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방학 중 어린이 책 읽기 프로젝트 2
둘째가 추천해 준 두 번째 책. 마지막에 감동적이라고 해서 결말이 대충 짐작되었다. 결국에는 초록이와 새리가 화해하고 진짜 우정을 시작한다는 이야기. 아, 너무 처음부터 스포인가. 그런데 대충 짐작이 가지 않나... 이 책의 재미있는 점은 결말보다는 단톡방에서 대화와 실제 만남에서 아이들의 말과 행동이다. 책을 읽으면서 나도 이랬었지 하면서 공감했다. 어렸을 때는 누군가를 따돌리기도 했고 따돌림을 당해보았다. 다 커서는 오프라인에서 은근히 소외되는 경험을 해보았다. 스마트폰으로 단톡방을 쓰면서 소외당하거나 소외시킨 일은 없다. 하지만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성인 중에 단톡방에서 크고 작은 사건 겪어보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마음 상하는 일 없었던 사람 있을까? 없을 거라고 확신한다.
내가 어렸을 때는 단톡방이라는 것이 없었다. 성인이 되어 단톡방을 이용하면서 겪은 황당한 일은 하나 정도 있다. 어린이집 같은 반 엄마들이 모인 단톡방이 있었다. 거기서 우리는 아이들 얘기나, 어린이집 공지, 어디서 만나서 놀자, 같은 얘기를 주로 했고 일상을 수시로 나누지는 않았다. 그런데 그중 한 엄마가 갑자기 제니가 성행위를 연상시키는 행동을 하는 부적절한 영상을 올린 적이 있다. 이런 걸 왜 올리지? 해킹당했나? 황당하고 놀라서 물어봤다. "00 엄마, 해킹당한 거예요?"라고 물으니 아니라고. 다른 엄마들은 '제니 왜 그래'와 같은 응답을 해주었다. 해킹당한 것이 아니라는 답변도 어쩌면 자신이 하는 것이 아닐 수도 있다고 생각해서 나는 당장 그 방을 나왔다. 그 영상을 본 사람도 같이 처벌받을 수 있으니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아야 한다고 한다. 그 증명을 남기기 위해 화면을 캡처하고 나오는 것이 좋다고 하는데 그것은 나중에 알았다. 그 후, 그 영상을 올린 엄마를 피해 다녔다. 그 영상 왜 올린 거냐고 물어보고 싶었지만 물어볼 용기가 나지 않았다. 아이들 책 이야기 하면서 이야기가 너무 산으로 간 것 같은데...... 단톡방의 폐해를 떠올리다 보니 이 사건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이 책에서 나오는 상황은 아이들 사이에서 흔하다. 질투하고 험담하고 양쪽 얘기 들어보지 않고 한쪽 말만 듣고 따돌리는 일. 아닌가? 나만 그런가? 앞에서도 말했지만 나는 학교 다닐 때 이런 상황을 겪기도 했고 보기도 했고 현재 학교에서도 매년 본다. 그 정도가 심하냐 약하냐 일뿐이지 언제 어디서든 있는 일이다. 아이들 이 단톡방을 만들고 그 단톡방에 '있는' 사람을 험담하고, 단톡방에 '없는' 사람을 험담하고, 이상한 사진을 올리는 경우도 많다. 물론 어른도 마찬가지. 그래서 학교에서는 학교 차원에서, 또는 학년 차원에서 단톡방을 금지하기도 한다. 최근에 우리 반 아이들이 단톡방을 만들었다는데 벌써 몇 차례 제보가 들어왔다. 누가 합성사진을 자꾸 올린다고. 그 합성사진은... 고양이와 개의 합성사진 같은 것. 어른들이 생각하는 그런 이상한 것은 아니다. 일단 아이들이 단톡방을 이용해 보고 직접 문제점을 느끼고 시정할 수 있는 기회를 주려고 한다. 아직은 뭐 다들 즐기는 단계인 것 같다.
언제부턴가 다짐하고 실천하려고 노력하는 것 중 하나가 남의 험담하지 않기다. 온라인이든 오프라인이든. 잘 지키고 있는 것 같은데 솔직히 남편한테는 좀 하는 편이다. 남편에게 누군가를 험담하면 새나갈 일은 없으니까. 그리고 사람이란 험담을 안 하면서 살 수는 없으니까. 하나 더 지키려고 하는 것은 어떤 상황에서든 양쪽 이야기를 들어보려고 하는 것이다. 실제 상황에서는 최대한 그렇게 하려고 하고 신문에서 기사를 접할 때도 그렇게 한다. 예를 들면 상속세를 유지하자는 쪽과 내리자는 쪽, 양쪽의 이야기를 다 읽어보려고 한다. 얼마 전 서울 시청 근처에서 있었던 급발진 사고로 여러 명이 죽거나 다쳤다. 그 사건도 한쪽은 급발진이라고 하고 한쪽은 운전자의 과실이라고 한다. 양쪽의 상황을 모두 상상해 본다. 그리고 섣불리 한쪽 편에 서지 않으려고 한다.
읽고 자신의 경험과 느낌을 얘기하기에 이 책이 매우 유용할 것 같다. 사이버 예절 교육을 이렇게 관련 책을 읽고 서로 이야기를 나누는 방식으로 해도 좋을 것이다. 여기저기서 이야기가 줄줄 나올 듯.
#단톡방 #단톡방을나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