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지만능주의에서 벗어나자.
일주일 전, 헬스장을 등록했다. 그로부터 며칠 뒤에 감기에 걸렸다. 운동 초반이라 근육통도 함께 왔다. '조금만 쉬자'와 '벌써 포기할 수 없다'라는 생각이 겹쳤다. 여기서 운동을 그만하면 한심한 사람이 될 것 같았다. 무거운 몸을 끌고 체육관에 갔다. 삼 일을 앓아누웠다.
20대 초반, 내가 자주 썼던 말 중의 하나가 있다. 의지박약이다. 일에 성과가 나오지 않는 이유, 살이 빠지지 않는 이유, 공부를 못하는 이유. 모든 문제는 의지가 부족한 걸 원인으로 보았다. 이 생각이 굳어질수록 나는 그걸 증명하기 위해 더 악을 쓰며 살았다.
나는 술을 못한다. 회식에서 술을 글라스로 몇 잔을 받아먹었다. 멀쩡한 척했다. 정신을 잃을 듯이 취해도 다음 날 새벽에 하는 단체운동은 빠지지 않았다. 피곤한 건 몸이 아니라 정신력이라 여겼다. 업무도 마찬가지였다. 일이 안 끝나면 집에 들어가지 않았다. 차에서, 사무실 바닥에서 잤다. 두세 시간 자고 일어나 컴퓨터를 켰다. 이제 보니 체력이 좋은 게 아니었다. 젊음이 체력을 커버한 것이다.
해가 갈수록 내 몸이 전과 다름을 느낀다. 그러면서 의지 만능주의가 서서히 사라졌다. 지금은 의지만으로 모든 걸 해결하지 않으려 한다. 턱걸이 한 개도 못 하는 사람이 한 번에 50개를 당길 순 없고, 펜 한번 안 쥐어본 사람이 처음부터 12시간을 집중하며 공부할 순 없다. 중요한 건 '관리'라고 생각한다. 목표 달성을 위한 요소를 전부 의지에 몰지 않는다. 환경설정, 시스템, 휴식, 점진적인 향상 등 다양한 부분에 할당한다. 나의 상황에 맞게 비율을 어떻게 조절하느냐가 성공의 핵심이다.
문제는 이렇게 말해도 아직도 의지가 앞설 때가 많다는 것이다. 정도를 구분하지 못한다. 일을 받으면 야근해서라도 끝내야 하고, 운동을 하는 날이면 무조건 가야 한다. '적당히'가 없는 오늘 뒤에 날 반기는 건 다음 날의 피곤함이다.
나의 글쓰기도 마찬가지다. 의지 하나로 모든 게 다 될 줄 알았다. 처음엔 하루에 한 개씩 포스팅하자는 다짐을 했다. 나중엔 이틀에 한 개씩 올리자는 속삭임이 들렸다. 굴복했다. 글을 쓰지 않는 날엔 패배감을 느꼈다. 무엇이 문제인가 고민했다. 순서를 잘못 정한 게 원인이었다. 글을 써야 포스팅을 할 수 있는데, 포스팅에만 집착했다. 물리적으로 글을 쓸 시간이 없다는 건 둘째 치고, 글을 쓰면 퇴고할 시간이 부족했다. 마음에 드는 글을 게시하기가 부담스러웠다. 자연스럽게 글 올리기를 미뤘고 포스팅이 없는 날에는 글을 쓰지 않게 되었다. 평소 내가 강조한 ‘꾸준히’가 없어졌다. 글을 쓰기로 한 처음, 대담하게 먹었던 마음은 내 수준도 모르고 품은 포부였다.
글쓰기 목표를 바꿨다. 본질에 집중했다. 매일 최소 1시간 이상 글을 쓰기로 했다. 무리하게 몸을 굴려 사흘을 앓아누운 덕이다. 어디까지 관리의 영역이고 의지의 영역일까. 앞으로 더 부딪쳐 보면 알 것이다. 이번에도 그랬다. 그저 포기하지 말자는 마음이다. 갑자기 영화 인터스텔라의 대사가 떠오른다. ‘우린 정답을 찾을 것이다. 늘 그랬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