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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투스칸썬 Apr 30. 2023

거품 껴도 괜찮아, 팍팍 써!


소아과에서 피 뽑을 준비 중인 선생님의 등을 보고 엄마로서 직감했다.

고심하시는구나.

그리고 나온 한마디.

"어머, 우리 친구는 혈관이 어쩜 이렇게 씩씩해? 힘없는 혈관도 비만인 혈관도 많거든. 최고!"

아이가 울먹일 틈도 없이 피는 이미 뽑혔다.

칭찬은 울던 아이도 뚝 그치게 한다.




한 번씩 보는 옆집 뒷집 앞집 엄마들이 있다.

나이 차고 사는 형편이나 직업도 다르지만 오직  아이가 동갑이라는 공통분모로 교감한다.

어느 날부턴가.

브런치도 하고 계절별로 아이들 생일도 돌아가며 하고 시댁 흉이나 남편 험담도 불편하지 않은 사이인데.

두고 온 게 있는 듯 돌아서는 뒤통수가 허전했다. 무슨 마음일까.




아이들을 보면 라도 골라서 칭찬하려고 한다.

어릴 적 친구들은 "아이 안 좋아하는 네가 많이도 변했다"라고 칭찬홍수에 반신반의하는데.

모르는 말씀!

아이를 좋아하고 아니고를 떠나 칭찬으로 물꼬를 트는 것이 내 처세 중 하나이다.

칭찬이 과장이나 없는 얘기면 곤란하다. 아이들 모든 일거수일투족은 칭찬 거리로 가득 차있다.

입에 발린 추임새? 왜 이래, 아마추어같이?


첫 만남이나 어색한 자리, 아이를 사이에 둔 아이 친구 엄마들 관계에서 그런 시작이 편하다.

날씨로 서두를 여는 서간문처럼.

특히 내 아이가 좋다는 내 아이 친구에 대해선 맹목적으로 한껏 부풀려지는데 가짜 거품이 아니다.

잘 모르지만 내 아이가 좋다니 분명 그 친구는 칭찬덩어리일 것이라는 객관적일 수 없는 엄마의 입장 표명이다.

하다 보면 어렵지 않다. 모든 것이 칭찬 꺼리다.

성적이나 재능이나 결과는 건드리지 않는다.

지나다 보니 걷는 자세가  반듯하니 멋진걸!

인사하는 목소리가 어쩜 그리 친절하니! 

준비물 짝꿍과 나눠썼다고 소문났더라.

그러다 선을 넘을락 말락.


연습장 구석이라도 끄적이는 게 어디야. 우리 아인 암산으로 끝이야. 정확할 리가 있겠어?

우리 애는 더해, 매일 부딪치고 걸려 넘어져. 조심성은 무슨. 자기 넨 그 정도면 조심성 별 다섯 개야.

청소는 고사하고 기껏 엄마 불러놓고 대신 휴지 버려달라는 거야, 치우는 시늉이라도 하니 다 컸네.

남의 집 자녀 칭찬한다는 게 내 아이를 깎아내리느라 열을 올리는 나 자신에 경악.

아이 친구 엄마 앞에선 삽시간에 내 아이가 맹추가 되기도 한다.


돌아오는 길.

놓고 온 게 있는듯한 느낌은.

왜 우리 아이 칭찬은 들은 이 없지?

왜 저 엄마들 문화에서는 잠자코 자녀 칭찬을 들은 후 다른 자녀 칭찬은 도통 안 하지?

흠흠, 기브 앤 테이크는 아니어도, 내 아이는 별로라 쳐도,  서로들도 너무 인색한 것 같은데?

칭찬에는 거품이 잔뜩 껴도 괜찮은데. 

아이들 기 살게 칭찬 폭탄들을 온 동네가 나서서 남발해 주면 어떨까.




지나다 잠시 들른 동생이 생각지도 않은 말을 다.

"난 막내라서 필요한 건 뭐든 받았잖아. 물질적인 아쉬움은 하나 없었는데. 칭찬받은 기억이 없어.

아마 부모님도 칭찬받은 경험이 적은 대라서 할 줄 모르셨겠지. 누나는 과하게 많이 해줘."


출처 픽사베이


그렇구나.

나도 칭찬에 배고파서 역지사지로 폭풍칭찬에 내 배가 불려진 건가. 대리만족이었나.

아이는 엄마 칭찬을 먹고 자라며 자칫 칭찬비만아 또는 비난비만아로 성장할 수 있다.

눈치 보고 의기소침한 비난 부작용자도 많고 유아독존으로 세상의 중심인 줄 아는 칭찬 부작용자도 다.


절제를 덜 하고 과유불급에 눈을 감아주는 거품 낀 호들갑스러운 칭찬 릴레이.

오답에 눈이 가는 대신 조금 나아진 글씨체를 칭찬하고

아빠 닮은 오자형 걸음걸이 대신 바빠도 꺾어 신지 않고 운동화 뒤꿈치에 가까스로 발을 집어넣는 모습에 과한 물개박수를 쳐주는 것.


어린이들에게는 그래도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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