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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형 행거의 낮과 밤

by 투스칸썬

말도 안 돼요, 이모.

방송에 나오는 연예인 집으로 상상하시면 안 돼요.

으리으리한 드레스룸, 그런 방 아니고 소박하기 짝이 없는 저희 집 안방이에요,

예전에는 저희 집 자주 오셨잖아요.

벽을 끼고 니은자로 설치하려다 코너가 죽을까 봐 일자형으로 놓았어요.

아, 사람 와서 사이즈 재고 맞춤형으로 짜주는 그런 형태 아니고요. 인터넷에서 구입해서 규격사이즈로 나오는데도 두 사람이 와서 나사 박고 튼튼하게 설치 싹 해주고 갔어요.

이모 요즘도 좋아하시는구나, 홈쇼핑? 거기서도 팔겠네요.


사방 막힌 옷장하고 가격도 큰 차이 없어요.

아니에요, 이모. 저희는 문은 아예 안 달린, 뒷벽도 없이 테두리만 있는 오픈형이에요. 오픈형 행거. 테두리만 있는데 왜 옷장과 같은 돈 주고 사냐고요. (웃음) 그러게요.

아, 드르륵 열고 닫는 슬라이딩형?

아뇨. 뻥 뚫려있고 위에 옷걸이만 쭈욱 걸면 돼요.

그렇죠? 이모도 그 걱정부터 드시죠? 옷 어깨마다 내려앉는 먼지 어쩔 거냐고.


장롱 열자? 열자가 얼마죠? 장롱 양문으로 세 세트? 대충 그 정도요.

아, 맞다. 제가 통화 끝나면 바로 사진 찍어 보내드릴게요. 동영상으로요? 네. 이모.

옷장 사이즈는 인터넷 정보에 자세히 있으니 그거 캡처한 사진 보내드릴게요.


출처 픽사베이


한눈에 걸린 옷들이 싹 보이니까 옷 찾기도 빠르고 옷장 문 여닫을 일 없어 세상 편해요, 저는.

살림 중에서 전 옷 개는 거 제일 싫거든요

건조기에서 살아 숨 쉬는 뽀송이들은 꺼낼 때만 좋지 하나씩 접어 분류해서 제각각 고향으로 돌려보내는 과정, 으, 정말 별로예요.

이젠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착착 옷걸이에 하나씩 걸라고 온 가족 달라붙여 놓고 각자의 옷 가져가서 걸라고 감독만 하면 끝나요.

전에는 하의는 둘둘둘 말고 티셔츠는 반 접어 서랍장에 넣었어요. 구김 가면 안 되는 상의만 옷장 옷걸이에 걸어놨죠. 이젠 무조건 1 옷 1 행거예요.

후들거리는 실내복이나 옷걸이에서 탈락하는 민소매 정도만 돌돌 말아 옷장 하단 바구니에 차곡차곡 넣어요.


하여튼 엄마나 이모나 깔끔쟁이, 인정합니다!

이런 개방형 옷장 좋은 게요. 사계절 옷 사계절 그대로 둬요. 그전 옷장은 여름 겨울은 제 철 옷으로 바꿔놨는데 요즘은 반팔티 일 년 내내 입고. 한눈에 착 들어오니 안 입는 옷은 아웃시키기 딱 좋아요. 꼭 계절옷 바꾸면서 한두 번만 더입고 없애자 하다가 같이 나이 먹잖아요. (웃음)


엄마는 옷장 보시고 별말씀 없으셨어요.

저녁 되면 저흰 몽땅 안방으로 옹기종기 모여드니까. 칸막이로 좀 막는 게 어떠냐고.

손님 와도 단정해 보이게 구분하는 게 낫겠다고요. 저희는 지금도 좋은데. 커튼 정도야. 문제없어요.(자신 없는 웃음. 내내 커튼 열어놓을 것 같음)

연예인의 드레스룸 문화는 고사하고 올블랙 계열만 얌전히 줄지어선 것조차 상상하시면 큰일 나요. 들쭉날쭉이죠, 이모!

네, 막아놔도 먼지는 어쩌지 못하죠. 다이소에 총채? 찾아볼게요.(웃음) 옷 어깨마다 매일 톡톡 쳐서 먼지 털어내란 말씀? 네네. 알겠습니다!


예전에 방 하나를 언니 둘 각자 공부방으로 나누느라 이모가 재봉틀로 드르륵 박으셔서 벽 위에 봉 박아 커튼처럼 가운데 드리워놓은 거.

엄마도 그 생각나셨나 봐요. 저도 기억나요.

이모한테 상의하라고 하셔서. 인터넷 뒤지니 행거용 커튼, 드레스룸 파티션. 이런 커튼형 팔더라고요. 근데 이모. 소재가 별로인지 평이 안 좋아요. 이모표 홈쇼핑에서 구입할 수 있을까요?(웃음)

눈 침침하시다며 괜찮으시겠어요?




천장에 고정심? 커튼 거는 레일? 시킬 사람 저희 집 있잖아요 네네. 올화이트예요.

낮에 환기타임에는 창문 열듯 열어두려고요. 귀찮더라도. 할게요!

아, 고마워요 이모.

바로 연락 안 드리면 엄마가 몇 날며칠 확인전화 하실게 뻔해서요 식사하셔야 할 텐데. 전화가 너무 길어져 미안해요. 이모.

네. 사진, 아니 동영상 바로 찍어 보낼게요.

어버이날이라 언니들 다 오죠? 안부 전해주세요.

이만 끊어요 이모. 어서 식사하세요. 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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