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brunch
매거진
너에겐 그렇게 돼
돈가스집 사장님은 왜 그러실까.
by
투스칸썬
Sep 2. 2023
아래로
어린이집에서 알게 된 엄마가 있다.
딸이 원에서 좀체 사랑받지 못하는 것 같다고.
첫 커피를 사이에 두고 센 속내를 풀어 보였다.
그 후 등하원 시 볼 때마다 '다음 주'에
자기네 집에 놀러 와라,
'다음 주'에
아이들끼리 놀리자,
정말 '다음 주'는 시간이 빈다. 무조건 '다음 주" 보자.
'다음 주' 약속을 연발하고 스스로 깨고 다시 날 잡는 반복에 멀찌감치서 목례만 하고 지나쳤다.
지금 생각해도 그 '다음 주' 엄마의 실없음은 그렇다 쳐도. 고마운 점이 한 가지 있다.
"제가 돈가스 좋아하지 않는데 여기 건 무조건 싹 비워요. 최고예요! 언니, 다음 주 같이 가요."
'다음 주'는 영원히 오지 않았으나 상관없이 우린 그 소갯집 단골이다.
매일 지나쳤지만 소개가 없었다면 지금도 그 집 돈가스집은 찾았을 것 같지 않다.
매장 입구도 사장님도 전혀 호감 가지 않는 우리 집 최애 돈가스집.
동네 놀이터에서 실컷
놀아 땀범벅 된 아이들이 돈가스가 먹고 싶단다.
믿음이 안 가기는 하지만 '다음 주'엄마의 추천에 힘입어
놀이터 코앞의 돈가스집에 갔다.
돈가스뿐 아니라 김치볶음밥이나 오므라이스 등 정식메뉴가 여럿이었고 모든 메뉴는 기대이상이었다.
이후 한 번씩
놀다 허기 진 아이들을 데리고 돈가스집에서 메뉴를 돌아가며 시켜 먹었고
늘 만족스러웠다.
얼마 지나지 않아 코로나로 놀이터도, 외식도 힘들어졌다.
바삭한
튀김옷과 보증된 고기맛, 그리고 비법소스가 마무리해 주는 돈가스는
잊을 만하면 한 번씩 입에서 군침이 돌고 생각이 나서 그 집에서 포장해 왔다.
입 까다로운 우리 식구 모두가 환영하는 메뉴.
돈가스는 좋지만,
돈가스집은
가기 싫다.
포장만 한 번씩
해와서
맛있게 먹는다. 주변에 여전히 추천도 한다.
하지만
참 궁금하다.
우리 동네 돈가스집 사장님은 왜 그러실까?
커버 및 사진출처 픽사베이
남편이 요리를 하고 아내가 카운터를 지키고 서빙을 맡는다.
목도 직장인이나 동네 사람들이 기본적으로
오가는 동선이라 줄 서서 먹을 정도의 소문난 맛집은 아니어도 충성 단골들이 있다.
끊임없이 돈가스 가격도 올랐다.
타고난 성격이 그럴 수
있다지만.(욕쟁이 주인할머니의 욕 듣는 맛에 찾는다는 식당도 있다지만)
왜 친절하지
않을까?
전화예약을 해서 돈가스
포장의 결제방법과 테이크아웃 시간을 미리 조율하면,
매번 영업 중이면서도 재료가 있는지 확인을 한다고
대기
시간을
한참
끌고
퉁명한 답변을 던지고 먼저 툭 전화를 끊는다.
식당에서 제품을 건네받을 때도 뚱한 표정으로 눈을 마주치지 않은 채 포장을 내밀고 그만이다.
어서 오시라거나
고맙습니다가
없다.
네, 네.
끝이다.
내외가 다 그렇다.
아이를 앞세워도 마찬가지이고 항상 잘 먹고 있다 라거나
잘 먹겠다
인사를 건네도 무반응으로
뒤통수가
찝찝하다.
장사가 잘되든 아니든
단골인 줄 모르든 알든
사람을 대하는 곳에서는, 기본은 지키면 좋겠다.
세상의 깨알같이 많은 메뉴 중에서 우리 집을 선택한 고객에게 조금만 친절하고 반갑게 맞아주면 좋겠다.
매번 뿌루퉁한 태도가 싫으면서
돈가스 하면 그 집 외에는 생각이 안나는 게 속상하다.
우리 동네 돈돈 돈가스 사장님.
가장 맛있는 돈가스를 가장 맛있게 제공해 주시는 사장님.
아주
쪼쪼
조금만 더 친절하게 맞아주시면 더 맛있을 것 같아요 돈가스 사장님!
제발요.
keyword
돈가스
엄마
31
댓글
6
댓글
6
댓글 더보기
브런치에 로그인하고 댓글을 입력해보세요!
투스칸썬
직업
에세이스트
문화와 문학을 열망하는 에세이를 씁니다. 신간과 신제품 시음을 지나치지 못하면서 올드 정서가 좋은 마릴라 엄마에요.
구독자
188
제안하기
구독
매거진의 이전글
"너나 잘하세요!"
코카콜라 맛있다.
매거진의 다음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