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순한 아이라고 눕혀놓고 엄마가 언니 손 붙들고 놀다 오느라 자기 똥기저귀 안 갈아준 것에 여태 삐쳐있는, 참 사랑스러운 친구ㅊ.
척척박사이신 세상모르는 게 없으신 ㅊ어머니께 정작 뭐든 여쭈는 건 딸 ㅊ이 아닌 딸친구인 나다.
내 엄마가 아침저녁 마른걸레로 닦아 반들반들하던 환한 우드톤의 안방 장롱.
아이 세수 시킨 후 손으로 콧물을 팽 풀리는 정성스러운손길같이 어머니가 고이고이 길들인 장롱.
손바닥만 한 집으로 쫓겨나는 바람에 손때 묻은 내 어머니 장롱과 이별하는 이삿날.
살던 집 앞바닥에 놓아두고 떠나며차창으로 본 내 엄마 장롱은. 자기도 같이 가자는 듯 얼마나 슬프고슬픈 우드톤으로 울상이던지.
이사 들어갈 집으로 우리보다 먼저 와있던 ㅊ.
구겨지듯 누우시는 내 엄마께 금방더 좋은 집으로 갈 거라고. 아무도 믿지 않을 위로를 해드렸다.
내 방 따윈 없었고 시름 젖은내 엄마 곁은 힘들었다.
ㅊ네는ㅊ어머니 손길이 닿은 흔적이라고는 없는, 발 디딜 틈 없이 살림살이로 늘 어지러웠다.
ㅊ어머니께선 손으로 발로 주변 잡동사니를 대충 물리치시고 쏜살같이 밥상을 차려 내오셨다.
손으로 쭉쭉 겉절이를 찢어 내 수저 위에 얹으시고 벌컥벌컥 드신 숭늉그릇을 탁탁 털어 다시 보릿물 가득채워 내 쪽에 놓으셨다.
밥이, 찬이, 물이 쉬 넘어갈 리 없었다.
뭐라 해야지? 입 떼기 쉽지 않은데.눈물이라도 쏟아지면 어쩌지?
ㅊ어머닌 질문 하나 없으셨다. 내 눈 한 번 안 보셔도 다 알고 계시는, 큰 어른이었다.
우리 아이들 같지 않게 어쩜이리 야물고 찰지냐고처음 날 보실 때부터 이뻐해 주신 ㅊ어머니.
여기가 너네집인데 들어갈 집 없다는 게 무슨 소리냐고, 나이 이제 몇이나 먹었다고 하늘 무너진 얼굴이냐고.따갑게 호통을 치셨다.
싱거운 바람이 모래성을 단번에 무너뜨림을 알고 계셨다.
"살다 보면 오갈 데 없어지고 뉘일 자리 없는 거. 그런 건 아무것도아니다. 살다 보면별의 별일 다 있다. 몸뚱이 온전하면. 그럼 되는 거야. 달리 암생각 마. 남의 가슴에 못 박은 거 아니면. 내 짐은 금방 끝나. 더 험한 거 와도 견딜 수 있다 하는 마음이면 딱 끝난다.침 퉤 뱉고 한숨 자."
출처 픽사베이
ㅊ아버님 상으로 찾아뵌 ㅊ어머니만의 철옹성 같은 낙천문화는 여전하셨다.
상복차림이신데도 뒤로 넘어갈 듯 깔깔 웃으시고 폭포수 같은 말씀들을 쏟아내시는ㅊ어머니.
장작 7년 병시중을 어찌하셨냐는 문상에특유의 얼음 같은 눈빛으로 "거들기만 한 내가 뭘 했다고?" 하시며 공치사 한 번이 없으셨다.
그렇듯 산처럼 강하고 들처럼 넓은 어머니셨는데 며느리와 사위를 보시니 많은 원성을 사셨다.
자식들 거처부터 손주 교육까지 지나치게 관여하시니 자식들 불평이 컸다.
ㅊ은 ㅊ대로 날 붙들고 우리 엄마 왜 저러냐 어머니 흉, 오가다 들르면 ㅊ어머닌 날 붙드시고 자식들 흉. 한 치 건너 들으면 모두가 옳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