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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모운 Jan 13. 2021

공유하는 기쁨

  대가도 아닌데 연기나 글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나를 낯간지러워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알고 있다. 하지만 나는 공유하는 기쁨을 즐기는 사람이다. 의견을 나눌 의지가 있는 사람들과 토론하는 것을 즐긴다. 

  생각을 먼저 내놓으면 몇몇의 응답이 있다. 관심사가 같은 분야에 달려든 사람들은 옳고 그름을 따지기보다 본인이 거쳐 온 경험과 검증을 통해 자신을 소개하고, 토론을 통해 새로운 방법을 흡수하거나 도태된 방식을 뱉어내기도 한다. 세상에 널리 떠들 욕심은 없지만 소규모의 그룹 안에선 보다 자유롭게 의사를 펼친다. 

 나와 다른 삶을 살아온 사람들과 대화를 하고 있자면 많은 사람들이 각기 각색의 성격과 성향을 지녔으며 다양한 방법으로 삶을 수집해왔다는 걸 느낄 수 있다. 모인 사람들은 타인과의 대화를 통해 자신도 몰랐던 속내를 발견하기도 하고, 자신의 주장이 맞길 바라는 마음으로 의견을 피력하다가 아는 것을 넘어서 이야기하기도 한다. 욕심을 내다 튀어나온 실언을 수습하기 위해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고 고쳐나가는 모습이 아름답다. 그런 이유로 나는 가끔 본인과 반대되는 성향에 거칠게 저항하는 사람들의 반응을 즐기는 응큼한 취미가 있기도 하다. 

  토론의 장은 자기주장과 자기애가 강한 사람들만 모이는 곳이 아니다. 내성적인 사람이라고 해서 의견을 지니지 않은 것이 아니다. 오히려 그들은 강력하고 촘촘하게 자신의 주장 옆에 많은 근거들을 쌓고 있을 뿐이다. 그들은 평소에는 지니고 있는 것에 만족하며 타인의 이야기를 경청하다가, 불쑥 용기가 나는 날엔 달변가처럼 속에 묵혀두었던 이야기를 쏟아내기도 한다. 

  공유하는 기쁨은 한 권의 책을 읽은 여섯 사람의 모임으로 여섯 권의 책이 되는 기적을 낳는다. 각자 느낀 바가 다르고 해석도 다르다. 좋아하는 문장과 싫어하는 인물도 다르고 특정 작가의 책 전체를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그 작가의 특정 책 외에는 작가를 거의 혐오하다시피 하는 사람도 있다. 

  이런 일들을 목격하고 있노라면 공유가 전파하는 힘이 어디까지 뻗는지 아득하다. 그렇게 토론을 통해 다양한 이야기를 듣고 다시 책을 읽으면 그 책은 완전히 새로운 책이 된다. 그중엔 변함없이 내 생각대로 읽히는 부분이 있고, 전과 다른 상상의 나래를 펼치게 되는 부분도 있다. 다양한 해석을 수용하고 이해함으로써 생각의 범위를 넓힌다. "아, 그걸 그렇게 해석할 수도 있겠구나"라는 말을 자주 하는 잡학박사들의 교양예능처럼, 전에는 상상도 하지 못했던 관점과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공유가 주는 기쁨은 이것뿐만이 아니다. 때로는 용기가 나지 않아 쉽게 시작하지 못하는 일들이 있다. 혼자 해봤자 얼마나 할 수 있을까. 그렇다고 비싼 돈을 들여가며 레슨을 따로 받기는 부담되고. 그래서 스터디를 꾸린다. 각기 다른 가치관을 지닌 사람들이 한 데 모여 이야기를 하다 보면 증명과 반증을 반복한다. 그 자극을 통해 자율적으로 목표를 세우고 각자의 목표에 맞게 노력한다. 재미를 붙이고 아는 것이 많아지면 공유할 것이 넘치게 된다. 그때부터는 발전만이 가득하다. 하얀 세상에 신이 나 눈덩이를 한 줌 움켜쥐었다가 재미가 붙어 커다란 눈사람을 만들듯이. 

 그러한 이유들로 팔불출 소리를 들으면서도 끊임없이 공유한다. 시작할 용기와 꾸준함을 얻을 자극, 정답과 오답을 넘어 진심어린 기록을 통해 나의 역사를 남긴다. 내가 대가가 된다면 하찮은 일기장도 의미 있는 기록이 될테니까. 아니, 대가 좀 안 되면 어떤가. 한낱 추억이 되더라도 내 삶은 의미있는 공유로 충만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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