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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모운 May 11. 2020

살아야 한다

나쁘게라도 살아야 한다

살아야 한다.

나쁜 청년으로 살아야 한다. 나를 선배라 부르고 선생이라 부르는 이들에게 나쁜 것을 보여주며 살아야 한다.

가난해도 포기하지 않는 바람에 오랜 시간을 고생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살아야 한다.

같이 노력해도 누군가는 먼저 성공하고 나 혼자 뒤처지는 세상 속에서도 웃는 모습을 보여주며 살아야 한다.

혹여나 행운이나 부조리 때문에 패배했더라도 내 탓으로 돌리며 더 노력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하며 살아야 한다.

사실은 나의 때를 기다리고 있으면서, 누구나 다 때가 있다는 무책임한 거짓말로 당신이 조금 더 꿈을 꿀 수 있게 만들며 살아야 한다.

좌절감과 허무함에 젖어 눈물을 쏟은 날이 쌓여있음에도 이것만큼 신명 나게 재미있는 게 없다고 엄지를 치켜세우며 살아야 한다.

그렇게 나쁘게 살아야 당신이나 내가 노인이 되어도 청년과 같은 영혼을 갖고 살 수 있음을 알기 때문이다.

그렇게 나쁘게 말해야 세상의 달콤한 유혹을 뿌리치고 신념과 의지를 지키며 살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나쁘게 만들어야 패배하는 순간에도 다음엔 무슨 방법으로 도전할 것인지 스스로에게 기대를 걸기 때문이다.

그렇게 나쁨을 치켜세워야지만 당신이 평생 재미없는 일을 하며 술자리마다 왕년을 이야기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나는 이렇게 나쁜 청년이 되길 자처하면서, 계속해서 아픔을 겪으며 살아갈 생각이다.

그리하다 당신들의 가난이나 아픔이 나의 마음으로 건너오지 않는 진짜 나쁜 놈이 되는 그 날엔 내가 소중히 여기던 일을 그만둘 것이다.

내가 겪었던 마음이 이제 내 세상의 것이 아니라고 해서 모른 척하는 삶을 살지 않으려고 노력할 것이다.

돈도 명예도 권위도 안정감도 편안함도 중요하지만 그중에 사랑이 으뜸이라고 말하는 사람으로 죽을 것이다.

그러니까 타인의 성공에 배 아파하든 실패에 마음 아파하든 온갖 마음을 누리며 살자.

질투도 시기도 핑계도 게으름도 미련도 후회도 원망도 부끄러움도 피해의식도 자격지심도 좋으니 살아야 한다.

타인의 질타보다 나의 애정을 더 크게 여기며 살아야 한다.

너도 나도 힘 닿는 데까지 살아야 한다.

그러니까 살자, 제발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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