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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모운 Apr 16. 2020

세월호 6주기

아이들의 꿈

육 년 전, 내가 스물일곱이 되어 본격적으로 영화라는 현장에 뛰어들겠다고 학교도 휴학하고 닥치는 대로 독립영화에 출연하던 그때에, 304명의 사람들이 물속에서 꿈을 잃었다. 배가 가라앉고 시간이 흐를수록 살아남은 이들, 그들의 가족과 친구들, 그 시대를 살아가던 모든 이들이 함께 꿈을 잃게 되었다.
우리는 아름답게만 바라보던 바다를 슬픈 눈으로 바라보게 되고 커다란 배를 볼 때마다 세월을 생각하게 되었다. 내 눈 앞에서 켜지고 꺼지는 참혹한 소식들에 이 시대의 젊은이들은 625나 815보다 416을 기억하게 되었다.
육 년 전에 중학생이었던 어떤 이는 지금 나와 영어 스터디를 함께 하고 있고, 어떤 이는 나와 작품을 같이 하고, 어떤 이는 이제 스물둘이 되어 내 앞에서 담배를 피우며 연애상담을 하기도 한다.
과거엔 아이들이었지만 이젠 성인이 된 친구들은 나와 크게 다를 것 없는 사람들이 되었다.
누군가는 대학을 졸업하고, 누군가는 병장 만기 전역한 예비군이 되고, 누군가는 이미 직장 몇 년 차의 경험을 쌓으며 후배에게 인수인계를 했을 시간이 흘렀다.
그 시간 동안 나는 부단히 내 할 일을 하며 살았지만 매년 4월이 다가오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무겁다. 나는 그저 내 인생을 살아갈 뿐인데도, 누군가는 마음껏 뛰어놀아보지도 못한 이 삶을 내가 함부로 사는 건 아닌지 미안하고 무섭다.
고 황현산 선생은 ‘어떤 사람에게는 눈앞의 보자기만 한 시간이 현재이지만, 어떤 사람에게는 조선시대에 노비들이 당했던 고통도 현재다. 미학적이건 정치적이던 한 사람이 지닌 감수성의 질은 그 사람의 현재가 얼마나 두터우냐에 따라 가름될 것만 같다’ 고 말했다.
우리는 시간이 흐를수록 무덤덤해질 것이다. 미래에 태어나는 아이들은 역사 속의 한 사건으로 생각하고 말지도 모른다. 안산의 슬픔이 고층 빌딩과 재개발로 뒤덮일지도 모르고, 진도는 유명 관광지가 될지도 모른다.
그것을 모두 나쁘다고 할 수는 없다. 살아남은 사람들은 나름대로 행복을 누리며 살아가야 한다. 그럼에도 많은 사람들은 416을 기억하려 애쓴다. 그 덕에 다시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 불안을 쓰다듬으며 마음을 진정시킨다. 스물일곱에 내가 꾸던 꿈들은 서른셋이 되어서 또 다른 꿈을 갖게 만들었다. 아이들의 꿈은 무엇이었는지 육 년 전으로 돌아가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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