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다 해당되네?!
두 번째 읽은 책.
작년 말부터 올해 들어오며 그동안 읽었던 책 중에 '다시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던 책을 또 보고 있다.
처음 읽을 때도 좋았지만 역시 다시 읽어도 좋다.
두 번째 읽었을 때는 처음 읽었을 때 보지 못했던 부분을 보고 새로운 각도와 시각을 가지게 된다.
처음 읽었을 때 그래그래 맞아맞아 하면서 봤던 부분은 반복해서 마음에 새길 수 있다.
인상 깊고 끌리는 책을 다시 읽는 것은 여러 모로 좋다.
사실 나는 '분초인간'이다. 분초인간이란 <트렌드코리아 2024>에 나온 10대 키워드 중 하나로 분과 초까지 나누어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사람이나 현상을 말한다. 분초인간은 '효율'과 '강박'이라는 특징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둘을 섞어서 표현하면 '효율에 강박적인 사람'. 과정도 중요하지만 결과에 꽤 집착하는 편이다. 책 읽는 활동에 적용해보자면 '나 이만큼 책 많이 읽는다'라고 스스로와 남에게(남에게 보여줄 일도 없는데) 보여주고 싶다. 세상에는 읽을 책이 너무도 많고 읽고 싶은 책도 흘러넘치는데 어디 지금 한가하게 읽은 책을 또 읽어!라는 생각을 하면서 말이다. 그래도 요즘은 생각의 편향(오류)이 많이 완화된 것 같다. 책을 많이 읽는 것도 중요하지만 하나를 읽더라도 깊이 있게 이해하고 책의 내용을 실천으로 옮기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는 것을 안다. 그렇기에 다시 읽고 싶었던 책을 하나씩 다시 보고 있다. 어쩌면 책을 최대한 많이 읽으려는 심리가 이 책에 나오는 오류들 중 하나일지 모른다.
가만히 있지 못하는 '행동편향' - 책을 많이 읽어야 한다. 읽은 책을 음미하며 또 읽는다? 왠지 정체되는 느낌이다.
'권위자 편향'- 권위자들이(유튜버, 학자, 부자) 책을 많이 읽으라고 했다. 1년에 100권은 읽어야 한다고 했다고!
이 책은 2022년 '강환국의 패밀리스터디'에 참여하면서 읽게 된 책이다. 매달 책을 한 권 정해주면 읽고 그에 대한 감상을 간단히 써서 제출해야 했다. 책이 재미있고 가독성이 있는 것은 물론이고 이 책에 나오는 모든 오류가 나에게 해당되어서 '맞아 맞아 끄덕끄덕'을 수없이 하고 거의 모든 챕터에 줄을 그으면서 읽었다. 이 책을 읽었던 달에 무려 '우수회원'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흐흐.
그러면 뭐 하나. 나는 이미 많은 오류들을 저지르며 살아왔고 책을 읽은 후에도 계속해서 오류를 범하며 살고 있다. 그래도, 그나마 어떤 생각과 행동이 오류인지 조금이나마 인지하게 되었다는 것을 작은 성과로 여기며 앞으로 더욱 현명한 결정을 내리면 되지 않겠느냐고 위로해 본다.
책에 나오는 긴 오류목록 중에 나의 가슴을 가장 후벼 파고 나에게 실질적 손해를 안겨준 오류 사례 하나를 적어보겠다.
그것은 바로 '소유효과'이다. '우리는 소유하고 있는 것을 소유하지 않을 때보다 더 가치 있는 것으로 느낀다. 달리 표현하면, 자신의 소유물을 팔 때 스스로가 그것에 대해 지불할 용의가 있는 가격보다 더 많은 돈을 요구한다.'
그러니까 벌써 약 2년 6개월 전. 나는 일시적 1 가구 2 주택으로서 기존 주택을 1년 안에 팔아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 기간 안에 팔지 못하면 아주 큰 금액의 세금을 내야 했다. 게다가 기존주택은 상당한 세금을 감수하면서까지 보유할 가치가 없었다. 여러 가지로 기존 주택을 팔아야만 하는 상황이었다. 당시는 부동산의 미친 상승기였던 21년 여름이었다. 집값이 정말로 무섭게 오르던 시점이었다. 나는 '그렇지. 바로 이거야. 비싸게 팔아야 해! 적어도 00은 받아야지!'하고 결의를 다졌다. 매도 기한까지 약 6개월 남은 시점에 살고 있던 아파트를 부동산에 매물로 내놓았다(으휴, 진작에 내놓아야지. 기한이 정해진 매물을 6개월 전에 내놓는 것은 너무 늦다). 당시만 해도 나는 부동산 가는 일이 부담스러웠고, 괜히 일찍 내놨다가 싼 값에 팔려버릴까 봐 처음 계획했던 시기보다 조금 늦게 부동산에 연락했다.
