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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엄마처럼
어머니, 브레이크 타임 좀 쏘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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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스칸썬
Jan 23.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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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어머닌 생전가야 잔소리를 하지 않으신다.
여간해선 싫은 소리 하시거나 뭘 바라시지도 않으신다.
또한, 옛날분들 그러시듯 남의 자식에게(누군지 아시죠?) 칭찬 같은 것도 없다.
꼭 뭘 해서가 아니라 명절. 시댁. 며느리. 그리고 아이들 엄마.
이 삼박자는 별다른 일 없이도. 복 받은 시댁이라도 며느리에게 스트레스 지수가 파란불이긴 쉽지 않다.
조퇴서
쓰고 집에 일찍 가고 싶은 날이 있다. 그런 기분이 한번 들면 머리도 허리도 배도 어쩐지 안 좋은 것만 같다.
그게 시댁에선 안 통한다.
"어디 아프냐?" 아니에요. "아픈덴 없지?" 그럼요.
그냥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좀 쉬어가도 좋은
,
브레이크 타임이 살짝궁 있으면 좋겠다.
떡국 먹고 한해 잘 살아보자. 는 시간인데 왜 매번 한소리 들은 혹은 들을 것만 같은 시무룩한 기분일까.
자식들과 편하고 싶으신 건지 무슨 말끝에 불쑥.
"넌 방에 들어가 한숨 자라."
시는
경우가 있다.
그 말씀만큼 부담스러운 게 없다.
냉큼 들어가 한기 가득한 그 방에 우두커니 있어야 하는지. 이 불 한 채 짊어지고 요를 깔고 허리를 지지며 분부대로 따라야 하는지.
말이 그런 거지 어디 자리를 뜨랴. 묵묵히 앉아있는 게 맞는지.
시어머니와 며느리는 각자의 통역기가 필요하다.
친정이 바다 건너라 어느 해부턴가.
명절에 시댁에만 있다 보니 조금씩 맘이 상한다.
일정도 달리 안 물으시고 늦어도 일어나지도 못하고 피곤해도 내내 묶여있다.
점점 친정도 없어 여기만 있어야 하는 신세 같아 나도 몰래 친정이 그립다.
다음 명절은 무슨 핑계를 대서라도 나 혼자만 친정에 가고 싶다.
갈 곳 없이 아들과 세트로 오려니 하는 당연함이 섭섭하다.
나도 심적이라도 대우받고 싶다.
나도 아들
둔 엄마이고 여자이다.
매번 아주 콩알만큼씩 속상한 일들을.
내 시대 시엄마가 되어선 조심하자, 다짐한다.
지금 어머니 세대는 더 힘든 대접받던 세대셨으니 바뀌실 리 없다 인정하고.
내 세대땐 달라 보자고.
내 아이한테보다 콩알만큼씩 더
너그럽자고(엄청 후할 자신은 없다). 우리 집 일 돕는 손이 아니라 남의 집 귀한 손 빌리는 거라 생각하자고.
이 마음 잊지 말자 다짐한다.
그냥 쭈그리고 자리 지키는 일.
눈에 들어오지도 않는 티브이를 뚫어져라 보며 잠시 딴청 부리는 시간.
밤새고 온 것도 아닌데 눈이 내려앉을 듯 피곤한 명절연휴.
뭘 시키신 것도 없는데 팔딱 일어날 자세와 "네!" 하는 낭랑한 음색 장착.
곧 지나가리라.
두더지 망치로 콩콩 힘줘 때려주고 싶은 대상은 따로 있다.
세상 복잡한 건 아무것도 모르는 순진한 표정.
속 편히 쉬는 것이 효도의 끝판왕이 되는 시어머니의 아드님.
결혼 십 년이 넘으면 하늘로 올라간 선녀처럼.
일 년에 한 번은 각자의 부모님과만 지내는 문화가 생길 줄 알았다.
신경 쓸 사위 없이 미우니 고우니해도 내 딸만 뒹굴대어 편히 몸빼 입고 아무 배달음식이나 시켜도 속 편한 친정엄마의 자유시간도 만들어 드리고 싶다.
출처 픽사베이
브레이크타임. 어떻게 좀 안 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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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스칸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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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와 문학을 열망하는 에세이를 씁니다. 신간과 신제품 시음을 지나치지 못하면서 올드 정서가 좋은 마릴라 엄마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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