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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모운 Apr 28. 2020

무엇을 원하는가

좋아하는 일과 잘하는 일 앞에서 고민하다

좋아하는 일과 잘하는 일에 밸런스를 맞추자면, 나는 좋아하는 일에 초점을 맞추자 생각하는 편이다.


소질이 있어 시작한 일은 곧 잘하는 일이 되고, 잘하는 일로 주변에서 인정을 받고, 그때가 되면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무언가를 계속 해내야 하는 순간이 오고(물론 본인의 능력에 만족을 느끼며 나아가는 경우 등 다양한 이유가 있을 수 있지만), 만약 이런 순간에 자신이 왜 이 일을 하고 있는지, 좋아하지도 않는 일로 부담을 느끼며 살아가야 하는지 회의감을 느끼게 된다면 그 일을 계속할 수 있을지, 혹은 원하는 위치에 있다가 추락하게 됐을 때에 다시 시작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 그래서 가장 중요한 척도는 ‘내가 원하는가’라고 생각한다.


물론 좋아하는 일도 잘하면 인정을 받고, 기대에 부응하려 노력하고,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지 회의감이 찾아오는 순간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잘하는 일과는 달리, 계속할 수 있게 만드는 힘은 ‘원하는 것을 포기할 수 없게 만드는 어떤 기분(예전엔 명확한 단어로 표현할 수 있었는데 최근엔 복합적인 이유라 느끼고 있다)’인 것 같다.


일단 시작하고 어느 정도를 해보고 나면, 더 하고 싶다 보다는 하지 않고는 도저히 살아가는 기분이 들지 않는다는 생각이 더 강하게 드는 것 같다. 그러니까 힘들어도 결국 또 나아가는 수밖에 없다.


어차피 계속해야 한다면, 힘든 난관들을 잘 이겨내야 할 텐데. 나는 개인적으로 간절히 원하는 일 하나를 하기 위해서 원하지 않는 일 수십 개 정도는 해도 된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몇 달을 백수처럼 지내고, 돈을 벌기 위해 원치 않는 일을 여기저기서 하면서도, 진짜 원하는 일이 잡히면 잘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끓고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 설레는 마음을 추스리기가 힘든 편이다. 가슴 한편에 조용히 숨죽이고 있던 희망 같은 게 폭발하는 느낌이랄까. 내가 존재하고 있다는 자긍심 같은 것이 피어오르면서 힘든 순간들이 잊힌다.


좋아하는 일이 힘이 있는 이유 중 또 하나는, 간절히 원하진 않지만 썩 잘하는 일에 무슨 문제가 생겨 못하는 일이 되었을 때, 그 순간을 극복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다. 퇴물 취급하며 나를 떠나가는 사람들을 보며 극복의 의지조차 느끼지 못하는 삶은 상상하고 싶지 않다.


하지만 좋아하는 일은 못하게 되는 그 순간마저도 극복하고 싶어 발버둥을 치게 되는 일이다. 완전히 지친 상태에서도 다시 일으켜 세우는 강한 의지를 갖게 하는 일, 힘든 순간에서도 포기라는 단어를 생각하면 가슴이 저려 결국 다시 하게 만드는 일,


적당히만 해서는 남은 생에 두고두고 아쉬움을 남길만한 일. 나는 그런 일을 하며 살고 싶다.


뭐니 뭐니 해도 좋아하기도 하고 잘하기도 하는 일이 으뜸일 것이다. 물론 그러기가 쉽지 않지만, 만약 양 쪽 다 만족스러운 상태가 된다고 했을 때에도, 잘하는 일이 좋아지는 시간도 나름의 만족이 있겠지만, 좋아하는 일이 잘하는 일이 되어가는 과정만큼 짜릿한 순간은 인생에 없을 것이다.


단순히 좋아하는 마음 하나로 시작해 켜켜이 쌓은 노력이 보답이라도 받듯 성과를 이뤄낼 때, 가슴속에 오래도록 품어온 꿈으로 계속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 때, 나를 포함한 나의 세상이 변화해가는 과정을 몸소 느끼는 그 시간들의 중심에 서서 하나하나 꼭꼭 씹어가며 행복을 느끼는 것이다.


원하는 수준에 도달하는 건 우주의 점 같은 내 존재의 뜻으로만 되는 일은 아니라 생각해서, 그렇다면 결국 하고 싶은 일들을 선택하면서 그것들과 함께 살아가는 것이 최선으로 행복하게 살아가는 일 같다는 생각이 들어, 그런 일을 직업으로 삼아 오래오래 살 수 있다면 대부분의 고통도 사실은 행복을 향하고 있을 것이다.


-2019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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