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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은꽃 Aug 01. 2024

황금성

2024 여름방학 어린이 책 읽기 프로젝트 3

주인공 메이지, 배경은 아마도 하와이인 듯

  6학년 추천도서에 있는 책인 것 같다. 3~6학년 책 구분 없이 쓸어왔기 때문에 몇 학년 추천도서인지 알 수 없지만 그중에 두꺼운 책에 속한다. 몇 학년 추천도서인가가 별로 중요한 것은 아니지만. 표지도 예쁘고(역시 책은 표지가 예뻐야 한다) 이전에 얇은 책을 읽었으니 이번에는 두꺼운 책으로 골랐다. 재미와 정보, 감동 모두 잡은 책이다. 


  주인공 메이지는 엄마 샬럿과 함께 오마와 오파가 사는 미네소타주(州) 라스트찬스라는 마을에 온다. 메이지의 여름방학 동안 몸이 쇠약해진 오파를 만나러 엄마의 고향에 온 것이다. 메이지는 중국계 미국인이고 메이지의 엄마도 그렇다. 오마와 오파도 역시 중국계 미국인. 오마와 오파가 중국어로 할머니, 할아버지인가? 싶지만 오마와 오파는 독일어로 할머니, 할아버지라는 뜻이다. 어렸을 때부터 친하게 지낸 독일인 가족에게 영향을 받아 이렇게 부르게 된 것이다.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아시아인으로서 미국에서 살아가면서 겪는 차별과 혐오에 대해 이야기한다. 무거운 주제지만 메이지라는 11세 소녀의 시각에서 이야기를 풀어가기에 쭉쭉 읽을 수 있다. 하지만 읽는 내내 마음이 가볍지 않았다. 이렇게 오랫동안, 심하게 아시아인이 미국에서 차별받아 온 줄 몰랐다. 


 오마와 오파는 미네소타 라스트찬스에서 중국음식점을 운영한다. 오파의 할아버지 때부터 이어온 것이다. 가게 앞에는 오마의 할아버지인 러키가 장사를 시작하면서부터 자리를 지킨 커다란 곰 조각상(버드)이 있다. 버드는 가게의 상징과 같다. 어느 날 버드가 사라지고 그 자리에는 조각상을 찾고 싶으면 돈을 가지고 오든가, 너네 나라로 돌아가라는 협박편지가 남았다. 우여곡절 끝에 곰 조각상 버드를 찾았지만 며칠 뒤 다시 버드의 몸에 아시아인 혐오표현이 페인트칠된다. 


  이 사건과 함께 러키의 미국 정착기가 이어진다. 러키는 메이지의 할아버지인 오파의 할아버지다. 오파가 러키에 대한 이야기를 메이지에게 들려주는 것이다. 와... 러키가 정말 고생 고생 쌩고생을 한다. 당시 많은 중국인들은 철도 건설 노동자로 일했는데 목숨이 왔다 갔다 하는 험한 일을 도맡았다. 임금도 제대로 받지 못했다. 도둑으로 몰리고 두들겨 맞는다. 러키가 차린 가게에 불이 세 번이나 난다. 누군가 일부러 불을 지른 것이다. 이 모든 것의 이유는 단지 러키가 중국인이라는 것이다. 현재를 살고 있는 메이지도 아시아인이라는 이유로 놀림을 받는다. 라스트찬스 동네에서 모르는 여자아이가 메이지를 항해 손가락으로 자신의 눈을 양쪽으로 찢는 행동을 한다. 


