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전 있는 소설, 스포일러 될 수 있음
지금까지는 네 이야기를 들어줬으니까, 이제는 네가 내 이야기를 들어줘야겠다.
이렇게 반전이 시작된다. 처음부터 흥미진진했는데 여기서부터 또 다른 이야기가 시작된다. 반전 있는 영화나 소설을 좋아하는데 이것은 예상 못했다. 반전 예상하기를 잘하지 않긴 하지만 이건 정말 몰랐다. 내가 이렇게까지 치밀하게 거짓말을 못하기 때문인듯하다. 내가 못하니까 남들도 못하는 줄 안다.
매주 금요일 2교시마다 반 아이들과 교내 도서관에 간다. 도서관이라는 공간을 워낙 좋아하다 보니 일주일에 한 번 배정된 도서관 이용시간을 꼭 지킨다. 강아지 같은 아이들 18명과 함께 가는 학교 도서관은 일반 도서관과는 다르지만 그래도 책이 있는 공간은 최대한 활용해야지.
교내 도서관에는 아동도서뿐 아니라 청소년소설도 많다. 요즘 청소년 소설은 성인이 읽어도 될 만큼 충분히 재밌다. 애나 어른이나 불안을 안고 살아간다. 남의 눈치를 보고, 좌충우돌하고, 계속해서 시행착오를 겪는 것은 청소년만 그런 것이 아니다. 딱히 이것이 청소년소설이라고 생각되지 않는다. 더구나 내가 현재 청소년과 예비 청소년을 키우고 있어서인지 공감하며 읽게 되었다.
이날 나의 픽은 <당연하게도 나는 너를>, 이꽃님작가의 소설이다. <죽이고 싶은 아이 1,2>를 인상 깊게 읽었고 워낙 유명한 작가이다 보니 책을 빼드는 데 별로 망설이지 않았다. 내가 이 책을 대출하자 사서선생님이 "이 책은 누가 읽는 거예요? "하고 물었다. "제가 읽으려고요"라고 대답하자 사서선생님은 "어린애들이 읽기에는 좀... 5, 6학년은 많이 읽는데 더 어린애들은..."이라고 하셨다.
'이 책 역시 심상치 않은 이야기인가 보군'. 해록의 실종과 경찰의 등장으로 시작되는 이 이야기는 고등학교에 다니는 '해주'라는 여학생과 '해록'이라는 해주의 남자친구, 그 주변 친구들과의 관계를 다룬다.
책을 읽는 동안 잠깐씩 멈춰야 했다. 해록이 같은 나쁜 놈을 만나서 휘둘렸던 기억 때문이었다. 재수하던 때였다. 절체절명의 중요한 시기가 아닌가. 지금까지 살면서 가장 후회되는 한 가지를 뽑으라면 재수할 때 연애했던 것이다. 지금 생각해 보면 연애라고 부르기에도 부끄럽다.
그때도 이 관계는 끝내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불안했던 나는 그놈에게 비굴하게 매달렸다. 헤어지자고 할까 봐 안절부절못했다. 지금 기억을 가지고 그때로 돌아간다면 '다시는 연락하지 마'라고 말하고 단호하게 돌아설 것이다. 또는 아예 '난 너에게 관심 없다'라고 덤덤하게 말하고 죽자 사자 공부해서 서울대를 갈 것이다! 세상은 넓고 남자는 많은 것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기분 나쁜 추억을 떨쳐내야 했다. 그때 그런 나쁜 놈을 만났기에 지금의 착한 남편을 만날 수 있었다고 겨우겨우 정신승리를 한다. 동시에 우리 집 딸들이 저런 관계 속에 놓이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
책이 너무 재미있어서 깜깜한 공연장 안에서도 읽었다. 우리 집 애들 다니는 초등학교 오케스트라 공연이 있어서 갔는데 공연은 별로 재미가 없어서(우리 집 애들이 공연하는 것도 아니고 아는 사람도 없었으며 연주 수준도 높지 않았다. 둘째가 보고 싶다고 해서 어쩔 수 없이 따라갔다) 사람 없는 2층 구석에 앉아 이 책을 읽었다. 어두운 곳에서 불편한 자세로 읽었지만 괜찮았다.
누구든 재미있게 읽을 책이다. 특히 중, 고등학교에 다니는 여학생, 한 때 중고등학생이었던 사람, 나쁜 여자나 나쁜 남자를 만나본 사람이라면 깊이 공감하며 읽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