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작은꽃 Aug 05. 2024

프런트 데스트 FRONT DESK

2024 여름방학 어린이 책 읽기 프로젝트 6



꽃무늬 바지를 입은 사랑스러운 주인공 미아. 켈리 양 지음, 이민희 옮김. 


여름방학 맞이 어린이책 읽기 여섯 번째 책. 


  재미있어서 금방 읽었다. 어제 시댁에 갔는데 할 일도 없고 지루해서 아이들에게 소리 내어 읽어주었다. 그러다 보니 반절 정도 남아있던 분량을 다 읽었다. 학교에서 인권과 다양성 교육을 하다 보니 아무래도 관련 주제의 책들이 권장도서로 선정되는 것 같다. 인종차별과 이주민 정착의 어려움을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황금성>하고 비슷하다. 똘똘한 여자아이가 주인공이라는 점에서도 그렇다. <황금성>의 메이지도, <프런트 데스트>의 미아도 중국계 미국인이고 귀엽고 당찬 아이다. 메이지는 어느 정도 정착한 상태라면 미아와 미아의 가족은 아직 제대로 정착하지 못했다. 메이지는 현대를 배경으로 하고 <프런트 데스크>의 미아는 1990년대 초반 이주해 와서 정착하는 과정에 있다. 


  1990년대 전후로 중국의 전문직 또는 지식인들이 중국은 절대 바뀌지 않을 거라고 예상하여 미국으로 많이 이주했다고 한다. 그런데 중국은 그 후 현대화, 개방화되어 오히려 중국에 남아 있던 어느 정도 교육을 받은 사람들은 잘 먹고 잘 살게 되었다고 한다. 미아의 엄마와 아빠는 중국이 변화하기 전 시기에 자유를 찾아 중국을 떠나 미국으로 왔다. 중국에 남아 있던 사람들과 중국을 떠나 미국에 온 사람들의 삶의 수준이 확 벌어지게 된다. 


  미아의 엄마는 수학과 로켓을 좋아하는 엔지니어였다. 아빠가 중국에서 하던 일은 구체적으로 나오지 않았지만 아빠 역시 지식인층이었던 것 같다. 하지만 미국에 와서는 둘 다 중국에서 하던 일의 전문성을 살리지 못하고 식당에서 일하게 된다. 그리고 이곳 '칼리비스타 모텔'의 관리인이 된다. 모텔의 주인은 야오라는 중국계 미국인인데 칼리비스타 말고도 다른 지역에 모텔이 많고 상당한 부자이다. 하지만 미아의 엄마아빠에게 착취 수준의 일을 시키고 임금도 제대로 지불하지 않는다. 미아의 부모님에게는 그나마 이곳이 나은 직장이었기에 어쩔 수 없이 모텔 관리인으로 일한다. 똑똑하고 속 깊은 미아는 스스로 프런트 데스크에서 손님들의 체크인과 체크아웃을 도맡아 한다. 모텔에는 장기 투숙자들이 있는데 그들과 가족처럼 지내게 되고 모텔에서 일어나는 사건, 사고를 함께 겪으며 해결해 간다. 


 


  미아의 엄마아빠는 하루 종일 객실 청소, 건물 수리, 손님 관리를 하고 밤중에 오는 손님을 맞기 위해서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한다. 미아의 부모님은 매일 몸이 부서지도록 일하지만 형편이 나아지질 않는다. 책 표지 속의 미아는 꽃무늬 바지를 입고 있는데 헌 옷 가게에서 뭉치로 싸게 파는 옷이다. 열심히 일하는데도 미아네는 그만큼 가난하다. 같은 반 친구 멕시코 이민자 루페도 비슷한 처지다. 미아와 루페는 절친으로 지내며 가난의 롤러코스터에서 함께 내리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미아는 근처 학교에 다니는데 하필 같은 반에 모텔의 악덕 사장 야오의 아들 제임스가 있다. 제임스와는 처음부터 사이가 좋지 않았는데 어느 날 제임스가 미아에게 좋아한다는 고백을 하게 된다. 미아는 징그러운 뱀이 자신의 뱃속을 지나가는 느낌을 받으며 매몰차고도 분명하게 거절한다. 이후로 제임스의 괴롭힘은 계속된다. 


  어느 날 미아의 엄마가 모텔에 돈을 훔치러 온 불량배들에게 습격을 당하게 된다. 피를 흘리고 길거리에 쓰러진 엄마를 미아가 발견한다. 미아의 엄마는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고 몇 백만 원의 치료비를 내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병원에서 엉엉 울며 미아네 가족과 의사, 병원 사이에 소란이 일어난다. 아시아계 미국인들의 유튜브를 즐겨 보는데, 그 유튜버들 중 한 사람의 엄마도 이민 와서 가게를 운영할 때 돈을 노린 사람에 의해 얼굴에 칼로 상처를 입게 되었다고 한다. 그는 아직도 엄마가 당한 일을 생각하면 무섭고 눈물이 난다고 했다. 그의 엄마도 그 일 이후 사람들을 만나는 것을 두려워하게 되었다고 했다. 


  미아는 그 모든 일들에 우울해하지만 절망하지 않는다. 씩씩하게 해결해 간다. 미아의 엄마는 미아에게 너는 원어민처럼 영어를 잘할 수 없다고, 백인들이 자동차라면 너는 자전거라며 영어보다 수학을 잘해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미아는 영어를 좋아하고 영어로 편지를 쓰면서 글쓰기 실력을 향상시키고 자신과 주변의 문제를 해결한다. 엄마 나를 믿어주세요, 라며 차근차근 몇 번이고 글을 쓰고 고치는 미아가 대견하다. 그렇게 미아는 책 말미에서 아주 엄청난 일도 해낸다. 현실에서 과연 가능할까 싶기는 하지만 안 될 것도 없는 일이다. 미아는 그걸 해낸다. 


  이 이야기는 저자의 실제 경험을 소설로 각색하여 만들었다고 한다. 마지막 <저자의 말>에서 저자는 다양성의 포용이 얼마나 중요한지 말한다. 나는 다양성에 대해서 얼마나 열려있는가. <황금성>에 이어 <프런트 데스크>를 통해 느끼고 생각하게 되었다. 



다양성의 포용


작가의 이전글 5번 레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