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론부터 말하자면 난 이 문장에 동의하지 않는다. 왜냐면 나 스스로부터가 먼저 예전에 비해 고쳐진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매일 스스로 조금이라도 고쳐지려고 노력하기 때문이다. 10대의 내 모습, 20대의 내 모습, 그리고 이제 마흔 살을 향해 달려가는 30대의 후반의 내 인생을 돌아보면 언제나 내 삶은 "실수하고 반성하고 고쳐지는 역사의 반복" 이었고 아마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살다 보면 참 다양한 사람을 만난다. 그 관계가 계속 좋은 관계가 될 수도 있지만 누군가 말했던 것처럼 사람을 온전히 알아간다는 것은 곧 상처를 받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어떠한 인간도 개별 개체로서 존재하며 그 존재의 사유와 행동은 타인의 관점에서는 결코 이해할 수 없는 지점은 반드시 존재하기 때문이다. 상대방에게 그런 지점을 발견했을 때 우리가 할 수 있는 선택이란 무엇일까?
가장 쉬운 길이라면 그것은 "헤어짐" 이다.
나와 맞지 않는 사람을 바꾸려고 노력하는 것은 나를 바꾸는 것보다 온전히 더 많은 노력과 희생이 따른다. 하지만 우리의 인생에서 어떤 관계는 내 마음대로 바꾸거나 헤어짐을 선택할 수는 없다. 특히 조직이나 커뮤니티 같이 이해관계가 결합되어 있고 헤어짐이 나의 삶에 타격을 줄 수밖에 없는 구조 속에 있다면 우리는 쉽게 헤어짐이라는 결단을 내리기 어렵다. 나와 맞지 않는 사람을 고쳐쓰기 위한 시간이나 경제적 여력과 같은 자원이 충분하지 않은 경우가 일반적으로 대부분이며 그러한 구조 속에 있는 개인은 언제나 선택에 대한 딜레마에 빠질 수밖에 없는 게 우리가 살아가면서 조우하는 일반적 경험일 것이다.
부모가 되면서 아이들과 부대끼는 많은 상황들 속에서 이런 생각을 자주 하게 된다.
내 아이가 자라면서 도저히 나와 타협할 수 없는 행동을 할 때 나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미운 네 살이라는 단어가 무엇인지 알지도 못할 정도로 온순하게 자라고 있는 6살짜리 첫째는 항상 본인이 더 희생하고 자기주장이 강한 편이 아니다. 육아의 관점에서는 참 좋은 아들이지만 사회 속에 던져지는 수많은 상황 속에서 매번 희생하고 자기주장을 못하면서 힘들어하는 상황이 생긴다면 나는 아빠로서 어떤 행동을 할 수 있을까?
미운 네 살이라는 단어가 무색할 정도로 걷고 말하기 시작한 두 살 때부터 얘는 보통이 아니라는 두각을 보인 4살짜리 둘째는 자기 주장이 강하고 자기가 챙겨야 하는 것은 명확히 챙긴다. 육아의 관점에서는 진짜 하루에도 마음 속에 천불이 백번도 더 나지만, 사회 속에 던져졌을 때 이런 성격은 부모로서는 조금은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한다. 하지만 너무 이기적인 모습을 보이고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책임감 없는 모습을 보인다면 나는 아빠로서 어떤 행동을 할 수 있을까? 내가 그랬던 것처럼 시간이 지나고 스스로 경험을 쌓아나가면서 고쳐질 것이라 믿으며 계속 기다리고 또 기다려줄 수 있을까?
일반적으로 부모와 자식의 관계는 그 사람이 서로 고쳐쓸 수 없는 관계라고 하여 쉽게 헤어짐을 선택할 수 있는 관계가 아니다. 그렇기에 필요에 의한 만남과 헤어짐을 반복할 수 있는 어떤 관계보다 어렵고 고통스러운 관계일지도 모른다. 살다 보면 서로 상처를 주고받는 일도 비일비재하고 이건 가족이 만들어지면서 발생하는 숙명적 필연일 것이다. 그리고 그런 작은 상처들이 원만히 해결되지 못하고 누적되다 가족의 역사 속에 큰 사건 사고들로 인하여 쉽게 해결할 수 없는 갈등으로 인해 인생이 끝나는 날까지 서로 얼굴 보지 않고 남보다 더 못한 관계로 살아갈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여 그 헤어짐이 결코 후련하다는 감정으로만 작용할 수는 없다. 헤어짐 이후 인생을 사는 동안 계속 마음속에 가족의 구성원은 알 수 없는 무게로 존재하며 내가 생각하지도 못한 순간에 불현듯 반복해서 떠오르는 것이 우리의 일반적 감정일 것이며 그 구성원 중 누군가의 삶이 나보다 먼저 끝났을 때 느끼게 되는 후회 또는 연민의 감정 역시 우리가 가족을 구성했을 때 반드시 살면서 겪어야 하는 또 다른 숙명적 필연일 것이다.
