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북맥캐맥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투스칸썬 Jan 03. 2023

이건 비밀이거든요!

로이스 로리 저 [별을 헤아리며]

어쨌거나 안네마리는 그가 왔다는 말이 너무나 기뻤다. 급히 왔다가 곧바로 가긴 했어도 그가 오는 건 뭐랄까, 좀 비밀스러워 보였다. 안네마리로서는 페테르를 본다는 것은 정말 큰 기쁨이었다.

p36


로이스로리의 [별을 헤아리며]는 로맨스가 아니다.

동심이 통하지 않는 데서 오는 슬픈 비밀이야기.




"얜 비밀이 많았잖아, "

여고동창의 말에 내 눈빛이 빛났다,

아싸, 잊고 있던 나 발견! 나 비밀 많았음.


일기장을 6학년부터 매년 한 권씩 샀다.

거기에 앨범과 꽂지 않은 인화사진들. 주고받은 편지들. 쪽지들. 여고 때 연습장까지. 

이사 갈 때마다 캐리어 두 개에 채워 옮겨 다녔다.

결혼할 때 꽉 찬 캐리어가 무언지 남편이 딱 한번 물었다.

궁금하다기보다 열지 않는 가방들을 때마다 옮겨 다니는 게 의아했나 보다.

저것들은.

이다음에. 적적해질 때 소일거리로 보려 남겨놓았다 하면 엉뚱한 계획일까.

추억만이 남을 때. 엄만 그때가 되면 꺼내기로 한다.





결혼초 짐 정리하라니까 남편은 자기 짐은 이게 전부고 전혀 손댈 생각이 없으니 칸 하나만 주면 된단다.

그렇게 화석처럼 모셔져 있는 한 칸이 여직 그대로다.

늘어난 남편의 것이라면 공구나 잡동사니 담는 김치통 세 박스로 끝.

부럽다. 그 단출함이. 

과거가 없어도 너무 없다.




딸아이가 새해 다이어리가 필요하단다.

엄마 귀에는 반가운 소리다.

한해 꼭 하는 연례행사가 11월에 신년다이어리 둘러보기. 구입. 12월부터 새해 다이어리 기록.


그 흐뭇한 일을 이제 딸과 함께 한다니 더없이 좋다. 눈치 보며 1인분 시켜 먹던 맛있는 음식을 둘이 키득대며 2인분 양껏 먹는 느낌이랄까.

어려서부터 메모인인 아버지를 보고 자라서 메모가 몸에 베여 건망증을 속이며 잘 살고 있다.

나의 다이어리는 식탁 위, 책상밑, 침대나 소파 안, 어디서나 채인다.

비밀한 무언가는 한 줄도 없는 일상 메모와 할 일(To do)뿐이지만 기록 문화는 언제나 내키는 숙제이다.


아무도 내 다이어리를 들춰보지 않는다.

수시로 적고 펼치는데 아무도 속내를 궁금해하지 않는다.

나도 비밀이 있는데. 흥.


출처 :픽사베이
매거진의 이전글 모모는 엄마가 되어도 똑같았을까?(후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