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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모운 Mar 14. 2020

좌우명

작은 일들이 해결해주는 것들

우리는 인생의 좌우명이 무엇이냐, 라는 질문에 좋아하는 문구나 명언을 대답하곤 한다. 하지만 한 가지의 명언을 모든 상황에 대입시켜 생각하고 행동하다 보면 혼란이 오곤 한다.


예를 들어, '대의를 위해 소의를 버려야 한다'던가, '큰 일을 먼저 하라, 작은 일은 저절로 해결될 것이다.'라던가 등의 명언은 삶을 크게 바라보는 데 있어 목표지향적으로 큰 도움이 되는 말이자, 별 거 아닌 일에 너무 얽매이거나 연연하지 말라는 뜻에서 매우 좋은 말이다.


하지만 레이스 내내 자길 괴롭힌 건 호흡이나 갈증이 아니라, 운동화 안에 들어간 작은 돌멩이가 계속해서 신경 쓰였다는 한 마라토너의 이야기처럼, 사소한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큰 일을 하면서도 계속해서 마음이 쓰인다는 생각이 든다.


이건 좀 다른 얘기일지 모르지만, 아침부터 비가 내리길래 문제는 없나 살피고 청소도 할 겸 옥상에 올라갔더니 아니나 다를까, 물이 가득 차 계단으로 넘쳐 내릴 지경이었다.


내가 자고 있던 사이에 비가 이렇게나 많이 왔나 생각하던 중 살펴보니, 일층으로 물을 내리는 하수구 구멍 위에 작은 신문지 조각이 올려져 있었다.


신문지 조각은 '우린 작지만 끈기가 있어 절대 찢어지지도 흩어지지도 않아.'라고 생각이라도 하는지, 떨어지는 물줄기에 세차게 흔들리면서도 구멍 한가운데를 끈질기게 지키고 있었다.


신문지 조각을 치우자 작은 소용돌이를 만들어내며 물은 서서히 빠져나갔고, 마침내 옥상의 물이 다 빠져 흐르는 빗줄기에 자연스레 옥상은 깨끗해졌다.


요즘의 나도, 내가 살아가는 사회도, 큰 일을 바라보고 생각하되 마음이 쓰이는 작은 문제들을 조금만 보살피면, 생각지도 못 했던 큰일이 보다 쉽게 이루어질 수도, 혹은 불편했던 마음에 평안과 행복을 가져다줄 수 있지 않을까.


-2016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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