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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ts meaningless Feb 08. 2023

울림의 원인

나는 공간을 주는 사람일까.

운전 중에 라디오를 켰다. 진행자가 이렇게 말했다. ‘슬픈 노래를 애절하게 부르면 음.. 그냥 슬프구나! 정도로 들립니다. 그런데 같은 내용을 덤덤하게 부르면 감정이 더 와닿는 것 같습니다. 그 덤덤함이 우리에게 공간을 주는 것 같아요.‘


2008년에 예능프로 무릎팍도사에 가수 비(정지훈)가 출연했었다. 거기서 비는 어머니 이야기를 했다. 비의 어머니는 당뇨로 돌아가셨다. 불치병이 아니다. 인슐린만 있으면 충분히 치료를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약을 살 돈이 없었다. 그런 형편에 어머니는 결국 돌아가셨다. 설상가상으로 살던 집마저 불타버렸다. 비는 이 얘기를 담담하게 했다.


직접 드러내지 않아도 알 수 있다. 라디오 진행자가 말한 공간이다. 나는 울림이 있는 모든 곳에 이 공간이 있다고 생각한다. 슬픔이란 단어 없이도 눈시울을 충분히 적실 수 있고, 기쁨이란 단어 없이도 입가에 미소를 짓게 할 수 있다. 보는 사람에게 곱씹을 여유를 준다면, 그 공간 속에서 아름다운 공명을 만들어 낸다.


사실 창작물뿐만 아니라 사람도 그렇다. 묵묵하게 자신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는 분들을 보면 가슴에 묘한 감동이 인다. 경찰관, 소방관, 군인처럼 공직에 있는 사람만 해당되는 게 아니다. 우리의 아버지, 어머니 혹은 당신이 좋아하는 사람도 그렇다. 남들 모르게 조용히 그러나 치열하게 자신의 의무를 충실히 이행하며 살고 있을 것이다. 이들 모두 공간을 주는 사람이다.


나는 공간을 주는 사람일까. 준다면 얼마큼의 공간을 줄 수 있을까. 매사에 진정성을 놓지 말자. 나지막한 다짐을 하는 하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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