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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모운 May 02. 2022

대화

  대단한 이야기는 없었다. 그저 평소에 누군가와 잠깐 마주하는 시간으로는 할 수 없는 긴 대화였을 뿐이다. 올해의 목표가 무엇인지, 예술을 왜 하고 싶어 하는지 같은 질문들이 오갔고 나는 긴 이유를 구구절절 늘어놓았다. 멋진 말도 인용했다. 어디선가 대답했을 때 오그라든다는 말을 들었던 그 구절을. 

  언제부터일까, 가깝지 않은 사람들을 만나면 굳이 내 얘기를 하지 않고, 너무 가까운 사람들을 만나면 들어주기 바빴다. 어디서 내 얘기를 꺼내지 않을 만한 어색한 타인들 사이에서 오히려 서슴없어진다. 말을 던져놓고 나면 속에서 '왜'를 찾느라 더듬거렸다. 나도 모르게 튀어나온 말이지만 분명 이유가 있었다. 잊고 있었을 뿐. 이토록 각박한 세상에 살고 있었나, 보기 좋은 것, 관심 끌기 좋은 것들에 젖어 좋아하는 것을 놓치곤 했다.

  코인이니 주식이니 돈 얘기가 없어서 좋았다. 좋아하는 음악을 번갈아 틀며 취향을 공유하고 왜 좋아하게 됐는지 에피소드를 나누는 시간, 오직 좋아하는 것들만 늘어놓는 시간이었다. 스무 살에 꾸던 꿈같은 대화였다. 빈 병은 늘어가고 하늘에선 비가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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