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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블루엔진 Feb 15. 2020

무엇을 위해 남아있는가

스토브리그를 기억하며

행복했습니다. 야구가 아닌 내 인생을 돌아보게 해준 멋진 이야기라서..

 야구는 참 치졸한 스포츠다. 내가 이기기 위해서 타인이 지키고자 하는 것을 최선을 다해서 무너트려야 하기 때문이다. 드라마에서 공경민 구단대행이 얘기하는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우리는 그 치졸한 룰로 돌아가는 야구에 열광한다. 그 이유를 누구도 쉽게 설명하지는 못하겠지만 우리는 안다. 그것이 우리의 인생과 그리 멀리 있지 않은 당연한 것을 얘기하고 있다는 것을 말이다. 


 야구의 모든 포지션은 성공과 실패가 경기의 순간마다 모든 플레이의 확률이 "리셋" 된다. 투 스트라이크 쓰리볼 풀 카운트 상황이 오더라도 확률은 동일하다. 뚫어낼 것인가, 막아낼 것인가. 


 묵직한 어떤 소리가 그라운드에 울려퍼지더라도 그 이후의 상황마저 예외없이 다시 우리에게 속삭인다.

  

막아낼 것인가, 뚫어낼 것인가


 그래서 우리는 포기하지 못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모든 순간이 "0" 에서부터 출발하고, "0" 이 깨지는 것처럼 보이는 순간조차 수많은 결과가 모여 최종 결과는 달라지는 참 희한한 스포츠.


 방금 전 그 공은 최고의 공이었어. 결코 나는 건드리지도 못했을거야. 


 그렇게 생각해도 결국 다음의 공의 향방에 따라 타격되는 순간의 실질적 확률은 "0" 에서부터 시작한다.


 지역의 연고팀이라서 응원하는 것이 아니라 그 모든 순간의 노력을 응원하게 되는, 그래서 그들이 꼴찌일지언정 내일을 응원하게 되는 그 마음은 결국 돌아보면 우리의 인생과 닮아있다. 나는 그들을 응원하지만 알고보니 나를 응원하고 있는 것이다. 


 오늘의 삼진이 내일의 안타가 될 수 있는, 하지만 오늘의 안타가 내일의 삼진이 되는. 오늘의 도루가 내일의 주루사가 될 수 있는, 하지만 오늘의 주루사가 내일의 도루가가 될 수 있는, 오늘의 홈런이 멋있지만 다음 타석의 공 하나하나는 다시 "0" 의 확률로 시작되는 스포츠는 야구 밖에 없지 않을까? 


 우리의 인생도 생각해보면 크게 멀리 있지 않다. 공정함을 원하지만 공정하지 않은 세상. 결코 무언가를 따라잡는다는 것이 불가능해보이는 세상. 같은 시도에도 주어진 환경의 차이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는 세상. 그래서 불합리하다고 생각하지만 결국 비교해보면 결국 크게 멀리있지 않은 인생의 쓴맛과 단맛이 동시에 있는 그런 구조를 가장 가까이서 이해하고 공감하고 현실적으로 보여주는 스포츠. 


 그게 야구다. 


 망해간다고 평가받는 지상파가 말도 안되는 스토리를 이제서야 연출하며 말도 안되는 휴방과 말도 안되는 PPL로 우리를 웃게 하고 울게 했다. 그리고 이제 드라마의 종영과 함께 원래부터 스토브리그라는 완충재가 존재하지 않는 우리의 인생의 내일이 시작된다.


 그럼에도 나는 스토브리그가 고맙다.


 의 삶을 위로해줘서. 그렇게 과하지도, 모자라지도 않게... 그렇게 삶을 위로해줘서... 

 

  왜 불합리함에도 버텨야하는지, 그리고 무엇을 해내야하는지 그 이유를 다시금 명확하게 해줘서...


  그래서 고맙습니다. 


가장 인상적인 캐릭터간의 갈등... 없는 사람들끼리 그만 싸우자. 바꾸기에도 바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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