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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ts meaningless Jan 25. 2023

무얼 보고 들으며 살아왔나요?

한 사람의 신경망은 그 사람의 전부다.

작년 5월 7일, 여수에서 한 여성이 칼에 7차례 찔려 숨졌다. 범인은 남편이었다. 남편은 아내가 바람을 피운다고 생각했다. 주말 부부 생활로 시작된 의처증이 잦은 가정폭력으로, 마지막엔 비극적인 살인으로 이어졌다. 


이런 의처증을 '부정망상'이라 부른다. 부인 또는 남편이 상대방의 정조를 의심하는 망상성 장애이다. 주로 기저 성격이나 자존감의 하락, 열등감 그리고 정서적 학대나 과거 애착문제에서 비롯된다. 정신적인 문제를 딱 하나의 원인으로 단정할 순 없다. 하지만 우리가 겪어온 환경이나 경험이 무의식에 영향을 줄 순 있다. 


책 '소셜애니멀'에서는 잘 살고 못 살고의 문제가 무의식에 달려있다고 말한다. 못 사는 사람들은 무의식적 기술이 몸에 배어있지 않다고 한다. 무의식적 기술이란 공손하게 대하는 법, 기분이 좋지 않아도 사람을 대하는 법 등 주로 관계 형성에 관한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못 사는 사람들 자기의 운명은 자신이 개척할 수 있다는 근본적인 신뢰를 갖지 못한다고 한다. 또한 굉장한 결과를 안겨주는 제안에도 자신감이 없고, 지금 희생하면 나중에 좋은 결과가 올 것이라는 믿음을 갖지 못하는 경향을 보인다고 한다. 즉, 내가 어떤 무의식을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 미래가 바뀐다는 것이다. 


내가 어떻게 살아왔느냐가 곧 나를 결정한다. 한 사람이 일상생활을 해 나갈 때, 자기 안에 저장된 여러 가지 유효한 모델을 바탕으로 기대할 수 있는 모형을 만들어 낸다고 한다. 여기서 내 안에 저장된 모델은 나의 환경, 경험으로부터 만들어진다. 


그렇다면 산만한 환경, 불법을 일삼는 친구들, 폭언과 폭력을 행사하는 가족과 함께 커온 사람은 어떤 모델을 만들어 세상을 이해할까? 물론 어릴 적부터 불우한 환경에 둘러싸였다고 해서 성인이 될 때까지 같은 성향을 보이란 법은 없다. 그러나 부정적인 환경을 오랫동안 곁에 두는 걸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면 위험하다. 


다음의 내용을 보면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뇌는 정보를 저장하기 위해서 시냅스를 만든다. 이 시냅스는 신경망의 기초가 된다. 우리가 아는 모든 정보는 '신경망'이라는 네트워크에 담겨있다. 신경망은 경험을 구체화해서 담고 있으며, 뇌는 인생을 기록한 기록물이다. 한 사람의 신경망은 이 사람의 습관, 개성, 기호가 물리적으로 표현된 것이다. 한 사람의 신경망은 그 사람의 전부다. 


위 내용을 종합하면 하나의 경향이 생긴다. 뭐든 일반화하는 건 위험하지만 쉽게 표현하기 위해 이렇게 말하고 싶다. '긍정은 긍정을 낳고, 부정은 부정을 낳는다.' 지금의 내 꼴을 두고 유전자 탓을 할 수 있다. 하지만 나는 뱃속에서 어떤 유전자를 받을지 고민하며 세포 분열하지 않았다. 내가 선택한 일에 대해 책임져야 한다. 포기하지만 않는다면 변할 기회는 얼마든지 남아있다. 부정의 늪에 빠져 삶을 한탄하지 말자. 


안타깝게 돌아가신 엄마의 세 아이는 세상을 어떻게 채우며 살아갈까. 도화지의 한 모퉁이가 까맣게 칠해졌다. 그래도 아직 하얀 부분이 많다. 알록달록하게 채울 수 있다. 물감을 들자. 서로가 서로에게 따뜻해야 할 이유가 여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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