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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투스칸썬 Sep 02. 2023

돈가스집 사장님은 왜 그러실까.

어린이집에서 알게 된 엄마가 있다.

딸이 원에서 좀체 사랑받지 못하는 것 같다고.

첫 커피를 사이에 두고 센 속내를 풀어 보였다.

그 후 등하원 시 볼 때마다 '다음 주'자기네 집에 놀러 와라, '다음 주'아이들끼리 놀리자, 정말 '다음 주' 시간이 빈다. 무조건 '다음 주" 보자.

'다음 주' 약속을 연발하고 스스로 깨고 다시 날 잡는 반복에 멀찌감치서 목례만 하고 지나쳤다.


지금 생각해도 그 '다음 주' 엄마의 실없음은 그렇다 쳐도. 고마운 점이 한 가지 있다.

"제가 돈가스 좋아하지 않는데 여기 건 무조건 싹 비워요. 최고예요! 언니, 다음 주 같이 가요."

'다음 주'는 영원히 오지 않았으나 상관없이 우린 그 소갯집 단골이다.

매일 지나쳤지만 소개가 없었다면 지금도 그 집 돈가스집은 찾았을 것 같지 않다.

매장 입구도 사장님도 전혀 호감 가지 않는 우리 집 최애 돈가스집.




동네 놀이터에서 실컷 놀아 땀범벅 된 아이들이 돈가스가 먹고 싶단다.

믿음이 안 가기는 하지만 '다음 주'엄마의 추천에 힘입어 놀이터 코앞의 돈가스집에 갔다.

돈가스뿐 아니라 김치볶음밥이나 오므라이스 등 정식메뉴가 여럿이었고 모든 메뉴는 기대이상이었다.

이후 한 번씩 놀다 허기 진 아이들을 데리고 돈가스집에서 메뉴를 돌아가며 시켜 먹었고 늘 만족스러웠다.

얼마 지나지 않아 코로나로 놀이터도, 외식도 힘들어졌다.

바삭한 튀김옷과 보증된 고기맛, 그리고 비법소스가 마무리해 주는 돈가스는 잊을 만하면 한 번씩 입에서 군침이 돌고 생각이 나서 그 집에서 포장해 왔다.

까다로운 우리 식구 모두가 환영하는 메뉴.




돈가스는 좋지만, 돈가스집은 가기 싫다.

포장만 한 번씩 해와서 맛있게 먹는다. 주변에 여전히 추천도 한다.

하지만 참 궁금하다.

우리 동네 돈가스집 사장님은 왜 그러실까?


커버 및 사진출처 픽사베이


남편이 요리를 하고 아내가 카운터를 지키고 서빙을 맡는다.

목도 직장인이나 동네 사람들이 기본적으로 오가는 동선이라 줄 서서 먹을 정도의 소문난 맛집은 아니어도 충성 단골들이 있다.

끊임없이 돈가스 가격도 올랐다.

타고난 성격이 그럴 수 있다지만.(욕쟁이 주인할머니의 욕 듣는 맛에 찾는다는 식당도 있다지만)

왜 친절하지 않을까?


전화예약을 해서 돈가스 포장의 결제방법과 테이크아웃 시간을 미리 조율하면,

매번 영업 중이면서도 재료가 있는지 확인을 한다고 대기시간을 한참 끌고 퉁명한 답변을 던지고 먼저 툭 전화를 끊는다.

식당에서 제품을 건네받을 때도 뚱한 표정으로 눈을 마주치지 않은 채 포장을 내밀고 그만이다.

어서 오시라거나 고맙습니다가 없다.

네, 네.

끝이다.

내외가 다 그렇다.

아이를 앞세워도 마찬가지이고 항상 잘 먹고 있다 라거나 잘 먹겠다 인사를 건네무반응으로 뒤통수가 찝찝하다.


장사가 잘되든 아니든

단골인 줄 모르든 알든

사람을 대하는 곳에서는, 기본은 지키면 좋겠다.

세상의 깨알같이 많은 메뉴 중에서 우리 집을 선택한 고객에게 조금만 친절하고 반갑게 맞아주면 좋겠다.

매번 뿌루퉁한 태도가 싫으면서

돈가스 하면 그 집 외에는 생각이 안나는 게 속상하다.


우리 동네 돈돈 돈가스 사장님.

가장 맛있는 돈가스를 가장 맛있게 제공해 주시는 사장님.

아주 쪼쪼 조금만 더 친절하게 맞아주시면 더 맛있을 것 같아요 돈가스 사장님! 제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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