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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모운 Dec 12. 2022

공칠이 이야기 1

  공칠이는 2014년 6월 26일 처음으로 우리에게 왔다. 형이 스튜디오를 이전 확장하면서 스튜디오에서 반려견을 키우고 싶다 했고, 어린 강아지를 케어하면서 촬영하는 게 쉽지 않을 거라 느낀 나는 머지않아 집에서 키우게 될 것을 예감할 수 있었다. 

  형은 레트리버를 키우는 고향 친구 집에 가서 새로 난 새끼 레트리버 아홉 마리를 눈여겨보다가 가장 얌전한 놈을 골라 데려왔다고 말했다. 갓 태어난 꼬물이들도 오랫동안 쳐다보니 어느 놈은 장난기가 많고 어느 놈은 형제 사료도 뺏어 먹고 한다며 그중 가장 착해 보여서 집어 들었다고 말했다. 아무리 시골이라지만 레트리버를 아홉 마리나 키우기는 버거우니 공칠이의 형제들도 하나씩 가족을 찾아가고 있다고 말하면서. 

  처음 스튜디오로 온 공칠이는 정말 작았다. 태어난 지 두 달 안 됐으려나. 아장아장 걸어 다니기도 하고 잇몸이 간지러운지 이것저것 입질을 하다가 금세 픽픽 쓰러져 갑자기 잠에 들곤 했다. 스튜디오에 온 모델이며 헤어&메이크업 실장님들이 너도나도 귀엽다고 공칠이를 껴안고 만지면서 공칠이를 귀여워해줬다. 

  공칠이의 이름을 궁금해하는 사람이 많은데 공칠이는 형 스튜디오 이름이 307 이기 때문에 07 이가 되었다. 사람들은 여전히 왜 이름이 공칠이냐고 묻고 나는 같은 대답을 하지만 그러면 스튜디오는 왜 이름이 307이냐는 질문이 다시 돌아온다. 형의 생일이 3월 7일이라고 답하면 사람들은 대단한 의미라도 기대했던 것처럼 다소 아쉬운 표정을 짓곤 한다. 

  우리는 공칠이를 대단하게 애지중지하지도, 그렇다고 지나치게 방치하지도 않는, 한 공간에 공존하는 가족 구성원 정도로 키웠다. 하루에 두 번 사료를 먹이고 산책은 하루 두세 번, 처음 집에서는 실내 배변을 교육했고 개인 옥상이 달린 집으로 이사 갔을 때는 알아서 옥상 한편에 배변을 하고 다시 집으로 들어왔다. 달에 한 번 심장사상충 약을 먹이고, 미용비와 목욕비가 비싸 직접 집에서 씻기고 깎였다. 

  손바닥 두 개에 담기던 공칠이는 무럭무럭 자랐고 육 개월 만에 다른 중형견 보다 훨씬 큰 사이즈가 됐다. 그때까지만 해도 운동화니 책이니 보이는 대로 물어뜯고 집을 난장판으로 만들어 많이 힘들었지만 한 살쯤 지나니 별 탈 없는 대형견이 되었다. 

  십 개월 정도가 되니 완벽하게 성견 크기가 된 공칠이는 육중했다. 어렸을 땐 잘 안겼는데 커지고 나서는 꽉 껴안는 걸 싫어해 무릎 위에 앉거나 엉덩이를 부비는 걸 좋아했다. 잘못을 하면 혼나는 걸 알았고 눈치를 보며 방구석에 쭈그려 누워 있는 모습이 귀여웠다. 

  성견이 되고 털이 너무 많이 빠져 어느 순간부터 침대에 못 올라오게 하고 있는데, 공칠이와 함께 침대에 누워 껴안고 자던 시절이 그립기도 하다. 거친 코골이와 숨소리, 벌렁벌렁 차오르는 배의 팽창과 수축, 자세를 요리조리 바꿔가면서도 어딘가 한 부분은 나와 닿아있어야지만 편안한 잠을 자던 공칠이. 

  큰형, 작은형과 함께 살던 공칠이는 논현동, 한남동, 보광동을 살다 잠실로 이사 가게 되면서 작은 형과 살게 되었다. 나는 웬만한 반려견 놀이터보다 넓은 옥상이 달린 옥탑방으로 이사 갔고 공칠이는 거기서 원 없이 뛰어놀고 같이 바비큐 파티를 하고 눈싸움과 물놀이도 했다. 집은 비좁았지만 공칠이가 소파를 좋아하기에 커다란 소파를 두고 함께 누워 자곤 했다.  

  공칠이는 어느덧 여덟 살이 되었고 곧 아홉 살이 된다. 대형견의 수명이 십 년에서 십이 년 정도라고 하니 벌써부터 겁이 난다. 사람을 보면 신나서 꼬리를 흔들고 엉덩이를 들이미는 공칠이가 점점 쉽게 지친다. 집에 오면 하루 종일 누워만 있는 공칠이도 이제는 체력이 많이 떨어졌나 보다. 

  공칠이의 이름을 딴 가게를 만든 것이 너무 잘한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점점 나이가 먹어가지만 그래도 손님이 올 때, 예전에 봤던 친구가 올 때마다 예뻐해 달라고 달려가는 공칠이의 활기찬 모습을 볼 때 행복하다. 공놀이를 좋아해 공을 던져주면 빠르게 달려가 물어오던 공칠이, 비록 속도는 조금 느려졌지만 언제나 어김없이 그 공을 물어다 다시 내 앞에 가져다 놓는 공칠이. 공칠이와 함께 오래 행복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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