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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모운 Jan 20. 2021

불 꺼진 방

그녀는 불 꺼진 방과도 같았다.

구조와 위치를 낱낱이 알아 어둠 속에서도 만질 수 있었다.

향기나 목소리 같은 것으로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자면서 두어 번 엄지와 검지 발가락을 부딪혀 튕기는 잠버릇 같은 것으로도.

질문을 받으면 답하기 전에 손톱으로 머리를 긁는 습관으로도.

광화문 한복판에서 많은 사람들이 동시에 걸을 때 너의 걸음걸이 만으로도.  

언젠가 그녀가 말했다. 사고가 나서 형태를 알아볼 수 없는 상태가 되어도 나를 알아볼 수 있겠냐고.

당연히 그렇다고, 너의 해골만 남더라도 나는 너를 찾을 수 있다고.

정수리에 살짝 튀어나온 너의 뼈, 유난히 날카로운 너의 팔꿈치 만으로도.

너의 조각 하나만 나에게 쥐어주면 널 다시 완성시킬 수 있을 만큼 너를 속속들이 기억한다고.

불 꺼진 방 속에서 물건을 찾듯, 그 어떤 어둠이 찾아와도 너를 찾을 수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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