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투스칸썬 Jun 07. 2023

떠나기 전날.

"2박 3일쯤이야 껌이죠."

라고 초등생 둔 옆집 엄마는 대뜸 받아쳤다.

그럴 수도.




큰애가 생애처음 혼자 집을 떠나 수련회 가기 전 날.

한 달은 떠나 있을 듯 바리바리 모아둔 짐을 가방 하나로 최종 옮기려니 쳐낼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혹시나 하나 넣고 혹시나 두 개 넣다 보니 뚱뚱한 짐덩어리가 산이 되어 있었다.

수련회 전날이 공휴일이다 보니 정작 떠날 아이는 뒹굴거리며 실컷 먹고 실컷 쉬며

이건 필요하고 저건 됐다고 커트하는 관리감독에만 충실하다.

스스로 준비한 것이라곤 친구들과 먹을 과자와 젤리, 간식거리뿐이다.

여직 언제 혼자 짐을 꾸리고 풀었겠는가.

뭐가 딱히 필요할지 뭐는 있어봐야 손도 안 갈지 알까.

부대껴봐야 아쉬운 건지 공연한 일인지 문화는 경험해 봐야 알 일이다.

이번에 가보면 다음 수학여행이나 대학 M.T는 스스로 뚝딱하려니 싶다.


우천 시 대비하는 우산과 우비.  더위 대비 물 500ml 와 실내화 외 시원한 복장.

물놀이 대비 여벌 옷에 모기나 벌레 대비 기피제, 비상약. 추위 대비 긴팔, 긴바지.

이만큼이 준비해오라는 리스트에 있는 비상용품.

가정에서 옵션으로 더하여지면 끝도 없는 게 여행준비물이다.



출처 픽사베이




"2박 3일? 우왓"

하는 초등맘은 여아는 여아라서, 남아는 남아라서 염려된단다.

요즘도 "어머니, 사랑합니다!" 하는 애써 우렁찬

함성 후에 그렁그렁한 눈들이 되어 편지를 쓰냔다.

그럴 리가.



휴대폰 배터리는 온전할지. 더워서 땀범벅 되어 머리카락과 함께 허겁지겁 식사하지는 않을지.

화장실 전세 내는 상황이면 어쩔지.

밤에 추워서 있는 대로 옷을 꺼내 입진 않을지.

기상악화로 별안간 천둥 번개에 놀란 가슴이 되진 않을지.

나는 우려하지 않는다.

아이가 잘할 거라는 믿음이나 우리 아이 독립심이 최고라서가 아니라

힘들면 힘든 대로, 난처한 상황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성큼 자라려고 가는 고생길 취지를 알고 기꺼이 떠났을 거라는 생각에서다.


글로벌한 매끼 식사나 야간에 하는 놀이와 입이 딱 벌어지는 장기자랑 무대, 오고 가는 버스 안에서 듣는 최신 음악. 교실에서와 딴판인 담임선생님의 패션.

밤에 오손도손 모여 나만 걱정인 줄 알았던, 말을 듣지 않는 머리칼 씨름하느라 아침마다 늦는다는 것.

늦을 때마다 엄마에게 천만 번째 반복되는 잔소리에 인이 박힌다는 것.

요즘 꽂힌 아이돌을 엄마 앞에서는 관심 없는 척 연기했는데 엄만 다 알고 있더라는 것.

뭐 이런 코웃음 칠 수다 속에서 돈독해지는 친구들과의 깨알 같은 시간.

땀냄새나는 몸으로 부딪치고 목 마름을 참아가며 수련회 프로그램을 완수하면서 친구와 "시시한 걸?" 하고

콧방귀 뀌는 거들먹.

돌아오는 차 속에서 서로 머리를 부딪쳐가며 곯아떨어지면 어느새 해산하고 추억이 되겠지.

그 사이사이에 아이들의 몸과 마음속이 열매 맺고 꽃이 피겠지.


너희들의 미션은 오직. 무조건 재미있기! 신이 나서 어쩔 줄 모르기!


내 아이가 떠나기 전날 밤.

설레는 아이의 잠든 모습에

엄마와 아빠는 다른 설렘으로 잠을 쉬 못 이룬다.


매거진의 이전글 거품 껴도 괜찮아, 팍팍 써!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