  이 책의 저자(리사 이)는 책의 마지막 부분을 쓰는 동안 아시아계 미국인에 대한 혐오 범죄가 차츰 늘어났다고 했다. 이 책이 우리나라에서 나온 것이 2023년 7월이니 저자가 이 책을 쓴 것은 아마도 21년이나 22년이었을 것이다. 코로나 이후 서양인들은 아시아인에 대한 혐오를 굳이 숨기지 않았다. 코로나가 중국에서 시작되었다는 명분을 내세우면서. 서양 국가에서 아시아인에 대한 묻지 마 폭행 사건이 많이 보도되었다. 내가 즐겨보는 30대 중국계 미국인 여성의 유튜브 채널이 있다. 그 유튜버는 한 영상에서 아시아로 이사 갈 계획이 있다고 말했다. 최근 몇 년간 아시아인에 대한 혐오와 범죄로 밖에 혼자 나가는 것이 두려웠다고 했다. 자신과 비슷한 외모를 가진 사람들이 사는 나라에서 안도감을 느끼므로 이사를 가는 것도 진지하게 고려하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미국에서 나고 자라 영어를 모국어로 하며 살아가는 사람이 저 정도인데, 150년 전 미국에서 동양인들은 어떤 취급을 받았을까. 러키의 고생담은 물론이고 메이지가 겪는 일을 보면서 화가 나면서도 무력감을 느낀다. 


  20년 전에 유럽 배낭여행을 갔다. 벨기에 브뤼셀에서 야경을 보러 같은 민박집에 머물던 여자 친구들과 길을 걷고 있을 때였다. 어떤 남자들이 차를 타고 지나가면서 우리에게 비비탄을 쏘았다. 곤니치와, 차이니즈라고 외쳐대면서. 브뤼셀 지하철 안에서는 한 무리의 거지 같은 아저씨들에게 둘러싸여 위협을 당했다.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듣지 못했지만 분명히 상스럽고 모욕적인 말이었음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멀리 갈 것도 없이 우리나라에서도 중국인이나 동남아에서 온 노동자들을 차별한다. 편견은 기본이고 혐오를 여과 없이 드러내기도 한다. 나는 여기서 자유롭냐 하면 그렇지도 않다. 나 역시 다르게 생긴 사람들이나 외국인에 대해 편견을 가지고 있으며 차별적 언어를 쓴다. 우리나라보다 못 사는 나라에서 온 사람에게는 물론이고 백인에게도 마찬가지다. 반면 나를 포함한 우리 대부분은 백인에게는 호의적이고 그들로부터 인정받고 싶어 한다. 앞뒤가 맞지 않는다. 미국에서 동양인이 받는 차별도 문제지만 당장 나부터 외국인에 대한 편견을 가지고 있지 않은지, 혐오나 차별적 표현을 쓰지 않았는지 냉정하게 생각해봐야 한다. 



... 유럽에서 오는 이주자는 몇 시간 안에 입국 절차가 끝났지만 중국인 이주자들이 샌프란시스코의 앤젤섬이나 뉴욕의 앨리스섬을 통해 입국할 때는 몇 주, 몇 달, 어떤 경우에는 이 년이나 걸리기도 했어. 이주자들은 그동안 유치장에 있거나, 심지어 중국으로 돌려보내지기도 했어. 296쪽


식당에도 파리가 날리기 시작했지. 지금까지 편견을 숨기고 지내던 수많은 사람이 마음껏 편견을 드러냈어. 305쪽


세월이 흘러 아시아인들이 거의 살지 않는 지역으로 이사를 했더니, 갑자기 낯선 사람들이 "어디 출신이에요?"하고 묻기 시작했어요. 제가 "로스앤젤레스요."라고 대답하면, 질문이 돌아왔어요. "아니, 어느 나라에서 왔느냐고요." 그전까지 저는 제가 중국인이라는 사실을 별로 의식한 적이 없었어요. 저는 그냥 저였으니까요. 354쪽


제가 메이지 이야기의 마지막 부분을 쓰는 동안, 아시아계 미국인에 대한 혐오 범죄는 차츰 늘어났습니다. 저는 괴로운 마음으로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생각했지요. 그다음에는 스스로에게 이렇게 말해 주었습니다. 계속 글을 써야 한다고요. 361쪽




황금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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