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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ts meaningless Jan 29. 2023

안 되는 거 왜 계속 하라는 건데?

인지부조화

한국 전쟁 때 중공군에게 잡힌 미국 포로들이 있었다. 이들은 전쟁이 끝났는데도 여전히 공산주의를 찬양했다. 가혹한 고문으로 세뇌당한 것일까. 신기하게도 포로들은 폭력이나 강압을 당하지 않았다. 무엇이 이들을 바꿨을까? 한 문장이다. 포로들은 종이에 이 한 문장만 쓰면 공짜로 담배를 얻을 수 있었다. '나는 공산주의를 찬양합니다.'


자신의 신념과 행동이 반대되는 일이라도 직접 참여하고 반복하면, 결국 태도와 행동이 일치된다. 이를 인지부조화라고 한다. 엄밀히 말하면 믿는 것과 행동하는 것의 불일치인 상태가 인지부조화이고, 이를 해소하려는 방법의 하나가 자기 합리화이다.


이 포로들은 처음에 고민한다. ‘담배 한 갑에 조국을 팔아도 되는 걸까?’ 이렇게 인지부조화가 일어난다. 다음에 담배를 받으면서 공산주의를 찬양하는 문장을 쓰고 이렇게 생각한다. ‘나는 조국을 판 게 아니다. 사실 공산주의도 좋은 면이 있다.’ 포로들이 자기합리화한 것이다. 이렇게 중공군은 간단한 방법을 반복하며 미군의 신념을 바꿨다.


계속 반복하면 그 방향으로 태도와 행동이 일치한다. 이 방식을 우리 삶에 잘 활용하면 큰 성장을 끌어낼 수 있다. 나는 할 수 없다고 하는 일들을 해낼 수 있다. 즉, 한계를 넘을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절대는 없다)     

나는 맥주병이었다. 바닷가 동네에서 자랐지만 수영을 못했다. 물에 트라우마가 있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어릴 적 형이 수영장에서 나를 안고 던진 적이 있는데 물이 아닌 땅바닥에 떨어졌다. 물에 빠뜨릴 목적이었으나 초등학생인 형은 아직 동생을 던질 힘이 부족했다. 번쩍하고 눈을 떴는데 수영장이 아닌 샤워장이었다. 처음 경험한 기절이었다. 그 후론 수영장에 놀러 가지 않았다.


학교에서 수영 수업을 받았고, 특전사에서 해상 훈련을 했다. 남들이 하니까 어쩔 수 없이 했다. 그렇게 계속 물에 들어갔다. 결국 물과 친해졌다. 지금은 매일 새벽마다 수영한다. 물과 친하지 않다는 믿음이 반복을 통해 바뀌었다.


평소에 배우지 못해 공부하기에 늦었다는 어르신이 있다. 운동을 따로 해본 적이 없어 앞으로도 못 할 거라는 친구가 있다. 물론 그 의견은 존중받아야 한다. 하지만 내가 원하는 방향에 내 신념이 굳게 길을 막는다면. 한 번쯤 두드려 볼 만하다. 그게 실체인지 허상인지 말이다. 나를 미리 규정짓지 않는 게 자기 계발에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포기하면 '어차피 안될 사람'으로 합리화가 된다. 반대로 끝까지 붙잡으면 '해낼 수 있는 사람'으로 합리화가 된다. 어떤 사고방식을 가질 것인지는 지금 내 행동에 달렸다. 계속 행동하자. 움직이는 쪽으로 믿음이 바뀐다.


재테크가 중요한지 알지만,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수학을 못 했고 계산을 어려워했다. 그 생각이 돈 얘기는 내게 맞지 않다는 신념으로 굳었다. 지금은 온종일 재테크 책을 읽는다. 식탁 옆에 독서대를 놓고, 밥을 먹으면서도 본다. 개념을 이해하기 어려워도 내려놓지 않을 예정이다. 안 되는 걸 해보며 느꼈고, 인지부조화란 개념을 통해 한 번 더 배웠다. '하면 된다.' 아니. '반복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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