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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모운 Oct 26. 2020

유약하고 부드럽게

강해 보이려고 괜히 큰소리를 내거나 센소리를 하는 사람들은 의외로 유약해서 쓰러지기가 쉽다. 창피하고 수치스러운 걸 죽기보다 싫어하는 사람들은 항상 당당하고 싶어 하지만 사실 세상 사람 그 누구도 백 프로 떳떳하지 못하다. 그런 사람들은 남이 자신을 함부로 평가하거나 무시하는 것에 지겹게 지쳐 그렇게 스스로 강해졌다. 일부러 반박하고 거부하며 반대의 입장을 내세운다. 나는 그런 사람이었고 그런 사람에서 벗어나려고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 그 노력은 인정에서부터 시작된다. 나는 대단하지 못하고 누군가에겐 나쁜 놈이고 때로는 부끄럽게 행동한 적이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며 살아가는 것이 첫걸음이다. 완벽한 사람은 없다. 모두들 완벽해지려고 발버둥 치지만 그 누구도 완벽할 수 없다. 그러니까 괜히 기세나 재력 같은 쓸데없는 것들을 끌어와 남들을 기죽이며 위에 서려는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누군가를 제압해봤자 남는 건 공허다. 결국엔 나의 삶에 높은 가치를 지니는 것들로, 누군가에게 인간으로서 인정받는 것이 가장 큰 기쁨이다. 언제 사라질지 모르는 돈이나 권세 말고 생을 통해 쌓아 온 고유의 인품으로 인정받는 것이 제일이다. 때문에 부드러운 사람들에게 끌리는 것이다. 나를 공격하지도 않고 피하지도 않는 무해한 존재의 온전함과 안정성에 이끌리는 것이다. 나 또한 안전하게 만드는 한 없이 부드러운 커다란 존재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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