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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모운 Mar 31. 2020

의미로 생을 지탱하면서

인간의 생을 생존과 생활 그리고 삶으로 나눠보려고

인간의 생을 셋으로 구분하자면 ‘생존’과 ‘생활’, 그리고 ‘삶’으로 나눌 수 있을 것 같다.


생존은 살아 ‘남는’ 것이고, 생활은 살아 ‘있는’ 것이며, 삶은 살아 ‘가는’ 것이라고 구분할 수 있겠다.


생존은 죽지 않기 위해 투쟁하는 것이다. 죽음을 맞이하지 않으려면 어떻게든 살아 ‘남아야’ 하는 우리들의 생이 맞이하는 순간들이다. 나이 듦이나 굶주림, 극심한 고통 등 인간이라면 피할 수 없는 것들에서 우리는 생존하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생활은 먹고 자고 일하고 쉬는 것이다. 일어나서 하루를


시작하고 때가 되면 먹고 직장에 나가 일을 하고 퇴근하면 쉬다 잠이 드는 우리의 일상은 살아 ‘있는’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생의 많은 순간을 생활로 보내고 있다고 생각한다.


삶은 생의 의미를 찾는 일이다. 우리가 왜 살아가야 하는지, 세상에 없다고 한들 날 죽이지 못하는 문학과 음악 같은 것들을 즐기며 이것이 왜 나를 살아가게 하는지 질문을 갖는 것이며, 늙지도 않고 병들지도 않았는 데도 생사를 오가게 하는 사랑에 빠져 절망과 희망 사이에서 허우적대며 생을 처절하게 경험하는 순간들이다. 우리는 사랑 하나로 먹는 것에도, 일 하는 것에도, 자는 것에도 의미를 갖고 살아 ‘갈 수’ 있게 된다. 몇 분 짜리 음악 하나와 몇 줄짜리의 구절로 죽음의 문턱에서 영혼의 구원을 받는다.


왜 그럴까 하는 의문을 갖게 하며 그 답을 구하려고 해도 쉽게 구해지지 않는 것들에 보통 의미가 많이 달려있다. 그것들은 생존의 필수조건이 아니기 때문에 답을 구하기가 어렵다. 꼭 필요하진 않지만 그것들이 없는 생은 생으로서의 이유를 찾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인간은 그렇게 필수조건이 아닌 것들에 자주 흔들리며, 대개 그것들이 필수조건보다 더 소중한 의미를 지니기에 ‘사람’이라고 불리는 것이 아닐까.


본인의 생명보다 희망이나 희생을 앞세우는 일, 긍지와 용기로 두려움을 이겨내는 일, 혼자의 이익보다 다수의 행복에 힘쓰는 일, 사랑으로 불가능을 극복하는 일, 당연히 인간이 지닌 본능과 욕구로서 이익을 취해야 할 것들을 마다하고 의미 있는 일에서 행복을 찾으려고 할 때, 우리는 그런 곳에서 생의 의미를 찾고, 그보다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어 또 삶을 살아간다.


나는 이 어둡고 험난한 세상 속에서 생존하기 위해 끊임없이 발버둥 쳐 살아남고, 때에 맞춰 먹고 자고 쉬며 살아있고, 삶에 호기심을 갖고 사랑과 희망에 의미를 담아 내가 인간으로서 살아가는 매 순간이 소중하게 느껴지는 삶을 살아, 스스로 나의 가치를 갖는 사람으로 살아가고 싶다. 의미로 생을 지탱하는 사람으로.


-2019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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