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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투스칸썬 Dec 08. 2022

미국 가면 저절로 블라블라 된다고?(전편)


나의 지적인 욕구는 7학년 때 바닥을 찍었다가 느즈막.

아이를 키우며 승승장구 중이다.

이 과정이 너무나 신이 난다.

이제와 석박사 할 것도 아닌데?

그나저나 절벽에서 떨어진 새끼 사자는 살아남은 걸까?



 

영유 출신들이 넘쳐나니 옆집 아이표 빳빳한 영교를 읽었다.

서평단에서 제공한 CD를 듣고 워크북을 풀렸다. 듣고 읽을거리는 넘쳐났다.

어쩌다 산 핫하다는 영상 CD나 표지가 끝내주는 원서는 나 혼자 읽히고 나 혼자 애쓰다 말았다.

(그게 내게 지적 영양제로 큰 힘썼다.)

깨알같이 수첩에 적어가서 눈 꿈쩍하면 하교하는 아이들이 오기 전에 원서들을 도서관에서 퍼 날랐다.

그러다 분실하거나 파손된 CD나 원서도 여럿 되었다.

(물론 도서관에는 보상을 해야 정상 회원 유지가 가능하다.)


초등 고학년 된 아이가 처음으로 영어 사교육을 한 달 받았다.

언변이 화려하고 입금 전엔 아이에게 한 마디도 안 하는 과외선생님은 수업 4주 후,

무조건 국제중 감이라며 한국 내신형으로 만들기 다듬어지지 않은 영어실력이 아깝다고

침이 마르게 설득했다.

"저도 같은 입장이었는데요, 어머니. 덜컥 미국 보내 놓으니 그냥 알아서 학사는 따더라고요."

거처가 있으니 한 한기 외국 문화에 빠뜨려볼까 하다 코로나로 유야무야.

현재 아이는 전형적인 입시관리형 내신 학원을 다니고 있다.




많은 사람들의 오해.

수영은 물에 풍덩 빠뜨리면 끝,

외국어도 그렇다.

미국 한복판에 똑떨어지면 거지도 잘하는 블라블라, 아이도 주워 익혀서라도 네이티브 되드라.

수학은 들이 파고 영어는 미국물 먹이고 쉽게 쉽게 가자.

다 하게 되어있다?


아닌 사람, 여기 있다.





7학년 프랑스 담임선생님은 미남은 아니어도 호리호리한 호감형에 의욕 넘치지는 젊은 분이셨다.

무슈 루카는 프랑스식 볼인사 비쥬 대신 꾸벅 한국식 인사를 하는 동양 아이, 프랑스식 빨간 세로줄이 그어진 노트 대신 무지 스프링 노트에 필기체도 서툰 아이를 어떻게 대해야 할지 난감하셨을 것이다.


매주 월요일 1교시는 프랑스어 딕테 받아쓰기 시험 시간이었다.

무슈는 내 옆에서 일부러 최대한 발음을 느리게, 반복 재생하셨지만 나는 온전한 한 문장도 쓰지 못했다.

살아남든 아니든 네 소관이다, 하고 사자가 절벽에서 뚝 떨어뜨려기엔 

너무나 감성적이며 독립적인 새끼 사자였던 건 아닐까.

이미 주 5일 수업이었고 주말 내내 잊고 신나게 놀 어린애였음에도

새끼 사자는 금요일 하교부터 월요일 1교시가 잠시도 뇌리에서 떠나지 않았던 것 같다.

부성(혹은 모성)인가 오만인가.

아무것도 모르고 절벽 끝으로 부모를 따라간 새끼 사자.

그저 제 힘으론 아무것도 못하는 게 새끼 사자의 잘못이라면 잘못.


엄마가 밀어낸 새끼 사자는 절벽에서 살아남았을까.



출처 : 픽사베이



-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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