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교사의 방학 중 어느 하루
경기도교육청으로 '마약예방교육' 연수를 들으러 갔다. 연수장은 5층인데 4층으로 잘못 알고 있었다. 분명히 처음 왔던 공문에 4층 대강당이라고 써져 있었다. 나처럼 그 앞에서 한참 기다린 선생님들이 몇 명 있었다. 학교에 전화해서 교감선생님께 공문 확인 부탁드려 확인해 보니 5층이라고 하셨다.
약 4시간 30분 동안 마약예방교육을 받았다. 매우 유용하고 재미있는 연수였다. 강사는 모두 세명이었는데 첫 번째 강사는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에 소속된 약사님이었다. 이름과 얼굴이 익숙하다 했더니 예전에 살던 동네에서 가끔 가던 약국의 약사님이었다! 나랑 같은 해에 태어나 무려 서울대 약대를 나오신 분이었고 친절하게 설명을 잘해주셔서 기억하고 있었다. 강의 중간에 숙면을 취하기는 했으나 여러 가지 마약 종류에 대해 배울 수 있었다.
두 번째 시간에는 대검찰청 마약과 수사관님이 오셨다. 역시 마약의 종류에 대해 간단히 설명해 주셔서 먼저 시간에 배운 마약 종류를 복습하듯 정리할 수 있었다. 수사관님은 실제 사례와 형사처벌절차, 수사사례를 영상과 실제 경험을 통해 알려주셨다. 수사관님 강의 후 '그래서 펜타닐 처방한 의사는 처벌받았냐'라고 질문하니 '처벌받은 의사도 있고 안 받은 의사도 있다'라고 했다. 의사가 '의사로서 판단해서 처방한 것'이라고 하면 법리적 절차가 상당히 복잡해서 모든 의사를 처벌하기는 매우 어렵다고 했다.
마지막 시간은 마약과 중독으로부터 회복과 재활을 돕는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 강사님의 연수였다. 마약뿐 아니라 여러 가지 중독은 그 사람의 취약성을 드러내는 하나의 증상이지 그 밑의 무의식과 마음을 치료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했다. 깊이 공감하며 들었다. 강사 본인의 약물(불법약물 아님)과 알코올에 중독된 경험을 솔직하게 말씀해 주셔서 더 몰입할 수 있었다.
오늘 연수를 들으면서 느낀 점.
1. 마약은 절대 하면 안 된다. 온몸에 기름을 두르고 불타는 고통을 느끼다 죽게 된다. 이빨 다 빠지고 온몸에 벌레가 기어가듯 가렵고 바퀴벌레처럼 더럽게 노예 같은 모습으로 살고 싶다면, 세상의 모든 통증을 느껴보고 싶다면 해도 된다.
2. 4시간 30분 연수는 너무 길다. 게다가 간식도 안 주고 생수 하나 준다! 배고프고 힘들었다.
3. 방학 중 연수는 시간과 장소를 명확히 하는 문자를 미리 보내주는 것이 좋다. 연수 운영 스태프들의 능력과 배려가 어느 정도인가 알게 되는 부분이다.
연수 끝나고 약국에 들러서 눈다래끼약, 비타민C를 샀다. 작은 약국 약제실에서 나오신 약사님은 키가 크고 말랐으며 나보다 15살에서 20살은 많아 보였다. 약사님이 "피곤하면 몸속의 염증이 그런 식으로 올라오니까 잘 쉬어야 돼." 약사님은 내가 마치 몇 번 본 아는 동생인양 친근하게 말씀하셨다. "저 잠 많이 자는데요..."라고 하니 "생각을 많이 하지 마"라고 하셨다. 의사나 약사나 피로 아니면 스트레스를 증상의 원인으로 많이 지적하는데, 이번에는 그 약사님 말씀에 고개를 끄덕이며 "네 알겠습니다"라고 대답했다. 요즘 은근히 스트레스가 있다.
자기 할 일은 잘 못하는 것 같은데 큰 소리만 치는 자식 1호, 내가 많이 사면 떨어지고 조금 사면 오르는 야속한 주식, 내 집은 안 오르고 남의 집은 팍팍 오르는 것을 지켜보는 화병 날 것 같은 심정, 밥도 많이 안 먹고 운동 열심히 하는 것 같은데 여전히 그대로인 몸무게와 출렁이는 뱃살 등... 뭐, 이 정도 스트레스는 함께 하는 거지!
왼쪽눈에 있던 다래끼가 약 먹고 나았는데 바로 오른쪽눈으로 옮겨갔다고 하니 약사님께서 어떤 약을 추천해 주셨다. 1포에 무려 7천 원이나 하는 몸의 염증을 없애준다는 약이었다. "이거 잘 들어~몸속에 있는 염증 다 없애"하면서 비싸니까 일단 두 개만 먹어보라면서 추천해 주셨다. 나는 알겠다고 고분고분 대답하고 약사님이 추천하신 약을 두 포 샀다. 다음에 다래끼가 나거나 입술에 수포 올라오면 이 비싼 약부터 먹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