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답은 거울 뉴런.
초등학교 4학년 때, 담임선생님이 숙제를 냈다. 분리수거한 느낀 점을 아이들에게 말하는 것이었다. 그날 밤, 플라스틱과 캔을 나눠 봉투에 담았다. 이게 분리수거구나. 흐뭇하게 잠들었다. 다음 날, 선생님은 1번부터 4명씩 아이들 앞에 세웠다. 각자 어떻게 분리수거했고 느낌은 어땠는지 한 마디씩 했다. 내 차례가 되었다. 반 친구 전체가 보는 앞에 섰다. 말문이 나오지 않았다. '분리수거해서 좋았습니다' 이 짧은 말을 꺼내지 못했다. 사람들 앞에 서서 말하는 게 쉽지 않았다. 그 자리에서 말없이 흐느꼈다. 부끄러웠다.
1992년, 이탈리아의 파르마대학교 연구자들이 짧은꼬리원숭이의 뇌를 연구하다 이상한 현상을 발견했다. 사람이 땅콩을 집어먹는 모습을 보기만 했는데도, 원숭이는 실제로 땅콩을 먹을 때와 동일한 반응을 나타냈다. '거울 뉴런' 이론이 여기서 시작했다. 거울 뉴런은 타인의 행동을 거울처럼 따라 하는 신경세포이다. 뇌에 있는 뉴런은 주변에 있는 다른 사람들의 패턴을 자동으로 재연한다. 가장 대표적인 예는 영화에서 볼 수 있다. 열심히 폭탄을 해체하는 주인공, 남은 시간은 3초. 우리는 자리에 앉아있을 뿐인데 주인공과 똑같이 긴장한다.
거울 뉴런은 반복과 관련이 있다. 자주 접하면 조금씩 닮아 간다. 어떤 환경에 나를 드러냈는지, 무엇을 계속 듣고 보며 자랐는지에 따라 가치관이 바뀐다. 반복이 쌓여 하나의 경향을 만들고 지금의 나를 만든다.
나는 무엇을 접하며 살았을까? 초등학교 4학년, 풍족한 집안이 아니었다. 부모님은 맞벌이하느라 나를 가르칠 여유가 없었다. 자식을 돌볼 시간조차 없었다. 그래서 할머니, 할아버지와 살았다. 이런 이유로 남들보다 말을 못 한 걸까. 어쨌든 망신당한 그때부터 꿈이 생겼다. '말을 잘하고 싶다.‘ ’자신감이 있으면 좋겠다.' 꿈을 이루는 방법은 모르지만, 마음만은 놓지 않았다.
방에서 혼자 말하기 연습을 했다. 친구들에게 먼저 말을 붙였다. 반장선거에 나가고 무대에서 노래했다. 부끄럽지만 계속 말했고 나서기를 포기하지 않았다. 부반장, 과 대표, 행사 진행, 나중엔 200명의 부하 앞에서 일장 연설을 하는 지휘관이 되었다. 조금씩 나아졌다. 지금은 사람들 앞에 서서 말하는 게 딱히 어렵지 않다. 말하기를 반복하고, 자신감을 가져야 할 상황에 나를 놓은 덕분이다.
생각이 바뀌면 행동이 바뀐다. 행동이 바뀌면 인생이 바뀐다. 바뀌고 싶다는 생각을 그만두지 않았다. 꾸준히 행동했다. 결국 변했다. 핵심은 반복해서 행동하고 원하는 환경에 나를 계속 노출하는 것이다. 바라는 모습이 있다면, 그 생각을 놓지 말자. 목표를 향해 이것저것 계속 해 보자. 거울 뉴런이 증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