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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모운 Feb 18. 2022

돈과 시간

삶의 큰 변화는 꿈이 전부인 시절 돈의 가치를 뒤늦게 깨닫고 일을 시작했을 때 한 번, 이제는 돈이 전부가 되어 일하지 않으면 불안에 잠식되는 삶에서 시간을 통해 행복을 찾게 됐을 때 한 번 다가왔다.


일 하는 시간 동안 돈을 버는 만큼, 시간을 쓰는 동안 사랑도 커진다. 몇 시간 더 일 하면 조금 더 벌 수 있으니 내일에 대한 불안이 다소 줄겠지만 사랑하는 이에게 시간을 쏟지 못하면 그만큼 행복도 줄어든다.


해야 할 일이 쌓였음에도 가족과 정성껏 저녁 식사를 차려 먹으며 대화를 나누고, 캠핑이나 여행을 떠나기 어려워진 반려견과 자주 산책하고 공놀이를 한다.


실제 내용인지 팬들의 재구성인지 기억이 흐릿하나 <짱구는 못 말려>에서 짱구는 아빠에게 한 시간에 얼마를 버냐고 물었다. 대답을 들은 짱구는 쌈짓돈을 모아 아빠에게 내밀며 아빠가 한 시간 동안 버는 돈을 모았으니 한 시간만 같이 놀아달라고 했다. 


시간과 돈의 갈림길에서 우리는 자주 허우적댄다. 급한 불을 먼저 끄겠다고 돈을 선택하는 시간이 많지만 한 발 떨어져서 보면 불이 나지도 않은 곳에 스스로 불씨를 지피는 일도 많다.


돈으로 환산하기 어려운 시간들이 있다. 생일파티에 초대한 친구들이 모두 축하비를 보내며 아무도 참석하지 않는다면 돈을 벌었다고 기뻐할까. 물론 돈을 벌기 위한 일과 행복을 찾는 일은 다르다지만 돈과 행복의 경계 가운데에서 살아가고 싶은 나는 그 접점 언저리에서 만족을 찾아가려고 노력한다. 경제적 자유가 생기면 선택의 폭이 넓어지고 선택을 스스로 할 수 있는 힘이 생기면 시간이 생기겠지만 우리가 말하는 경제적 자유의 끝은 어디일까 알 수 없다. 


어젯밤에는 아내와 요리하며 저녁 식사를 한 뒤 친구들과 게임을 하며 오늘의 수입을 걱정했고, 지금은 일을 하면서 저녁에 아내에게 뭘 해줄지 고민한다. 워크와 라이프는 있지만 밸런스는 참 맞추기 어려운 워라밸 라이프지만 무엇이 되든 서로가 최선을 다 하며 사랑하고 있다는 사실이 돈도 시간도 없는 인간을 위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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