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적 귀인오류라고 들어 봤나요.
기분이 안 좋으면 서슴없이 욕을 하고 짜증을 내는 사람이 있었다. 내가 모시던 과장이었다. 나는 그 과장의 실무자였다. 하루는 과장이 나에게 심부름을 시켰다. 나는 밖으로 나갔다. 내가 없는 사이에 과장이 내 이름을 불렀다. 심부름시킨 걸 깜빡하고 날 찾은 것이다. 나는 돌아오면서, 과장이 하는 말을 들었다. '그놈 분명 어디 가서 내 뒷담화나 하고 있을 거야.' 내 인생에 몇 안 되는 억울한 순간이었다.
타인의 행동이나 말을 평가할 때, 주로 외부 상황을 고려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자면 이런 것이다. 출근 첫날 늦게 출근한 신입사원을 게으르다고 평가한다. 치과의사가 관련 없는 의학지식을 얘기해도 신빙성 있게 들린다. 이를 일컬어 '기본적 귀인오류'라 한다.
나도 이런 오류를 저질렀었다. 직급의 높낮이에 따라 수준을 매겼다. 회의 때 부하가 제시한 아이디어가 편협한 의견으로 들렸다. 반대로 직속 상사가 하는 얘기는 무슨 소리를 해도 맞는 말처럼 느껴졌다.
뇌는 효율성을 추구한다. 하나의 현상을 다각도로 놓고 고민하기보다, 이해하기 쉬운 모델로 대입하여 판단한다. '시간을 못 지키는 사람은 게으르다.’ ‘직급이 낮으면 지식수준도 낮다.’ 이런 식의 모델을 만들어 놓고 비슷한 상황이 오면 고민 없이 대입해 버린다. 그래야 뇌가 일하는 에너지를 아낄 수 있기 때문이다.
세상을 단순하게 보는 건 좋다. 하지만 내가 만든 모델이 얼마나 신뢰할만한지는 따져봐야 한다. 나는 상사를 험담한 적이 없었고, 내 부하는 회의에서 편협한 의견을 내지 않았다.
이런 오류를 저지르지 않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건 세 가지다. 첫째는 지레짐작하지 않기, 둘째는 과거의 이미지로만 판단하지 않기, 셋째는 겉모습만 믿지 않기. 얼마나 지킬지 모르겠다. 그래도 내가 만든 모델을 살피고, 필요하다면 깰 줄도 알아야 한다. 그런 과정이 성장이라고 생각한다.
오늘 ‘틀에 갇혔다.’ ‘고집이 있다.’는 말을 들었다. 반박하지 않았다. 돌아와서 내가 어디에서 고집을 부렸을까 되짚었다. 온종일 속이 아팠다. 그래도 내 안에 갇혀있는 것보단 낫다. 성장통이 관절에만 있는 게 아닌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