앞으로 살면서 우리 가족의 역사에도 이러한 부침은 반드시 발생할 것이고 그때마다 슬기롭게 해결해나가는 지혜가 필요할 것이다. 그때 나와 와이프와 사랑하는 내 아이들이 가져할 용기가 있다면 그것은 아마도 이런 것이 아닐까?
너를 고치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먼저 고쳐야 할 것은 없는지 돌아보는 용기
사람의 인생은 항상 성장하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성장을 하는 것 같더니 실수하고, 하지만 그 실수를 타산지석 삼아 다시 성장을 하는 것 같더니 또 실수하고... 그 과정에서 누군가에게는 박수를 받을 수도 있겠지만 누군가에게는 상처를 줄 수도 있다. 그러한 과정에서 새로운 만남과 헤어짐은 언제나 반복될 것이다.
그렇기에 가장 중요한 것은 만남 역시 신중해야 하지만 헤어짐이 있을 경우 그 속에서 그 사람을 원망하는 감정은 조금 더 빨리 내려놓고 내가 그 헤어짐을 통해 배운 것이 무엇인지를 깨닫는 것이라고 감히 말하고 싶다. 그 관계를 통해 내가 바닥이 됐을지라도 그 만남은 결국 나의 선택이었으며 내가 스스로 고쳐야 하는 것은 무엇인지를 점검하는 것이 내가 되고 싶은 인생의 최종 목적지를 향해가는 더 나은 삶의 방식 아닐까?
스타트업 씬의 유명한 그림, 이게 조직에만 적용되겠는가? 사람의 인생도 이러한 것을...
각자의 인생의 어떤 순간에 그 사람과 내가 만나느냐에 따라서 상호 간의 시너지 효과가 날 수도 있고 링겔만 효과가 날 수도 있다. 조금 더 빨리 만났으면 좋았을 관계가 있고 조금 더 늦게 만났으면 좋았을 관계가 있다. 아래의 그래프에서 주식/채권/현금을 각각 어떤 사람의 인생의 성장 곡선으로 생각해보면 모두가 동일하게 같은 속도로 성장할 수도, 같은 시기에 다 같이 좋은 결과를 맞이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같은 사람이라도 어떤 사람에게는 은인이 될 수도 어떤 사람에게는 원수가 될 수도 있는 것은 결국 우리가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타인의 전체가 아니라 일면의 모습만을 스치듯이 만나고 나의 희생은 최소화하며 내가 필요한 것만을 취하고 버리기 때문은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 요즘이다.
자본시장에서도 포트폴리오를 통해 최선의 결과는 아니지만 리스크는 최소화하는 전략이 있는 것처럼 너무 성급하게 사람을 판단하고 믿어버리거나 내쳐버리는 관계라면 그 사람 스스로의 인생의 리스크 역시 커지는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선택에 대한 두려움은 커지고 내가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의식의 세계만을 선택하는 구조적 편협함이 역설적으로 나의 더 나은 발전에는 해로움이 되고 있지 않은가를 아이들과 함께 하는 시간 속에서 되돌아보게 되는 요즘이다.
출처 : https://stock79.tistory.com/archive/201707
오늘도 아이들은 나의 이야기가 무슨 소리인지 알아듣지 못할 것이며, 내가 시키고자 하는 것은 몇 번은 반복해서 말해야 할 것이며 그들 스스로 타고난 본능과 인성에 따라 나의 감정을 롤러코스터에 탑승시킬 것이다. 이 롤러코스터는 놀이동산의 그것과는 결코 다르다. 카타르시스는 없다. 내리고 싶지만 내릴 수도 없다. 다시 탑승하게 되는 시간이 기다려지는 것이 아니라 매일 두려움으로 다가온다. 참지 못하고 소리치고 내 감정을 뱉어내면서 나 스스로가 이 정도밖에 안 되는 인간임을 매일 다시 조우하게 만드는 그 두려움은 인생에서 맞이하는 어떤 두려움보다 강렬하다.
하지만 아이들로 인해 매일 타고 내리는 롤러코스터가 나에게 가르쳐주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인생에서 만나야 하는 사람에 대한 올바른 선택과 타인의 좋은 방향으로의 변화에 대한 믿음을 잊지 말라는 것이다. 나 역시 변할 수 있는 존재이며, 너 역시 변할 수 있는 존재다.
아. 물론. 정신승리를 하라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나 자신을 너무 많이 갈아 넣으라는 것이 아니다. 그러한 선택에 자신의 책임도 분명히 있다는 것을 직시하자는 것. 그것이 내가 항상 잊지 말고자 하는 자세이며 나의 아이들이 인생에서 반드시 배웠으면 하는 하나의 지점이라는 것이다.
그렇게 오늘도 하루가 지나가고 있다.
P.S - EO 채널을 통해 알게 된 랜선 친구 River Kook 님이 시작하신 Room of Anna 채널의 공식 첫 에피소드 [좋은 사람을 사귀지 않으면 내 인생에 일어나는 일] 과 어떤 지점에서는 통하는 부분이 있어 공유하니 시간 되시는 분들은 시청해보시길 (시청시간 : 약 9분). 개인적으로 이 분의 영상 편집 스타일은 항상 관심 있게 지켜보는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