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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투스칸썬 May 06. 2023

이번 생은 넓게 사는 걸로.

라테시절이다.

실과시간에 얼굴형에 따라 어울리는 네크라인을 소개하느라 대표적인 얼굴형 모델을 한 명씩 (굳이) 뽑았다.

달걀형 당첨! 턱이 뾰족하고 이마는 둥그스름해서 모든 네크라인에 어울린단다.

...  그 이지적인 얼굴형은 어디 갔을까.

서른 줄에 이중턱을 고민하다 성형외과라는 무시무시한 문턱을 넘었다.

"좀 더 나이 들어오세요." 그때만 해도 손절당했다. 바야흐로 대환영일 나이인데 견적 안 나올까 무서워 못 가겠다.


출처 픽사베이


이십 대 때 친구가 외모 중에서 한 군데만 손 본다면 어딜 고르겠냐고. 

이마!


좁은 이마가 불만이라 한 번씩 헤드 라인  뽑는 시술을 하는 친구가 있다.

보는 사람마다 이마까지 쳐들어온 털만 들여다보는 것 같고 이마가 좁으면 속도 좁고 씀씀이도 작다는 기구한 연결 짓기에 빠져있었다.

그 논리대로라면 동네 앞마당인 그 친구 이마 대비 내 이마 위에는 8차선 고속도로가 뚫려있고 마음은 태평양을 품었겠다.


서른까지도 디스코 머리로 앞이마 시작부터 촘촘히 따거나 포마드 기름 칠한 듯 머리칼 한올도 흐트러짐 없이 곱단한 아씨 같은 머리모양을 뽐냈다.

앞머리를 가만두지 않고 달달 볶아대서 이마 경계선의 머리칼들이  난 걸까. 힘을 못 쓰고 탈락하는 헤드 라인 숫자가 많아져서 이마가 확장걸까,


달덩이 얼굴형에 가로본능 각진 이마로 의기양양 활보하다 요즘의 조막만 한 얼굴 안에 이목구비가 용케도  들어가 있는 젊은이들 용모를 보노라면.

아뿔싸 소리가 엄마 입에서 절로 나온다.




가르마도 내 좋을 대로 바꾸려면 여기저기 미리 손을 써놔야 하고 고정 가르마는 탈모의 근원지이다.

강한 자외선에 반복 노출되거나 출산 등의 호르몬 변화를 겪다 보면 가르마로 갈라진 틈새로 면역력이 떨어지는지 점점 휑하게 사이가 벌어진다.


아침 기상문화로 기상나팔이나 알람 대신 아이들 팔다리를 살살 주무른 후 두피마사지로 시작한다.

팔씨름은 완패여도 손아귀힘은 살아있어서 두피를 꾹 꾹 네댓 번 마사지하면 개운함에 아이들 입꼬리가 올라간다. 이어서 기지개를 켜고 아침을 연다.


매월 마지막주아이들이 바뀐다고 기대한다.

가르마 라인정기적으로, 의도적으로 바꿔주기.

칫솔 교체 시기에 맞춰 빗도 바꿔주기.

탈모나 머리숱 걱정과는 관련 없는 가족력이었으나 오랜 시간 앞가르마로 길이 난 가르마의 틈을 용써가며 좁히는 관리가 필요한 시점이다.

생전 안 쓸 줄 알았던 탈모 헤어라인도 들여놨다.




근처에 24시간 헬스장이 오픈했다.

오픈행사로 주변을 종횡무진하는 스텝들의 늠름한 기운이 구경거리다.

울룩불룩한 알통에서 총알이 빠바박 튀어나올 것 같은 팔뚝남들과 언더웨어 실종녀들의 눈 둘 데 모르겠는 19금 저리 가라 할 자태들.

오픈 이후의 볼거리는 헬스장 회원님들 되시겠다.


바바리맨으로 신고할 뻔했다. 펄럭이는 바바리 앞섶 풀어헤친 남성의 하의실종.

힙을 덮는 롱티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걸까, 레깅스의 시작인 팬티라인분연보여주는 패션.

남편이 회원권 끊을까 겁나서 선남선녀 몰려드는 시간대에는 나 홀로 산보하기로.


혼자보아 마냥 좋은 헬스장 패션쇼 주변공원을 산보하고 돌아오는 길.

내 집 앞을 내 집 앞이라 못하고 고속도로 뚫린 사각진 이마를 사뿐히 숙이고 지나숙연함은 뭔지.

미용실 가서 앞머리를 내릴까 하다가 에라이~.

이번 생은 이마라도 속 편하게 넓게 사는 걸로 !

내 집으로 들어서는 발걸음이 한결 가벼워진다.


출처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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