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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투스칸썬 Feb 13. 2023

이백오십 원어치 밸런타인.


퀴즈 풀어서 춥파춥스 기프티콘을 받았다고. 

싱글벙글인 아이 표정이 밝다. 

이백오십 원의 기쁨.

엄마야 덩달아 벙실벙실.



아이의 기프티콘을 쓸 겸 편의점에 들렀다.

대목인 밸런타인데이를 앞두고 알록달록한 사탕, 초콜릿, 젤리 등이 아옹다옹 매대 초입에 모여있다.

사랑하면 한다고 고백해도 좋은 날이 따로 있다.



클릭 한 방이면 오케이인 요즘보단 훨씬 고전적인.

선물가게가, 팬시용품이 각광받던 시절.

밸런타인데이, 화이트데이, 크리스머스 시즌에는 팬시매장 프랜차이즈 관리 직원 전원이 지원근무를 나갔다.

삼사 일 매출이 한 달 매출에 버금가는 대목이었다.

오색찬란 리본끈. 형형색색의 포장박스와 포장 바구니, 포장백. 빛 반사로 눈을 못 뜰 지경으로 강렬한 포장재들이 매대를 가득 채웠다.

선물 본품보다 치장을 위한 용품이 날개 돋친 듯 팔리는 밸런타인 D데이 마이너스를 며칠 앞둔 금토일.

완제품으로 디스플레이된 선물세트의 포장법을 살펴보거나 리본 묶는 방법이나 포장지와 리본끈 보색을 맞추는 여성들의 열정적인 눈빛들.


화이트데이에 남자 손님들은 선물세트 자체를 단번에 결정하고 구입하는 문화를 가진 반면.

초콜릿 하나, 사탕 종류 하나의 내용물은 물론 이를 담거나 쌓을 포장용품과 쇼핑백, 바구니를 일일이 구입해서 직접 포장하는 여성들이 품은 훨씬 더 들고 텐션도 높아 보였다.

끝으로 메시지 담을 카드까지 신중히 고르고 계산대에 까맣게 선 줄들.


뿐만 아니라 팬시용품점에는 없는 커플링이나 시계 등의 귀금속, 와인이나 샴페인, 커플룩이나 인형 가져와서 비용을 지불하고 그에 맞는 선물 포장을 받아가기도 했다.

고심고심 고르고 담는 손길들을 지켜보노라면

판매자의 입장을 떠나서 사랑의 징검다리라도 된 양 뿌듯하던 심정이 이맘때면 생생하다.




아이가 초코 맛은 질렸다며 츄파춥스 핑크색 사탕을 냉큼 받더니.

아빠 드린다고 제 입에 넣지 않는다.

웬일.


사랑의 고백이 오가는 연인들 외에.

밋밋한 일상에서 그날이 그날인 일반인에게

상업성 짙은 기념일의 힘이 달리 있을까.


받고 이내 잊어버려 좋을

그 자리에서 함박웃음 짓는 순간을 제공한다면.

밸런타인의 유례나 출처를 다 떠나 이백오십 원.

미소가 절로 나오는 딱 그 정도.

값을 치르는 것도 만만하단 생각이 든다.


사무적인 관계더라도 굿모닝 이백오십 원.

권태로운 옆사람에게 에너지 이백오십 원.

부쩍 까칠해 보이는 동네친구 이백오십 원.


달콤한 값어치로 나쁘지 않은 비용.

이백오십 원어치 밸런타인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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