그즈음, 같은 아파트에 살던 지인이 00이라는 실거래가를 기록하며 집을 매도했다. '우리 집 층이 더 좋잖아. RR이라고. 로얄동 로얄층 몰라?' 나는 최소한 지인의 매도가보다 많이 받고 싶었다. 시간적 여유도 조금 있고 집값 상승기였기 때문에 나는 고자세였다. 그런데 한 달, 두 달이 지나도 집이 안 팔린다. 이상하다, 이게 아니지, 그래도 집값은 못 내리지, 00는 받아야지,라고 여전히 나만의 세계에서 푸른 꿈을 키우고 있었다. 그렇게 매도 기한까지 약 3달이 채 남지 않은 시점까지 입질조차 오지 않았다. 그때 나는 현실을 직시하게 되었다. 부동산의 미친 상승기는 내가 집을 내놓을 당시 이미 끝물이었고 사람들은 우리 집 호가가 너무 높다고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내 집을 소유한 사람으로서 '최소한 이 정도는 받아야지'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초등학교 가깝지, 마트 가깝지, 초등학교 가깝지, 길만 건너면 버스 많이 다니지, 인테리어 되어 있지, 이거 너무 싼 거 아니야?라고 내 집을 평가하고 있었다. 그러나 사람들은 '이 가격에 이 집이면 옆 동네가 더 낫지 않나? 그리고 여긴 지하철역도 없잖아. 몇 천 내려주면 모를까 이 정도 주면서까지 살 집은 아니야'라고 판단하고 있었던 것이다. 시장상황과 매수자의 입장에서 생각하며 매물을 내놓았어야 했고 호가도 조정해야 했다. 시장은 이제 상승기를 끝내고 비싸서 더는 못 사겠다며 거래가 거의 이루어지지 않게 되었다. 그런데 나는 그런 것 따위는 안중에도 없었으며 '나 혼자' 내 아파트의 집값을 터무니없이 높이 평가하고 있었다.
결국, 나는 어떻게 했을까. 약 3주간을 '왜 집 안 팔려, 이렇게 좋은 집을 왜 안 사!' 하며 밤을 지새우고 피눈물을 흘렸다. 이 사람 저 사람한테 집을 보여주고 제발 집을 사달라고 애걸복걸했다. 매수의사를 밝힌 사람이 집값을 후려치며 나를 쥐락펴락했다. 나는 결국 우리 아파트 단지 내 매도 실거래가 최고점에서 1억 넘게 내려간 가격으로 겨우겨우 집을 팔게 되었다. 그것도 감지덕지하면서.
그럼 이제 <스마트한 생각들>이라는 책을 두 번이나 읽었고 생각의 오류가 얼마나 엄청난 맘고생과 금전적 손해를 입히는지 알게 되었으니 나는 스마트한 생각을 하게 될까? 글쎄... 그건 잘 모르겠다. 그러나 책과 경험으로 쌓은 지혜가 아주 조금은 다음번 결정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기대한다. 제발 그러기를 바란다.
저자 역시 말한다.
"도벨리 씨, 당신은 생각의 오류 없이 살아가는 일을 어떻게 해냅니까?"
대답인즉, 나도 그렇게 하지는 못한다는 것이다. 좀 더 자세히 말하면, 나는 그렇게 하려고 시도한 적이 전혀 없다. 생각의 오류를 피하려고 하는 것은 소모적인 일이다....... 내가 수집한 생각의 오류 목록을 꺼내서, 마치 파일럿이 체크리스트를 보듯이 그것들을 하나씩 살펴 나간다....... 만약에 피해 가능성이 작다면 그런 일에 머리를 싸매지 말고 오류가 생기더라도 그냥 두어라. 당신은 그렇게 함으로써 더 나은 삶을 살게 된다.
자연은 우리가 어느 정도 안전하게 우리의 인생을 헤쳐 나가는 한, 그리고 중요한 결정일 때 우리가 주의를 기울이는 한 우리가 내리는 결정들이 완벽한지 그렇지 않은 지에는 별로 신경 쓰지 않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