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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투스칸썬 Dec 13. 2022

모모는 엄마가 되어도 똑같았을까?(전편)

"지구가 태양을 한 바퀴 도는 동안 기다리는 거야, 꼬마야. 싹이 돋아나기까지 땅속에 묻혀 잠자는 씨앗처럼 말이야. 네 안에서 말이 자라나게 되기까지는 그만큼 오래 걸린단다.

그렇게 기다릴 수 있겠니?"

미하엘 엔데의 [모모]에요.




코로나로 못 보던 친구가 한 시간 반을 달려와서 한 시간 반을 걸려 돌아갔어요.

모모한테 이야기 늘어놓느라 고작 50분 시간을 내어서요.

친구는 동네 친구들과 하루 걸러 만난 대요. 그런데 할 말들이 너무들 많아 자기 얘긴 못한다면서.

모모를 만나러 온 거예요.


유학 간 친구가 엽서에 보내온 내용을 오래 기억해요.

문제들이 쌓이면 모모 앞에서 번호순으로 하나씩 꺼내어 말하다 보면 쭉 정리가 되어 일어나지.


고등학교 땐 모모에게 할 얘기가 있다고 쉬는 시간에 다른 반 친구들이 건너왔지.

여고생 특유의 속을 털어놓을 친구를 쉬는 시간마다 복도를 오가며 친구를 찾아가는 문화.

(요즘은 다른 반 출입이 청소년 교실에서는 벌점이더라.)

이미 모모에게 줄 서 있는 다른 친구를 보고 뒤돌아서는 데 모모는 동시에는 어찌할 수가 없었어. 

잘 들어주는 기술.

그때는 그게 재주 인지도 몰랐고 성격이거나 상황이려니 했어.



모모가 해준 일이야 뭐가 있겠어.

오는 사람 막지 않고 가겠다는 사람 붙들지 않고 그저 이 자리에 있을 거라는 안심을 주고

들어주는 것뿐이었어.

답은 주어도 귀담을 리 없고 결국 자기가 털어내면서 길을 찾아간다는 것을 모모는 알고 있었어.




모모에게도 공정한 시간이 지나가서 엄마가 되었어.

눈과 눈을 마주해서 도리도리 짝짜꿍 해주고 까르르 넘어가는 아이를 안고 보듬고 어루만졌지.

아이는 이내 말문이 열렸어.

귀를 크게 크게 키워서 가장 잘하는 기술을 발휘했지.

너무나 쉬운 일이고 늘 하던 일이니 당연히 베풀 수 있었어.

그런 마음이 역시 공정한 시간 앞에서 이상하게 조금씩 허물어져 어.

모모는 놀랐지만 그렇다고 멈추거나 변해야 하는 줄 몰랐어.

비로소 시간도둑에게 모모에게도 쫓기게 된 거지.

제야 알게 되었어,

그간 모모를 찾아온 친구들의 동동대던 발걸음을. 그리고 모모의 쓸모를.

들어주고 웃어주고 맞장구치며 귀만 움직이려 했는데. 분명 시작은 그랬는데.

이젠 자꾸만 부정하고 지적하고 명령하는 입만 커다래진 모모 자신이 보였어.

시간도둑은 더 신이 났지. 모모 너도 별 수 없지? 샘통이다, 하면서.

하다못해 모모는 엄마와 짧은 통화에도 빨리빨리, 하는 입이 커져버렸고 아주 어렵게 용기를 내어 찾아온 사람에게 "다음에 봐. 바빠서 이만"하더라고.

엄마 된 모모, 어쩔 수 없는 걸까?

엄마의 배터리는 삽시간에 경청의 충전 에너지가 소진되었나, 무엇에?


출처 : 픽사베이


-후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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