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편적이고 현실적인 이야기
나무둥치를 떠나 어디론가 향하고 있는 길들이 대신 대답하는 것 같았다. 남들과 같을 필요는 없다고. 하지만 주저하며 머물러 있기만 해서는 어떤 길도 찾을 수 없다고. 인생이란 자기 앞에 펼쳐진 길들 중 자신의 길을 찾아 한 발, 한 발 나아가는 과정이라고. 그게 우리에게 주어진 가장 큰 축복이자 선물이라고…….
- <숨은 길 찾기>, 이금이 - 밀리의서재
연작 시리즈의 마지막인 <숨은 길 찾기>에서는 인물들 중에 가장 보통 중학생 같은 미르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엄마한테 짜증 내고, 버릇없이 말하고, 자기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잘 모르겠고, 주변에 잘 되는 사람 질투하는 미르가 주인공이어서 좋았다. 나의 모습이자 우리 집 중학생(우리 집 중학생은 훨씬 심하다)의 모습이었다.
그나마 위안이라면 소희가 외고를 포기해 그 합격 소식은 듣지 않아도 됐다. 바우의 생명과학고 합격은 조금도 부럽지 않았다. - <숨은 길 찾기>, 이금이 - 밀리의서재
쉽지 않았을 소희의 토로에 미르는 미안하게도 위안을 받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남의 불행을 위로하며 자기 행복을 확인한다. 미르는 누군가를 진정으로 위로하려면 먼저 자신의 상처를 드러내야 함을 깨달았다. - <숨은 길 찾기>, 이금이 - 밀리의서재
다 좋았는데, 너무 좋은 것만 얘기하면 재미없으니까 고개가 갸우뚱했던 부분을 얘기해 보겠다. <소희의 방>이나 <숨은 길 찾기>를 읽으면서 궁금했고, 다소 공감이 안 가는 부분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요즘 애들은 남친, 여친을 사귀는 게 자연스러운 건가? 모범생 소희도 그렇고, 바우나 재이도 그렇고, 주변 인물들도 그렇고 '사귀는' 사람이 있다. 중학생들이 사귀면 뭘 한다는 거지? 아니, 중학생이 공부를 해야지 누굴 사귀면 같이 놀고 싶고, 자꾸 생각나고 할 텐데 공부가 되나? 책에서처럼 건전하게 사귄다면 괜찮겠지만 실제로 이렇게 건전하게 사귀나? 그게 가능한가? 애초에 사귀는 행위 자체를 안 해야 하는 거 아닌가? 소설이라서 청소년 시절의 특징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겠지?라는 누가 보면 꼰대라고 할 수 있는 생각이 계속 들었다.
이것 빼고는 역시나 재미와 감동 모두 잡은 소설이었다. 3부작 시리즈의 마지막이 되기에 충분했다. 아이들이 성장하는 모습을 보는 것이 즐거웠다. 미르, 바우, 소희, 재이는 어떤 모습으로 커갈지 궁금하다. 저자는 <소희의 방>을 쓰게 된 계기가 <너도 하늘말나리야> 이후 독자들이 소희는 어떻게 됐어요? 하고 자주 물어서라고 했다.
나도 계속 떠올리게 된다. 미르는 그래서 어떤 직업을 가지게 됐어요? 소희는 명문대에 갔어요? 소희 새아빠는 이제 엄마 안 때려요? 한 번도 안 때렸어요? 바우는 대학 갔어요? 재이랑은 어떻게 됐어요? 재이랑 바우는 언제까지 사귀어요? 리나는요? 우혁이는 국제중 갔어요? 우진이 계속 귀여워요? 나는 한국엄마답게 애들이 대학은 어디 가고 전공은 뭘 택했는지가 사실 제일 궁금하다. 그리고 아이들이 어디서 어떤 모습으로 살고 있을지 이금이작가님이 계속 써주셨으면 하고 간절히 바라게 된다.
개정판 '작가의 말'에서도 작가님 자신도 아이들이 계속 생각나고 궁금하다고 하셨다. 희망을 걸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