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투스칸썬 Jun 07. 2023

의사 사모님

매일 지나는 은행 앞에서다.

낯이 익어 살짝 목례를 드리니 받아주셔서 그 후 점심시간 그맘때면 가볍게 고개 숙이고 지나는 사이였다.




여름 목전에 독감환자 이렇게 많기는 삼십 년 만이라고 B소아과 의사 선생님은 환자맞이 인사를 하셨다.

까치집 머리에 맨 위 셔츠 단추는 풀릴락 말락. 눈 비빌 틈도 없이 바빠 보이시는 의사 선생님.

잔병 많은 아이 자주 보시다 보니 갈 때마다 이런저런 여담을 살짝궁 나눈다.

아이가 들어오면서 나갈 때까지.

어린이 환자에게는 폭포수 같은 격려를, 보호자에게는 질환별 주의사항에 계절별, 시기별 유행병이나 하다못해 유아 관련 토막뉴스 하나라도 더 전해주시려 안달이신 . 

진료는 척척 일사천리로 끝내시되 속사포 수다가 매력이신 선생님. 해박한 의료지식을 위트 만발한 부연설명으로 박장대소를 유발하신다.


매번 우리 아이 상태가 양호해서가 아니다.

활달한 분위기 속에서 정신없이 진료를 마치면 주사를 맞약처방이

아이는 아픈 것도, 아픈  참는 것도, 참아서 나아지도. 잘할 것만 같은 마법걸린다.

"병원은 싫고 아픈 건 힘들어"에서 "치료받았으니 푹 쉬면 회복될게 틀림없어"가 된다.

지켜보는 엄마도 아이 손을 힘줘 잡을 용기를 얻는다.

의학이 결국에는 술과 지식에 사람의 힘이 농축된 결과물 아니겠는가.




거기서 그분을 뵈었다.

내과를 겸하니 환자분이거나 환자 보호자로 여기서 뵀구나.

지레짐작으로 멋쩍게 인사드리 따라 오신다.

"애기엄마랑 밖에서만 마주치는 게 좋은데. 병원 안에서 오랜만에 보네요.

근데 아이 눈웃음 보니. 이거 아플 틈도 없이 뚝딱 낫겠는걸?"


딱 떠오르는 장면! 의사 선생님과 같이 지나시는 모습.

아하, 식사 후 은행 건물을 지날 때 마주쳤던 이 분은. 의사 선생님 사모님이셨다.




아이가 약국으로 약 타러 간 사이 잠시 사모님 이야기를 들었다.

의사 선생님이 대화를 너무너무 좋아하셔서 식사 중에도 쉴 새 없으신 양반인데.

간호사선생님들 불편하실까 봐 근처 계신 사모님께서 한 번씩 말동무하러 들르신다고.

특히나 주말 앞두거나 연휴 전이면 의사 선생님 근심이 하늘을 뚫을 기세인데.

풀고 풀어도 줄지 않는 의사 선생님의 이야기보따리인즉슨.


휴진일 앞두면 응급아이는 없을지. 진료 볼 때 급성으로 넘어갈지 염려스러운 아이가 연휴에 응급실 찾으면 이런저런 증상부터 얘기하란 말을 보호자가 기억할지. 아무래도 한 시간 줄어든 토요일 진료시간을 동절기부터 다시 늘려야 주말에 아이들이 덜 고생할 거 같다 등등.

선생님 이야기보따리 안에 든 건 온통 아이들 건강 생각뿐이시란다.


장난기 가득하셔서 아이 기운 내라고 농담하면 아픈 아이 앞에 두고 실없다는 소리도 듣고,

진지함이 부족해서 실력도 의심받아 다른 병원에서 재검받는다는 얘기도 들으셨단다.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은 환자나 보호자로서 보는 의료인이 아닌 인간으로의 의료인의 세계.

세상만사를 이야깃거리로 만드는 동심으로 가득 찬 B선생님을 향한 보호자들의 평판.


사모님은 좌담회나 반모임에서 옆자리에 앉았다 죽이 잘 맞은 짝꿍이 되듯 의사 남편에 관한 문화가 산책을 스스럼없이 이야기하셨다.




의료 서비스 시대.

의술이야 국가가 검증하는 부분이고

내 아이를 들여다보는 눈이 선량하시고 내 아이 보듬는 손길이 반복될수록 신뢰 간다면.

보호자로서 공동목표인 내 아이 건강 골대를 향한 팀워크에 도움 될 것이다.

B소아과가 아침부터 붐비는 이유일 것이다.


출처 픽사베이


우리 집 아이가 잔기침과 코막힘에서 어서 해방되어 의사 사모님과 소아과 앞이 아니라

은행 건물 앞에서 반갑게 목례 나누길.

매거진의 이전글 마지막 붕어빵을 공짜로 먹는 방법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