓰거나 혼자 책을 읽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아, 이 곳은 벤탄 시장이라는 시끄러운 코끼리를 숨겨놓은 곳이구나. 숨겨져 있어서 조용하구나...           




창문을 열면 바로 보이는 벤탄 시장 



코끼리 북까페를 가기 위한 좁은 길은 마치 이렇게 말하고 있는 것 같았다. 이렇게 깊숙이 숨어있는데 굳이 찾아오시겠어요? 장소에 대한 접근성은 그 장소에 대한 애정을 시험한다. 찾아가기 어려운 곳이지만 찾아갔을 때, 그 장소가 선사하는 환대는 각별하다. 충북 괴산에 있는 숲속에 있는 작은 책방도 괴산의 산골마을 깊숙한 곳에 있었다. 숲속에 있는 책방이라는 동화 같은 풍경이 반겨주었고 책방 문을 열고 들어갔을 때, 책으로 가득한 가정식 책방의 모습이 펼쳐졌다. 책방에 대한 애정을 공유하고 있기에 책방 주인과 처음 하는 대화도 물 흐르듯 자연스러웠고 편안했다. 그 날 이후로 나에게 괴산은 숲속 작은 책방이 있는 곳으로 기억된다.                 







북까페(책방) 풍경은 어느 나라나 지역이나 동일해서 책을 읽고 커피를 마시고 무언가에 몰두하고 (북까페에서 영화보기 혹은 게임하기) 대화를 나눈다. 낯선 곳이라도 동일한 패턴을 비슷한 모습을 확인하며 나도 모르게 안도를 하는 걸까. 여행지까지 와서 ‘굳이’ 책방을 찾아가보는 책방여행자가 되는 건, 여행의 좌표를 설정하는 일과 비슷하다. 일상에서 생활했던 방식을 가져와서 ‘예기치 않은 경험’으로 가득한 여행의 버팀목으로 만든다. 일상의 습관이 여행에서도 이어질 때, 여행과 일상은 서로에게 영역을 내어주며 경계를 지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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