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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투스칸썬 Dec 16. 2022

모모는 엄마가 되어도 똑같았을까?(후편)

"엄마. 나  방 들어갈게."

잘 얘기하던 아이가 정색하고 일어나 방문을 닫아버렸다.

심장이 두근두근.

공연한 걸 물었나? 어제 늦게 자서 피곤한걸 거야. 나한테 화났나? 시험 보느라 못 자설 거야.

언제 나오려나? 코코아 타서 슬쩍 들여다볼까?

아이는 그렇게 제 방문을 닫기 시작했고 가급적 짧게 듣고 간단히 답했다.

일거수일투족이 궁금하던 아이가 "그냥 엄마 알아서 해." 끝이었다.



모모 역시 시간도둑에게 탈탈 털렸다.

3분짜리 양치모래시계를 뒤집고도 허겁지겁. 밥도 엉덩이 반만 걸친 채 허겁지겁.

아끼고 아껴도 아이와의 시간은 턱없이 부족했다.

잠들기 직전까지 더 해달라 간절히 바라보고 귀를 기울이던 아이에게 모조리 가지고 있던 시간을 쏟아부었다.


출처 : 픽사베이


택배도착 메시지를 확인한 모모는 현관문을 열었다.

배달  20킬로 쌀을 힘겹게 들어 현관 안으로 들여놓았다.

'끙'소리부터 나오는 나이를 먹었다.

한 번에 번쩍 들면 큰일 나니까 쌀 봉지를 몸통에 최대한 가까이 붙이고 처음엔 무릎 반, 엉덩이 반, 그리고 허리를 반만 살살 들어 문지방을 넘겼다. 조금 끌어 거실 턱으로 옮겼다. 그다음은 안쪽 다용도실로 아주 살살 이동시켜야 한다.

아이도 그렇다.


한 번에 발버둥 치며 빠져나가는 모래알이라도 살살 손을 벌려서 조금조금 내려놓기로 한다.

가르치고 알려주기보다 지켜보고 기다리면 아이의 입이 점점 커져갈 것이다.

온통 빼앗긴 세상을 향한 시선이 모모의 귀로도 분명 돌아올 것이고

엄마의 시간이 보일 것이다.

우선은 아이의 문화를 아이 시각대로 받아들여 줄 때이다.


모모의 귀도 결국은 예전으로 돌아갈 것을 엄마는 믿는다.

그때는 아이를 놓아주어 더욱 따뜻한 눈빛으로 활짝 열린 귀로. 온 마음 다해 엄마로서 응원 것이다.


모모는 거울 앞에서 흘러내린 머리칼을 귀 뒤로 넘겼다.

거울을 바라보다 비로소 웃음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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