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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투스칸썬 Jul 07. 2023

돈 많은 고등학교 친구가 되고 싶다.

송희구 저 [나의 돈 많은 고등학교 친구]

어버이날 선물로 내가 골라서 아이들에게 받은 책을 이제야 읽었다.

아침에 아이들과 읽은 책의 한 단락과 맥을 같이한다.


"아저씨의 형님께서 이 차를 사 주셨고, 아저씨는 돈 한 푼 내지 않고 이 멋진 차를 얻으셨단 말씀이세요? 나도 그럴 수 있으면......"

"나도 그런 형이 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나도 그런 형이 될 수 있으면> 중에서.




원하는 걸 얻는 가장 쉽고 빠른 방법은 원하는 걸 얻어낼 내 힘을 갖는 것이다.

인싸 언닌 선물로 받은 장신구. 선물로 본 뮤지컬. 선물로 다녀온 여행길 면세품이 즐비했다.

내가 받을 선물은 아니겠거니 했다.


나의 꿈은

너의 돈 많은. 혹은 사람 좋은. 혹은 가장 괜찮은 고등학교 친구이고 싶다.

나에게 득 되는 친구보다 내가 누군가에게 그리되는 사람으로.

그리고 그게 쉽고 빠르다. 배나무에서 배가 떨어지길 기다리며 입만 벌리고 있는 세월 대비해서는.




은 불평불만이 많은 친구였다.

학기 초 교무실 청소를 같이 하면서 가까워졌다.

일초에 한 번씩 피식 웃어주는 아이가 실은 세상 부조리에 대한 오만가지 불만으로 터지기 일보직전인 것이 위태로워 보였다.

연신 고개를 주억거리면서 그런 회의적 시선 역시 옳다 싶었고 신선한 비판적 시각이었다.


집에 놀러 가는 사이가 되었다.

내로라하는 동네의 잘 나가는 집 외동딸이 여차저차한 연유로 살던 가닥에는 못 미치는

우리 학교, 우리 등네로 이사 왔다는데. 그 집도 부유했다.

성인이 되고 부유한 동네의 이름난 아파트로 이사한 후 한 번씩 만나고 여행도 다녔다.

다 좋았다.

청구서를 받기 전까지는.


브런치식당이나 카페 어디든  특권이라도 있는 양 계산서는 나몰라라였다.

계산대에서 등을 돌리거나 주차권부터 요청하거나 지갑 여는 나를 물끄러미 쳐다봤다.

신용카드를 꺼내면 새로 나온 거네? 하며 들여다보고 계산하는 내 팔을 잡더니 이 시계 찬 지 얼마나 됐냐고 엉뚱한 질문을 했다.

맛있는 곳, 분위기 좋은 곳, 잘 나가는 곳을 가격 대비 무엇 무엇이 장점이라고 분석해서 만나자더니.

계산은 당연히 내 몫이 되어가는 것.

점점 당연해지는 우리 사이의 거래문화.

여럿의 만남에선 귀신같이 n분의 1로 미리 계산하고 통보하는 모임의 총무가 나와의 만남에선 왜 그런지.

참으로 기이했다.


출처 픽사베이


코로나 이후 몇 차례 연락이 왔으나 만나지 않았다.

계산대에서 더는 뒷짐 진 ㄱ을 보고 싶지 않았다.

경제개념이나 이재밝고 독서실 석 달 끊고 열공해서 승진했다는, 잘 나가는 은행원이 왜 사적인 교제에서는 그리 구는지.

집에 있는 엄마의 어마어마하게 많을 것만 같을 시간을 더는 질문받고 싶지 않았다.

더 이해하고 싶지 않았다.


나에게는 돈 많은 고등학교 친구가 있다.

이제는 돈도 많은데 지혜가 한 수 더 위인 친구를 만나고 싶다.

더 쉽고 빠른 길은, 나 자신이 그런 사람이 되는 것이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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