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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모운 Dec 05. 2022

도전을 위한 세 가지 요소

  결혼 전엔 하고 싶은 일을 먼저 하는 자유로운 인생을 살았다면 결혼 후엔 해야 할 일을 먼저 하는 엄격한 삶을 살고 있다. 하고 싶은 일로 가득했던 시절엔 갑자기 훌쩍 떠나는 캠핑이나 여행, 밤샘 독서나 친구들과의 음주 같은 취미 생활이 자유롭고 늘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었다면, 해야 하는 일로 채워나가는 현재는 할 일을 마치기 전엔 하고 싶은 일에 되도록 손을 대지 않는 규칙을 적용시키고 있다. 

  해야 할 일을 하는 것도 마음처럼 되지는 않는다. 집을 오래 비우면 가족이 날 기다리고 있기에 일이라고 해서 마음껏 할 수도 없다. 길지 않은 시간이라도 가족과 함께 대화를 나누거나 식사를 하는 시간 정도는 확보하고 가사 일과 육아를 하려면 매일 열세시간 씩 일할 수 없는 노릇이다. 그러니 일의 효율을 높여 일하는 시간을 줄여야 하고, 좋은 인재를 곁에 두는 것이 차후 시간의 자유를 얻을 수 있는 길이다. 

  다행인 것은 해야 하는 일들에서도 즐거움을 느낀다는 사실이다. 다양한 일을 하고 있는 만큼 어느 분야 하나 마음처럼 제대로 되고 있는 것은 없지만 차근차근 성장시켜 나가는 과정에 앞장서고 그 안에서 함께 할 동료를 모아 서로의 사기를 증진시키는 일, 어떻게 하면 지금보다 나아질까 하는 긍정적인 고민과 작은 성과의 결실이 내공으로 차곡차곡 쌓이는 기분이 들 때마다 뿌듯하다. 또한 성과가 나지 않아 불안하게 다리를 떨면서 느끼는 긴장감도 좋은 촉진제가 되어줘서 다음 날을 더 열심히 살게 한다. 

  새로운 일을 맡아서 할 때마다 필요한 것을 정해보는데 공통적으로 필요한 건 체력, 호기심, 근성이다. 새로운 일을 맡는다는 건 기존의 생활에서 추가로 시간을 확보해야 하고 그만큼 잠을 줄이거나 휴식시간을 반납해야 하기 때문에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체력이 필요하다. 매일 운동을 꾸준히 하던 때엔 체력이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그만둔 지 일 년이 넘고 업무량은 작년에 비해 서너 배가 되니 집에만 도착하면 픽 쓰러지는 게 체력적으로 점점 무리가 느껴져 걱정이다. 일을 하려면 체력이 좋아야 하고 체력이 좋아지려면 운동을 해야 하니 운동할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일의 효율을 더 높여야 하는 셈이다. 

  다음은 호기심으로, 내가 가진 가장 큰 강점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어려서부터 궁금한 게 많았다. 궁금한 게 있으면 답을 찾아야 하고, 그 답을 찾기 위해 묻고 검색하는 데 드는 시간과 노력을 아까워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학창 시절에 공부를 잘 한 건 아닌데, 모두가 질문 없이 구구단을 외울 때 나는 곱셈이라는 것이 어떻게 탄생했는지 궁금해하고, 연극의 역사를 배울 때도 연도별 사건의 나열보다는 왜 그래야만 했는가를 궁금해하는 스타일의 학생이었다. 항상 꽂혀있는 포인트에 궁금증을 갖는 터라 정작 선생님이 짚어 준 예상 시험 문제는 보지도 않고 혼자 궁금해했던 문제의 답을 알게 되면 기뻐하는 사람이라는 장단점이 공존하는 부분이다. 아무튼 호기심이 생길 때 눈빛이 초롱초롱하게 빛나는 기분과 어딘가에 몰두하고 집착하는 나를 좋아한다. 

  마지막으로 근성을 뽑는데 이건 고집이나 자존심과도 깊은 연관이 있다. 건강한 지구력으로 할 일을 해내는 사람이 되고 싶지만 아직은 그럴 그릇이 되지 못해서 자꾸 자존심이나 고집을 가져와 일을 끝까지 처리하는 버릇이 있다. 타인에게 인정받으려는 욕구나 스스로 만족하지 못해 자신을 꾸짖는 버릇 때문에 시작한 일을 원하는 방법으로 끝까지 해보는 스타일인데, 문득 생각 외로 재능이 없다고 판단되거나 제대로 처리하지 못할 것 같다는 예감이 들면 재빨리 포기하거나 제안을 거절하기도 한다. 관심 없는 분야에선 평생 져도 상관이 없는 스타일이랄까. 대신 정말 좋아하는 분야에서는 목표를 설정하고 성과를 나타내야 한 숨 돌리는 스타일이긴 하다. 

  이런 요소들을 꾸준히 발전시키기 위해 한 때는 동기부여 영상 같은 걸 많이 봤다. 어릴 땐 교보문고에 하루 종일 앉아 자기 계발서 란에 꽂힌 책을 하나씩 다 펼쳐 보기도 했고, 요즘은 소셜 네트워크에 그런 자료들이 많이 올라오기 때문에 손쉽게 접할 수 있다. 하지만 동기부여라는 것도 결국엔 개인적인 삶의 형태에 불과하다. 성공한 사람들에게는 몇 가지 공통점이 있어 대체로 그 규칙을 잘 지키면 어느 정도 그 반열에 오를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본인의 성격과 성향에 맞는 방법을 찾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느낀다. 예를 들면 자신의 생활을 전면 통제하고 오로지 목표 하나만 바라보고 살아온 사람들이 성공을 얘기할 때 나는 그런 삶을 살기 싫다고 생각한다. 그런 방식으로는 성공해도 별로 행복하지 않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그 방법이 아닐 땐 성공할 수 없다는 전제가 붙는다면 난 성공하지 않아도 좋다. 

  이런 과정을 바라보면서 결국 성공이든 행복이든 나를 알아가는 일이 아닌가 생각한다. 단순히 바뀌거나 모방하는 것 말고, 나만의 방식을 정확히 찾아 그 길을 따라가 목적지에 도착하는 삶을 지향한다. 그 안에서 가장 자연스럽고 자유로움을 느낄 수 있는 방법. 때로는 절망스럽고 지겹고 고통스러워도 스스로를 시험에 들게 하고 싶은 방향으로 내 인생을 찾아가는 일이 내가 요즘 가장 즐거워하는 호기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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