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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투스칸썬 Aug 11. 2023

엘에이, 세발자전거를 타다.

미국, 넌 누구니?

주말 심야영화 바비를 보았다.

L.A에서 두 번째 영화 관람이다.

실망이 커서 리뷰 대신 영화 속 베니스 해변을 보러 갔다.

L.A 관광 단골코스인 산타모니카 해변.

오래전 왔을 때는 온통 타투 샵과 해변 이름이 쓰인 옷가게 기억뿐인데 그간 어떻게 달라졌을까.




한여름 치고 오전부터 기온도 낮고 하늘이 구름에 덮여 흰색에 가까운 흐린 날씨.

보기 힘든 빗방울도 날리는 오후였다.



구름 잔뜩 낀 한국의 하늘과는 다른 이유가.

공해나 온습도 차이도 있겠으나 단층 건물로 블록 단위 동네나 대로 어디든 탁 트인 시야로 더 넓고 더 높고 더 파래보이는 건 아닐까.

같은 하늘인데 뭉게구름이 중간중간 낀 게 아니라 하늘색 바탕 위에 전체적으로 흰 솜을 덮어씌운 듯한 형색이다.




파도가 일고 서핑족들이 등잠했다.

한두 방울 흩날리던 빗방울이 제법 굵직해졌으나 우산은 하나도 보이지 않는다.

상체 노출이 당연해 보이는 조깅맨들과 한올 감춤 없이 뒤태를 드러내고 서핑복을 갈아입는 서핑족, 가족단위의 하이킹 군단과 반려견을 태운 꽃마차  자전거로 산보하는 반려가족들.

인위적인 문화가 아닌 자연을 벗 삼아 책과 건강과 화목이 돋보이는 해변의 문화공간.

평일이라선지 관광객보다 더 보인다.

드문드문 이곳도 한자리 차지하는 노숙인들.



해변이 워낙 넓어 도보로 돌기엔 한세월이라 온갖 탈것이 다 나와있다.

자전거 대여샵에서 아이들은 두 발자전거를, 난 추억의 세발자전거를 끌고 나왔다.

키가 낮아 다리를 쩍 벌리고 쭈욱 내밀어야 하는 삼발이 같은 고전 자전거가 재미나다.

낡았거나 더럽지 않다.

마음에 쏙 들고 너무나 신이 나서 속도 내라는 아이들의 구박을 암마는 꿋꿋이 견딘다.

한 술 더 떠서 리더를 자처해 앞섰다.

(한 번만 봐주라. 속도보다 오늘만큼은 해변도 풍경도 보면서 더디게 돌면 안 되겠니?)


전기자전거가 대세이고 영화 바비처럼 롤러스케이트나 인라인스케이트, 블레이드와 자전거 등 탈것이란 탈것은 종류별로 망라된 해변가에 한자리 차지하니 어찌나 재미났는지 모른다.

중간중간 횡단보도가 있는데 탈것을 주행하는 자들과 해수욕 후 건너가는 이들이 서로 먼저 지나가라는 수신호들이 다정하다.

역시 부잣집 곳간에서 인심 난다고.

구름이라는 예쁜 담요를 덮은 하늘과 듬성한 파도가 새하얀 치아 같은 바다. 그리고 곱디고운 모래사장 앞에서.

어느 누가 삿대질하며 화를 내거나 울적하다고 성질이 날 수 있으랴.

강아지와 아이를 데리고 부메랑을 연속해 던지고 받는 아빠도, 영화 바비처럼 네트를 사이에 두고 해변 공놀이를 하는 젊음과 빠질 수 없는 카페테리아.

망중한의 정수 속에서 돌연 괴성이, 빠앙!!!


(샤워실 겸 화장실 바로 옆을 지나는 순간이라 폭죽 내지 대형풍선이 터진 것으로 아이들은 놀랐다는데. 난 폭파사고인 줄 알고 입이 떡 벌어졌다.)

범인은?



세발자전거의 뒤쪽 좌측 타이어 펑크!

자전거 대여샵까지 질질 끌고 가는 표현 못할 부끄러움과 어깨결림과 무릎 부딪침의 반복.


우여곡절 끝에 날씨는 다시 해맑아있고,

세발자전거의 산타모니카 해변은 바이바이.


그리고 이어진 도로에는 연두색으로 구분된 자전거도로가 참으로 잘 닦여있어 감탄하며 지났다.

도로사정이 넓고 여유가 있으니 자전거길의 폭도 유지되고 횡단보도와 정확히 맞물리며 인도 쪽을 힐끔거릴 이유가 없다.

자전거가 완전히 독립되어 달릴 수 있다니,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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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임.


한국에서 태풍상륙으로 또 한 번의 고비가  여름.

L.A에서 한여름에는 좀처럼 보기 힘든 소나기라 더욱 한국 날씨 걱정이 크다.

모쪼록 무사히 넘어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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