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텐트나라를 보았니? 꿈과 사랑이 가득한.
by
투스칸썬
Mar 25.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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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방에 넣을 침대를 알아보다 말았다.
학생 방에는 침구와 책상이 놓여있다
.
두 가지 중 무엇이 더 힘이 셀까?
당연히 전자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뇌보다 몸을 쓰려한다.
지식의 욕구가 큰 들 털썩 앉고 쭈욱 눕고 이리저리 뒹굴기 좋은 침대를 책상이 무슨 수로 이기랴.
더구나 책상에서 학습 관련서를 침대로 가져와서 활용하면 한방에 해결된다.
침대와 한 몸이 되어 뒹굴면
세상사
안중에도 없다.
게임기나 휴대폰은 책상과 의좋을 수 없다면서
침대는 책상과 쌍두마차로 당연시
안 하련다.
앉으면 눕고 싶고 공부하면 몸이 베베 꼬인다.
책상에서 조금만 몸을 틀면 "이리 와!" 손 흔드는 이부자리.
외면하기가 뇌섹남에게도 쉬울 리 없다.
동절기에는 수면용 난방텐트, 하절기엔 모기장 텐트, 그 외에는 파티션이라도 치고 싶다.
침대는 텐트로 가려져있거나 손발 어디도 닿을 게 없이 휑하다.
침대로 가봐야 맹숭맹숭, 이내 털고 일어난다.
푹신한 베개와 보들보들한 담요는 취침직전 제공.
안방 침대도 텐트를 뒤집어써서 낮엔 벽걸이 티브이 보러 앉을 곳이 없다.
보기 좋게. 쉬고 싶게
,
눈에 보이게 꾸미지 않을 뿐
.
침대와 침구는 최고급으로 한
다.
엄마에게 수면의 질은 무엇보다 중요하니까.
산만하고 책상 앞이 고역인 둘째 방은 누워 말아, 고민 자체가 없게끔
책상세트만 덜렁 남긴 이유다.
스터디 카페에서 돈을 내고 공부하는 이유는 의식적으로 집중하려는 목적이다.
집은 휴게실이자 수면실의 목적도 있지만 학생이라면 목적에 맞는 공부방이 딱
맞다.
공부
하고자
책상 앞에 앉는다면 그 시간만큼은 온 세상에 둥실, 책상뿐이어야 한다.
그 목적에 부합할 공간만 있어야 덜 괴롭다.
등뒤에서 문이 열려 화들짝 놀라지 않게
방주인이 문을 바라보는 방향으로 책상을 배치.
딴짓하더라도
불시의
감시에 숨죽여 공부하는 척, 을 집에서는 않게 하련다.
최소한 자기 방에선 자유로울 권리
.
우리 집은 텐트나라다.
방문은 다 열려있고 텐트가 독립공간을 나누니 임시시설이나 컨테이너 느낌도.
그냥 은밀하고 아기자기해서
처음 보는 이에겐 어리둥절한 텐트나라가, 당연한 집이 되었다.
아파트 소독하시는 분이 "온갖 집 다 돌아다녔지만 거실에 텐트 친 집은 처음 봅니다." 하셨다.
글로리에 나오는 아기자기 알록달록 치장은 전혀 없는 휑뎅그레한 텅 빈 텐트.
거실 중앙에 위치한 텐트나라
우린 거실에 대한민국 서민 아파트면 기본옵션처럼 놓인 삼인용 베이지색 소파와 브라운관 티브이가 맞은편에. 없다.
그렇다고 책장을 짜놓고 긴 탁자에서 머리를 맞대고 책 읽는 도서관형 거실 문화, 아니다.
오렌지톤 텐트나라가 거실 중앙에 자리한 게 전부.
아이 수유를 방 안에 텐트를 치고 그 안에서 했다.
이사하면서 거실 한복판에 오렌지 텐트를 놓았다.
이곳으로 휴식이나 시에스타를 청하려면
누구든, 언제든 들어가서 눕고 뒹굴고 쉰다.
어른 등짝보다 더 큰 쿠션과 큼지막한 베개, 푹신한 담요. 충분하다.
쭈쭈바를 먹거나 오목을 두어도 뭐라지 않는다.
등교하기 전 일분이라도 아이들이 벌러덩 누워서 뱅글뱅글 돌다 영차, 몸을 일으키기도 한다.
전자제품이나 휴대폰 게임은. 자제한다.
공부는 공부방에서만 하고
쉬는 시간은 텐트나라에서 충전하는,
참 이상한 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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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스칸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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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와 문학을 열망하는 에세이를 씁니다. 신간과 신제품 시음을 지나치지 못하면서 올드 정서가 좋은 마릴라 엄마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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