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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모운 Jun 27. 2022

성장

  한 가지 일에 집중해도 모자란 시간을 나눠 여러 가지 일을 하는 데에는 시간을 분리하는 대신 배가 되는 집중력과 효율을 필요로 한다. 꿈이기에 끝까지 붙잡고 있는 일도, 돈을 벌기 위해 하는 일도, 꾸준히 하지 않으면 언젠가 엉망이 되어버리는 생활패턴 같은 일도 있다. 

  그런 일들을 하나도 빠짐없이 해내려고 하다 보면 선택과 집중의 시간에 도착한다. 우선순위를 정하고 해내지 못할 일은 과감하게 포기해야 한다. 포기하는 것들에 대해서는 그 책임을 지고 선택한 것은 포기를 대가로 한 만큼 제대로 하는 수밖에 없다. 

  그런 과정 앞에 서서 무엇인가 허투루 하고 있진 않은지 곰곰 생각에 빠진다. 과연 최선을 다 했다 해도 나를 필요로 하는 곳에 원하는 수준의 만족을 주고 있는지 걱정하고, 스스로 생각하는 최선의 벽을 허물만큼 노력했는지 냉정하게 평가해본다. 

  후회가 없을 만큼 최선을 다 했다는 말이 입에서 나올 수 있기까지 얼마나 큰 시간과 경험이 필요한지 알기에 매번 스스로 만족하지 못하는 하루하루를 살아가지만, 동시에 해내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에 처한 사람으로서 살아가려면 한 과목에서의 일등이 아니라 전체 과목에서의 높은 평균 점수를 가져가야만 한다고 마음을 정한다. 

  그러다 보면 최우선이었던 가치에 소홀해짐을 결핍으로 삼아 다른 일들을 더 열심히 하게 된다. 최우선이었던 가치는 가장 높은 산이기에 조금 더 낮은 산을 우선적으로 점령하면서 다시 최우선의 가치에 집중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들려 노력한다. 

  꿈에 비해 비교적 쉽게 해결할 수 있는 일들을 처리하고 나면 비로소 가슴이 뛴다. 방해 요소를 제거하고 온전히 한 가지 일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찾아오는 것만으로도 설레고, 다른 일을 하면서 겪었던 새로운 경험과 그 시간이 낭비가 되진 않을까 우려했던 마음이 교차한다. 

  저 멀리 눈앞에 보이는데 여러 갈래의 길을 한 번 씩 다 걸어보고 나서야 겨우 목적지를 찾은 것처럼 허탈한 심정도 있지만 목적지에 도달한 이상 제대로 체험하는 것만이 그간 보낸 무의미의 시간을 유의미로 만드는 길이라고 여기며 입장한다. 

  하지만 거기서 무얼 느끼고 나올지는 모른다. 예상과 같은 것일 수도, 전혀 예견하지 못한 색다른 체험이 될지도 모른다. 때로는 아무것도 얻지 못할 수도 있다. 다소 허무한 발걸음으로 퇴장하면서 이제 무얼 해야 하는지 생각한다. 그렇게 우리는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미래의 경험을 통해 끊임없이 변화하고 또 변화한다. 그리고 나는 그걸 성장이라 부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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