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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투스칸썬 Jan 06. 2023

내가 졌소. 그대 없이 한순간도 못살아.


"도대체 왜 수학을 해야 하는 거야?"

하는 아이의 한마디에서 시작되었다.

엄마와 아이의 일상에서의 수학 찾기.




사실 아이를 오랫동안 오해했다.

책을 끼고 사는 아이였지만 수학을 내켜하고 정해진 답을 찾는 과정을 흔쾌해했다.


카운트다운 하자고 아빠가 보채도, 제야의 종소리를 티브이소리로 들으며 아이는 굴 빨개져가며 인수분해를 멈추지 않았다.

"정답입니다!" 쾌재를 부르며 좋아한 지 불과 며칠 만에 심드렁.


더구나 안타까운 이유가 달리 있으니.

"수학 싫어"가 아니라 "난 수학을 못해."

한사코 그리 표현하는 데 있다.


짝사랑을 하는데 그 사람이 마음을 안 받아준다 철철 우아이를 두고 엄마로서 물불 가릴 수 있겠는가.




연필을 들고 왼쪽 세로열에 쭉 번호를 붙이고 써 내려갔다.

종이 두장에 삼십오 개까지 한달음에 쓰면서 깨달음도 생겼다.

아이도 생활 속 수학을 모를 리 없겠다.

짝사랑하는 사람을 애써 외면하고 어디 가서 코나 깨져라 하는 심정인거지 정말 너를 잊었고 너 없이도 잘살겠노라. 가 아닌 게다.

실은 네가 좋지만 넌 참 멀고 힘든 산 같구나. 싶은.



은행이나 증권사 돌아가는 거. 출산 예정일. 기상예보의 태풍의 눈이나 장마철 예보.  영양사의 급식 칼로리 계산. 우리가 살고 있는 집의 둘레나 높이, 모델의 신체 황금비율, 큐알코드와 자동차 계기판. 옷에 붙은 라벨, 리모컨과 에너지 효율비율, 화재경보 센서와 도어록, 구글지도와 국회 예산 심의과정, 샤워기 각도와 나침반. 수능시험 집계와 모의고사 표준편차, 유통기한과 엑셀 프로그램. 레고 쌓을 때 무게중심. 달고나에 찍는 각종 도형모양들. 구멍가게 재고파악. 회계프로그램.


뭐 하나 수치화하고 계산, 함수와 방정식, 그래프와 좌표평면, 데이터화 없이 가능한가.

과학은 수학과 한 몸이니 굳이 분리할 필요 없음.




아이가 종이를 보더니 어이없음 후 시간을 잠시 달란다. 얼마든지!


"수학 없이 하루 살기 도전?

성공하면 일체 수학공부는 노터치" 하니 고민 많은 표정의 아이.


피아노 위의 큐브와 책상 위 노트북. 벽시계와 스마트워치의 알람. 충전기와 히터 리모컨.

학 문화에서 한시라도 자유로울 수 있겠는가. 가슴앓이하는 그대여.


출처 : 픽사베이

저녁에 아이가 두 팔로 엑스자 표시하며 배시시 웃는다.

"엄마 포기. 수학 없이 불가능."

잠수 탔다 별 수 없이 다시 사모 모드로 전환.

마음을 알아주지 않아 절교를 선언하고픈 속상함을 어찌 모르랴.

내 아이 속 태우는 수학.

그 고고하고도 범접 못할 대상을 어찌할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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