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brunch
매거진
안으로 오세요
잔망스러운 나의 음식물 쓰레기통
by
투스칸썬
Apr 24. 2023
아래로
미국에 들고 가겠다고 J선배가 주문을 부탁했다. 음식물 쓰레기통을 굳이
?
원룸시절 가장 아까운 돈이 물 사 먹는 것과
종량제
봉투 비용이었다.
특히나 음식물 쓰레기는 외부로 배출하기 전까지 보관할 방법이 신통치 않고
유예기간에
돈을
써야 한다는
것도
괘씸했다. 잔망스러운 것 같으니.
그리하여 뭐든 다 있는
'다 있어'에서
찾고 찾아 산 삼천 원짜리 음식물 쓰레기통.
첫 음식물 처리도구였다.
오렌지색에 손잡이가 달려있고 안에는 흘림방지용
흰
바스켓
내장형.
원도어 냉장고의 냉동실 칸은 있으나 마나였다.
안쪽은 성애가 끼고 얼음트레이 하나 놔두면 아이스크림콘 세 개도 꽉 찼다.
음식물 바구니의 흰
바스켓은
금세 김칫국물에 물들었고 냄새까지 베어 과감히 아웃.
기대 컸던 오렌지 바구니는 폐기용 건전지통으로 전락.
배출 전까지 쓸 음식물 쓰레기 용기에는 돈 쓰지 말자는 소신으로 음식물 쓰레기 코너 마련.
짜잔!
냉동실 칸에
위풍당당 자리매김한 잔망한 쓰레기.
비호감 음식물도 꽝꽝 얼려버리니 역겨움 노! 거부감 노!
음식을
자주
해 먹지 않아 음식물 쓰레기봉투 초소형 사이즈도 채우려면 한세월.
그사이 실내에 둔 음식물 쓰레기의 국물로 쓰레기는 좀비처럼 흐느적대어 내다 버리기도 고역인 시점에.
대기업 다니던 친구 H가 음식물 분해 처리기를 직원가로 샀다며 집들이 선물로 주었다.
기대는 하늘을 찔렀으나 오래가지 못했다.
앙징맞고 디자인적으로나 소담한 사이즈로나 1인가구에는 그만이었지만.
자연분해되는 시간이 매뉴얼대로 12시간은 어림도 없었다. 쓰레기 처리에도 좋고 환경에도 좋을지 모르나 기다리다 말라죽게 생길 영겁의 시간. 코드 안 맞는 녀석이라 아웃.
일회에 한 장씩 봉투를 내다 버리기는 너무 아까웠다. 다시 냉동실로 컴백한 우리 집 음식물 쓰레기.
너를 어쩌냐.
냉동실 전용칸의 음식물 쓰레기의 추억이 J선배 덕분에 소환되었다.
"자기도 같이 주문해서 써봐. 이거 추천한 친구네서는 냉동실에 넣어 보관한대. 하긴. 4인가족이면 냉동실이 꽉 차 무리겠다".
하단은 그냥 플라스틱통이고 안에 음식물 종량제 봉투를 전용 링에 씌워 뚜껑을 눌러 닫으면 끝.
외부 공기를 꽉 막아 통 내부를 진공상태로 유지시킨다는 단순원리.
고로 음식물 부패가 서서히 진행되고 외부와 차단되어 냄새도 막아주고 디자인도 심플해서 주방에 노출되어도 단정하다.
간단히 설명하면 이런 것에 삼만 사천 원을 쓰느냐 마느냐 가성비만
따지면 게임 끝.
이것저것 음식물 쓰레기 대기에 쓸 용기로 재활용에 넣을 온갖 플라스틱통과 비닐 등을 써봐도 뾰족한 수가 없던 엄마로서
기꺼이 주머니를 열 아이템.
나라면 박싱까지 된 상태 그대로 외국까지 가져갈 정도는 아니나 두 개 합포장으로 배송비 무료라면 기꺼이 클릭 후 주문 완료.
남편 손에 들리는 순간 화들짝 기염 토하게 만드는 두 가지.
아내의 손과 음식물 쓰레기 봉지.
출근길 늘 소망하나 차마 남편에게 들리지 못한 음식물 쓰레기는 모두가 잠든 오밤중 내다 놓는 나의 잔망스러운 친구였다.
사십 대 기러기 남자들의 핫아이템이 음식물 진공처리기라며 남편이 자기도 필요한
날이 올까 봐 무섭다고 신문기사를 보고 히죽 웃는다.
'기다리시오. 당신 손에서 화들짝 할 그날을!'
그리고 도착.
하나는 선배가 외국으로 나르고 하나는 우리 집 주방에서 커피포트와 나란히 줄 서있다.
쑥 넣어 뚜껑만 콩 닫으면 진공상태 유지.
음식쓰레기 문화를 아주 조금 우아하게 업그레이드하기를.
천년만년 음식물 잔량을 모실 일은 없으니 배출하기 전 유예기간 동안은 쓸만하다.
가스를 뿜어내거나 색깔변신도 없고 신상품 광고문자로
한 번씩
오는 걸로 보아 반응도 쏠쏠한 듯하다.
여전히 잔망할 음식물 쓰레기는 오밤중 나와 손잡고 나간다
.
*커버사진 출처 픽사베이
keyword
음식물
쓰레기
쓰레기통
41
댓글
7
댓글
7
댓글 더보기
브런치에 로그인하고 댓글을 입력해보세요!
투스칸썬
직업
에세이스트
문화와 문학을 열망하는 에세이를 씁니다. 신간과 신제품 시음을 지나치지 못하면서 올드 정서가 좋은 마릴라 엄마에요.
구독자
188
제안하기
구독
매거진의 이전글
오픈형 행거의 낮과 밤
텐트나라를 보았니? 꿈과 사랑이 가득한.
매거진의 다음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