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며칠 사이에 알코올중독이라는 말이 자주 들렸다
저번주에 마약예방교육 연수를 받고 왔다. 마지막 시간에 중독은 마약뿐 아니라 스마트폰, 도박, 알코올 등 여러 가지가 있으며 마약은 여러 가지 증상 중에 하나라는 말을 들었다.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말이었다. 평소 그 사람의 취약했던 부분이 중독으로 나타날 수 있으며 중독은 여러 가지 모습으로 드러난다.
연수 중 세 번째 강사가 자신의 알코올중독 경험을 들려주었다. 알코올중독에서 회복된 이후에도 술은 단 한 방울도 마시면 안 된다, 자신은 몇 년 후에 다시 알코올중독에 빠졌다, 그래서 스스로 폐쇄병동으로 눈물을 흘리며 들어갔다는 것이다. 그분의 말이 계속 머릿속에 남아 있어서 그런지 그날부터 알코올중독이라는 말이 계속 내 눈과 귀에 들어왔다.
요즘 히가시노 게이고의 <녹나무 파수꾼>을 오디오북으로 듣고 있다. 연수받고 온 딱 그날, 이야기 중에 알코올중독자가 나왔다. 피아노천재였다가 음악을 그만두고 배우한다고 했다가 그마저도 안 돼서 알코올에 중독된 것이다. 알코올에 중독되어 간경변과 청력상실까지 왔고 가족과는 이미 절연한 상태다. 그는 요양원에서(그마저도 어머니가 지원해 준 듯) 외롭게 생을 마친다. 요양원의 직원이 이런 말을 한다. '알코올중독은 고치지 못한다, 평생 관리해야 하는 것이다, 단 한 방울의 술도 마시면 안 되는데 그게 너무 어렵다'
요즘 빨래 개거나 식사 준비 하면서 <결혼지옥>을 본다. 한 선생님이 '그런 걸 보면서 아이들이 아, 우리 집은 아무것도 아니었구나! 이런 걸 좀 느껴야 한다'라고 말해서 보기 시작했다. 아주아주 작은 효과는 있는 것 같다. 어쨌든, 그 프로그램 안에 뭔가에 중독된 사람들이 자주 나온다. 도박, 게임, 스마트폰, 소비 등. 연수를 받고 온 다음 날, <결혼지옥>에 알코올에 중독된 아내이자 엄마가 나왔다. 어린 시절 부모로부터 학대당한 아픔과 상처가 성인이 되어서도 아물지 않아 그 취약성이 알코올중독으로 드러난 것이었다.
그러고 나니, 하나둘씩 여기저기서 들었던 술을 절제하지 못한다는 사례들이 떠올랐다.
한참 전에 봤던 <세바시>에서 어떤 연사가 자신의 두 딸 중 한 명이 알코올중독이었다고 고백했다. 고등학교까지 공부 잘하고 착한 딸이었는데 대학교 들어가서는 갑자기 달라졌다고 했다. 어느 날 경찰서에서 전화가 와서 받아보니 술 먹고 쓰러져있는 딸을 데려가라는 것이었다. 우리 딸은 차라리 지금 부모밑에 있을 때 지투더랄 다 하고 술 먹고 저러고 다니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간절히 바랐었다.
관심을 가지고 찾아보는 작가가 있었다. 아이 둘을 키우면서 글도 써야 하는 그녀는 낮에 한 두 모금씩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고 했다. 애 키우는 엄마가 술을 마신다고, 그것도 낮술 한다고 지탄받을 줄 알았는데 의외로 그런 사람들이 많고 그 부분을 공감해 주는 독자들이 많아 작가 자신도 놀랐다고 했다.
아이들이 어린이집 다닐 때 내 주위에도 밤에 혼자서 맥주 한잔 한다는 사람들이 꽤 있어서 그 작가의 행동이 크게 놀랍지는 않았다. 비록 낮술일지라도 얼마나 힘들면 그랬겠나, 애들 밥을 안 차려주고 계속 마시는 것도 아닌데라고 이해했다. 그런데 그 작가가 얼마 전에 죽었다. 혼자 지내다 사고로 죽었으며 자세한 사고 경위는 알려지지 않았다. 혹시...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알코올에 중독된 사람들을 보면 그 사람이 안 되었다는 생각도 들지만 그보다는 두려움이 더 크다. 그런 일이 누구에게나 있을 수 있을 것 같아서다. 술은 마약보다 훨씬 쉽게 구할 수 있고 모임에서 식사에서 술을 마신다. 술 먹고 잘못한 것은 봐주기고 한다. 그러니 알코올중독은 자연스럽게 괜찮은 것처럼 우리 생활 속에 들어와 앉을 수 있다. 나야 술을 왜 마시냐 우웩 하는 사람이라 스스로는 걱정이 안 된다. 그런데 자식 1호가 퍼뜩 떠올랐다. 불안하고 예민한 아이, 1호. 차라리 엄마 아빠 밑에 있을 때 지투더랄 실컷 하기를 바란다. 성인이 되어서 활개치고 다닐 생각을 하니 끔찍하다. 휴... 그러니까 결론은 뜬금없게 들릴 수 있겠으나, 애 키우기 참 힘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